국제 국제경제

중국판 블룸버그 터미널, 외국인에 정보 제한...외국기업 압박 심화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28 05:55

수정 2023.05.28 05:55

[파이낸셜뉴스]
중국이 최근 외국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판 블룸버그 터미널인 '윈드'에서도 외국인 사용자들의 정보접근이 제한되고, 외국 싱크탱크 등은 회원갱신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을 무장 경찰들이 지키고 있다. 로이터뉴스1
중국이 최근 외국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판 블룸버그 터미널인 '윈드'에서도 외국인 사용자들의 정보접근이 제한되고, 외국 싱크탱크 등은 회원갱신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을 무장 경찰들이 지키고 있다. 로이터뉴스1

중국판 블룸버그 터미널인 '윈드(WIND)'가 외국인 사용자들에게 정보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자국의 주요 경제정보가 외국인에게 공개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지난해 제로코로나 정책을 끝내면서 경제성장을 위해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인들의 접근을 제한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외국인 정보 접근 제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이하 현지시간) 윈드에서 전자상거래 추세, 위성사진 등은 외국인 사용자에게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윈드는 마치 블룸버그가 서방의 거의 모든 경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처럼 은행, 증권사, 펀드매니저들이 투자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중국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WSJ에 따르면 윈드 터미널에서는 이제 외국 사용자들의 일부 정보 접근이 차단되고 있다. 이때문에 세계 2위 중국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기가 이전보다 더 어려워지고 있다.

윈드 터미널은 상하이에 기반을 둔 민간 업체 윈드인포메이션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중국 본토에 퍼져 있고, 해외 금융분석가·투자자·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WSJ은 그러나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 투자자, 애널리스트들의 정보수집을 제한하기 위한 일련의 조처들을 취하고 있다면서 윈드에 일부 정보에 대한 외국인 접근을 차단토록 했다고 보도했다.

전자상거래·위성사진 차단

WSJ에 따르면 홍콩을 비롯해 중국 본토 이외 지역 구독자들은 최근 수개월간 온라인 소매 쇼핑 추세, 전력 소비를 가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중국 국내외 여러 도시들의 야간 위성 사진 등 접근이 차단됐다.

또 외국인들은 지난주 이전의 중국 토지 경매 기록 접근도 차단됐다.

WSJ은 윈드 터미널에서 관련 데이터에 접속하려 하면 '관련 법령에 따라' 해당지역에서는 접근할 수 없다는 공지가 뜬다고 전했다.

차단된 데이터에 접근하려면 이 데이터가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고, 또 오직 개인적인 용도로만 이 데이터를 사용하겠다는 각서를 제출해 회사 검토를 거친 뒤에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은행, 투자자들은 그러나 이런 각서를 제출할 경우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어 아예 데이터 접근을 하지 않고 있다.

외국 기업 압박

WSJ은 중국이 지난해 데이터 국경이동에 관한 정부 감독권한을 강화하는 데이터보안법을 통과시킨 뒤 최근 보안법을 개정했다면서 이후 윈드에 대한 외국인 접근이 제한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외국 싱크탱크, 리서치 업체들은 상당수가 윈드 회원권 갱신이 불가능해졌다. 아예 윈드 접근이 차단된 것이다.

프랑스 은행 나틱시스의 홍콩 주재 선임 이코노미스트 개리 응은 윈드를 자주 사용했지만 정보 접근이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대안이 지금은 마땅히 없다고 덧붙였다.

윈드는 중국 정부 통계에 대한 불신 속에서 상당히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왔다.

세밀한 데이터가 제공되기 때문에 여러 데이터를 취합해 정부 통계와 비교해보면 큰 그림이 그려지고, 좀 더 정확한 상황 파악이 가능했다.

이때문에 이코노미스트, 애널리스트들이 윈드 등의 데이터를 애용했다.

중국의 외국인 윈드 사용 제한은 외국 기업들에 대한 압박이 강화되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중국은 미국 뉴욕에 본사가 있는 기업실사 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 지사를 3월 급습해 중국인 직원 5명을 체포했다. 4월에는 미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의 상하이 지사 직원들이 조사를 받았다.

또 이달초에는 컨설팅업체 캡비전이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캡비전은 중국에서 설립된 업체이지만 지금은 부분적으로 미국에도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캡비전 압수수색은 국영 TV를 통해 전국에 방송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