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사장님 열정...F1로 이어질지도? [권마허의 헬멧]
제네시스 모터스포츠 참가 발표 현장
"F1 참가 가능성"에 "누가 알까"로 답
경쟁사 참가, 효과 확실 등 고민거리
내부서는 '으쌰으쌰' 분위기 퍼져
"내 목표는 한국에서 모터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그 열정과 모터스포츠를 통해 새 세대의 드라이버를 발굴하는 것이다. 아직 이 목표를 말하기에 이른 감이 있지만, 우선 내구 레이스를 중심으로 그 이후 미래를 바라보고자 한다."
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아르마니 호텔에서 만난 루크 동커볼케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 디자인 본부장(CDO)겸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사장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습니다. 특히 모터스포츠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는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날 발표한) 내구 레이스는 이미 작은 단계가 아니다. 이를 잘 해낸다면 무엇이든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제네시스는 이날 모터스포츠에 참가하겠다고 첫 공식 선언을 했습니다. 시기는 2026년 월드 인듀어런스 챔피언십부터입니다.
동커볼케 사장이 이토록 자신 있게 말한 것은, 그가 평소 모터스포츠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이해도가 상당한 만큼, 모터스포츠가 가지고 올 효과를 누구보다 잘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입니다. 그가 "모터스포츠를 통해 제네시스라는 브랜드를 정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그는 사내에서 '모터스포츠 광'이라고 불릴 정도로 열정이 높다고 알려졌습니다. 특히 내구 레이스뿐 아니라 포뮬러 원(F1)에 대한 관심도 상당합니다. 그는 "단순 중계가 아니라 현장에 찾아가기도 한다"며 "싱가포르, 카타르 등 F1 경기장을 찾은 적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동커볼케 사장이 '현대차 F1 진출' 질문에 대해 크게 부정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그는 "(F1) 진출을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도 "만약 제네시스 내구 레이스가 잘 되면, 누가 알까(Who knows)?"라며 선을 긋지는 않았습니다.
그의 말대로 가능성은 낮겠지만, 현대차가 F1에 들어오면 예상되는 홍보 효과는 어마어마합니다. 리버티미디어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TV를 통해 F1을 본 누적 시청자 수는 15억명을 넘어섰습니다. 7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여기에 현장 관람객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15억명 이상이 현대차를 한 번씩 더 보게 되는 셈이니, 어마어마한 효과가 짐작이 가죠.
기술력도 한 층 높아질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차량 제조사들이 F1에 참여하는 이유는 브랜드 인지도 향상도 있지만, 내부에서 개선한 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팀 당 경기에 내놓는 차 2대에만 적용하는 기술을 만들면 되니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실제로 F1에 참가하는 엔진, 차 제조사들은 경기 중 사용한 기술을 향후 범용에 적용하기도 합니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모터스포츠에 집중하는 것도 크게 무관치 않습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고성능 브랜드 'N'을 통해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과 투어링 카 레이싱(TCR)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2024 WRC 시즌에서는 드라이버·코드라이버 부문 우승을 달성하며 상당한 실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제네시스가 2026년부터 월드 인듀어런스 챔피언십 등에 본격 참가하면 그룹 차원 모터스포츠 활동은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쟁자의 참가'입니다. 최근 미국 완성차 업체이자 현대차그룹의 라이벌, 제너럴모터스(GM)가 2026년부터 F1에 참가하는 게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큰 이변이 없다면 F1 팬들은 캐딜락 로고를 더 많이 보게 될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GM보다 판매량, 영업이익이 모두 우위에 있는 현대차그룹이 충분히 F1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실제로 GM은 판매 기준 글로벌 순위 6~7위에 해당하는 기업으로 현대차그룹 3위와 비교하면 2~3 계단 낮습니다. 영업이익의 경우, 올해 3·4분기 기준 현대차그룹은 일본 도요타그룹에 이어 글로벌 순위 2위입니다.
내부적으로도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그룹 모터스포츠 관련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언젠가 F1에 진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번 제네시스 모터스포츠 진출을 사실상 제안한 동커볼케 사장도 아직 건재한 모습입니다. 그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데려온 인사로, 정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계는 F1 참가 신청부터 본격화까지 시기를 5년 전후로 잡습니다. 앞서 GM도 2021년에 2026년 F1 진출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2025~2026년에 참가 발표를 하면, 이르면 2030~2031년에는 현대차라는 이름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F1 인사들도 조용히 데려오고 있습니다. F1 등 여러 모터스포츠에서 활약했던 재키 익스가 제네시스 브랜드 파트너에, F1 르노 감독을 오래 했던 시릴 아비테불이 현대모터스포츠법인 법인장 겸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총 감독에 가 있습니다. 이들은 나란히 4일, 아르마니 호텔에서 열린 ‘제네시스 모터스포츠 프리미어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다음화도 두바이에서 있었던 일로 돌아오겠습니다. 혹시 궁금한 내용, 팀, 선수가 있으면 메일이나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적극 참고하겠습니다. 물론 피드백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