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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마포상권의 위기…MZ놀이터 사라지나

최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6 15:53

수정 2025.08.26 15:53

홍대입구역 '레드로드'에 6년간 역사 공사 망리단길 일대 1800가구 재개발 추진 계획도 상인·원주민들 반발 전문가 "공사 과정서 상권 쇠퇴 가능성"
26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 걸린 레드로드 역사 반대 현수막. 사진=최가영 기자
26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 걸린 레드로드 역사 반대 현수막. 사진=최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MZ들의 '성지'로 불리는 마포 핵심상권 벨트에 변화가 예고되면서 상권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홍대입구역 이면도로에는 신규 역사 조성 공사가 예정됐고, 망원동 한복판에는 재개발을 통한 아파트 공급 계획이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 공사가 진행되면 홍대-연남-망원으로 이어지는 마포 핵심 상권의 허리가 끊겨 정체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홍대입구역 6년간 공사…"상권 가로막힌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홍대입구역 인근에는 부천 대장동에서 시작하는'대장~홍대 광역철도'의 종착역을 조성하는 사업이 올해 말 착공한다.

문제는 역사 위치다.

홍대입구역 8번 출구 뒤 이면도로인 '레드로드'(어울마당로)에 역사가 계획된 것이다. 이곳은 상권가가 몰려 있으며 버스킹·플리마켓 등이 열려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관광객이 몰리는 마포구 지정 '인파밀집 지역'이다. 공사는 2031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데 상권의 핵심 축을 가로지르는 공간에서 6년간 공사가 진행되면 통행로는 성인 1~2명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로 좁아질 전망이다.

이에 홍대상인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역사 위치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차수 공동위원장은 "공사가 시작되면 공사장을 둘러싸고 펜스를 칠텐데 일부는 상점문을 열면 바로 펜스와 닿아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다"며 "상권이 무너지면 이 인근으로 모이는 문화예술 활동가 청년들도 설 자리를 잃는 악순환이 발생하며 홍대의 정체성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 416-53번지 일대. 망원동 재개발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서울 마포구 망원동 416-53번지 일대. 망원동 재개발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망리단길 인근 재개발…상권·원주민 반발 거세
마포구의 또 다른 인기 상권인 일명 '망리단길' 인근도 위기에 놓였다. 망원동 416-53번지 일대(망원1구역) 7만8695㎡ 부지에 1800여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조성하는 재개발 계획이 검토되면서다.

망원동 일대는 망원시장부터 뒤편으로 이어지는 저층 주거지 사이 골목 마다 식당, 카페, 소품점 등이 위치해 숨은 맛집을 찾아다니는 2030의 발길이 이어져 '망리단길'이라는 별칭이 붙은 곳이다.

지역 상인과 원주민들은 '망원동 재개발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망리단길과 맞닿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상권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부작용을 내세우면서다. 대책위는 최근 마포구에 제출한 신통기획 찬반의견서에 직접 의견서를 접수한 반대자만 토지 등 소유자의 11%라고 전했다.

대책위는 성명서에서 "망원동은 수많은 소상공인과 창작자, 외국인 관광객이 오가는 문화·관광 공간이자, 수십 년간 뿌리내린 주민 공동체가 살아 있는 마을"이라며 "이곳을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밀어버리는 것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의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망원1구역 재개발 계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서울시는 지역 내 반대 여론을 고려해 신통기획 후보지 선정을 두 차례 반려했고, 2023년 들어 '지역 상권을 고려한 구역 설정' 조건을 걸어 후속 절차 진행을 승인했다.

서울시는 27일 망원1구역의 신속통합기획 추진여부를 심사할 계획이다.

■전문가 "상권 타격 불가피"
전문가들은 공사와 개발 과정에서 상권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홍대나 망원동 모두 오래 영업해 온 상인들이 반발하는 것은 그만큼 피해가 크기 때문"이라며 "공사 기간 마포를 찾던 수요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면 상권의 피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도 "장기적으로는 주거 인구와 유동 인구가 늘어 상권 확대 기회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2000년대 초반 압구정 로데오가 공사 과정에서 쇠퇴해 이후 가로수길로 상권이 이동한 사례처럼 부작용이 생겨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