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금융사기 예방 리포트 공개
평범한 계좌 노리는 사기범
피해자들 돈 잃고 범죄 연루까지
평범한 계좌 노리는 사기범
피해자들 돈 잃고 범죄 연루까지
토스뱅크는 최근 금융사기 피해자는 두 부류로 나뉜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금전 갈취를 당하는 피해자가 있다면, 그 돈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깨끗한 계좌'를 내어주는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범죄 이력이 없는 피해자들의 깨끗한 계좌는 금융권의 감시망을 우회하는 데 사용되며, 결국 사기범은 뒤로 숨고 계좌를 이용 당한 피해자에게는 지급정지와 금융 거래 제약이라는 불편함까지 감당하게 된다.
깨끗한 계좌가 범죄 계좌로?...금융사기 사례 소개
#간절했던 재택 아르바이트생, 갑작스럽게 자금 전달책이 되다
30대 A씨는 구인 플랫폼에서 '해외직구 구매대행' 업무를 찾았다. 업체는 근로계약서까지 쓰며 "물건 구매 대금을 본인 계좌로 입금해줄 테니 지정된 업체 계좌로 이체만 해주면 된다"고 안내했다. A씨는 약속된 아르바이트비를 기대하며 성실히 이행했지만 일주일 뒤 사용했던 은행 계좌가 지급정지됐다. 약속된 수익은커녕 사기 피해금을 나른 범죄 가담자로 연루돼 모든 금융 거래가 막히는 막막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 대출을 받으려다 내 계좌가 막혀버렸다
급전이 필요했던 30대 B씨는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는 문자를 보고 상담을 신청했다. B씨는 "저금리 대출을 위해 거래 실적을 만들어야 한다"는 상담원의 말을 믿었다. 거래 실적을 위해 B씨의 계좌로 들어온 돈을 다시 보내는 과정을 반복했고, 돌아온 것은 대출 승인이 아닌 계좌 지급정지였다. 사기범들은 B씨의 간절함을 이용해 수사 추적을 피하는 방패로 B씨의 계좌를 사용했고, B씨는 대출은 받지 못한 채 일상적인 금융거래까지 제한되는 상황에 놓였다.
# 무죄 입증하려다 자금 이동에 이용된 내 통장
C씨는 본인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전화를 받고 공포에 휩싸였다. 사기범은 "무고함을 입증하려면 범죄 자금의 흐름을 똑같이 재현해 추적에 협조해야 한다"며 C씨의 계좌로 수백만 원을 입금했다. C씨는 지시에 따라 이 돈으로 문화상품권을 구매해 핀번호를 넘겼다. 나를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협조'는 사실 사기범의 추적을 끊는 마지막 자금 이동 과정이었고, C씨는 피해자이면서도 범죄에 연루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했다.
FDS로도 구별 어려운 금융사기 수법
최근 금융사기 조직의 수법이 한층 교묘해지고 있다. 과거처럼 대포통장을 직접 구매하는 대신 범죄 이력이 없는 일반인의 ‘깨끗한 계좌’를 포섭해 자금 세탁 통로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깨끗한 계좌는 금융권의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FDS)에서도 정상 거래와 구별하기가 어렵다. 사기범들은 이점을 노려 자금을 여러 개인 계좌로 나눠 옮기고, 이를 반복적으로 거치게 하며 자금 흐름을 복잡하게 만든다. 그 결과 수사기관의 추적에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범죄의 최종 목적지를 파악하기도 한층 어려워진다.
이 과정에서 일반인이 자신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관여하게 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나 대출 절차로 오인해 타인의 자금을 대신 받아주거나 전달하는 순간, 해당 계좌는 금융사기에 활용된 것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고가 접수된 계좌는 즉시 입출금이 중단되는 등 정상적인 금융 생활이 어려울 수 있다. 중고 직거래라면 CCTV 등으로 무고함을 소명할 수 있지만, 아르바이트나 대출 사기에 연루된 경우엔 정당한 거래임을 증명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이 경우, 결국 상대 은행으로부터 지급정지에 대한 이의제기가 수용됐다는 ‘채권소멸절차 종료 통지서’를 받아 제출하기 전까지 2개월 간 지급정지를 겪게 된다. 이후에는 3년간 금융회사에서 통장을 개설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토스뱅크 금융사기대응팀 관계자는 “최근 사기는 피해자의 계좌를 범죄에 활용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며 “아르바이트나 대출 과정이라고 생각했더라도, 본인 계좌로 타인의 자금을 받거나 전달하는 순간 금융사기에 연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상적인 기업이나 금융기관은 개인 계좌를 이용해 자금을 중계하도록 요구하지 않으며 당연히 이체 한도 등도 확인하지 않는다”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의 도구로 이용당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스뱅크가 알려주는 위험 신호 3가지
토스뱅크 금융사기대응팀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첫번째, 아르바이트를 빙자한 ‘계좌 전달·중계’ 요구는 피해야 한다. 토스뱅크 금융사기대응팀은 "아르바이트·부업 과정에서 개인 계좌를 통해 돈을 받아 전달하는 구조는 정상적이지 않다"며 "단순 업무처럼 보이더라도 이 순간부터 계좌는 범죄 자금 이동에 이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내 은행 계좌의 이체 한도나 잔액을 묻는 경우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번째, 수사·보안 확인을 이유로 한 ‘앱 접속·인증 요구’를 의심해야 한다.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해 계좌 확인을 이유로 인증번호 입력, 앱 접속, 자금 이체를 요구하는 경우 있는데, 실제 기관은 전화로 금융거래를 지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은 대출 승인을 명목으로 한 ‘거래 생성·자금 이동 요구’다. 대출 상담 과정에서 거래 이력 생성이나 계좌 점검을 이유로 돈을 입금하거나 옮기게 하는 경우가 있다. 정상적인 금융기관은 승인 과정에서 개인에게 자금 이동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토스뱅크는 금융사기 피해를 입은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안심보상제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에게 고의가 없는 금융사기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 금액을 최대 5000만 원까지 보상하는 제도다. 토스뱅크는 제도 운영 과정에서 축적된 사례를 바탕으로 신종 사기 수법을 분석하고, 이를 예방 안내와 고객 보호 체계 강화에 반영하고 있다. 또한 FDS를 통해 비정상 송금 흐름이 확인되면 고객에게 직접 연락해 상황을 점검한다. 고객이 스스로 이체한 거래라도 사기 정황이 있는지 살펴 추가 피해를 막는 데 힘쓰고 있다.
chord@fnnews.com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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