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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0.05%인데 韓 11% 넘는 '중복상장'… 7월부터 원칙금지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6 18:09

수정 2026.04.16 18:09

금융위·거래소, 제도개선 세미나
이달 구체화해 이르면 7월 시행
경영 독립성·투자자보호 등 심사
기업 "자회사 경쟁력 약화" 우려도
美 0.05%인데 韓 11% 넘는 '중복상장'… 7월부터 원칙금지
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된 중복상장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한 제도 개편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이달 중 거래소 규정 개정안을 예고하고, 이르면 7월부터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 체계를 시행할 계획이다. 국내의 중복상장 비율(상장사 간 지분보유 시가총액 기준)은 지난해 말 기준 11.2%다. 이는 미국(0.05%)·일본(4.0%)·중국(2.4%)·대만(2.7%)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중복상장 제도 개선 공개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달 대통령 주재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발표된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 방향의 세부제도를 설계하기 위한 공론화 자리다. 개인·기관투자자, 상장사협의회, 증권사, 한국VC협회, 학계·법조계 등 각계 전문가가 참석했다. 정부와 거래소는 이날 세미나를 포함한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4월 중 거래소 규정 개정안을 마련하고 예고를 실시한 뒤, 이르면 7월부터 새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이번 제도 개편 의의를 "새로 도입된 주주 충실의무를 상장 제도에도 적용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금융위는 상장의 이익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비대칭적 중복상장과 전체 주주에게 공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복상장을 엄격히 구분해 심사하기로 했다.

이날 거래소가 공개한 추진방안에 따르면, 상장세칙에 중복상장 특례를 신설해 △영업 독립성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를 3대 심사기준으로 적용한다. 심사항목을 미충족하면 상장을 불승인할 예정이다.

우선 영업 독립성은 자회사의 주력 사업이 모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영위되는지를 살핀다. 주력 제품 및 매출처의 유사성과 연구개발(R&D)·원재료 조달·매출 등의 모회사 의존 정도가 핵심 평가항목이다. 경영 독립성은 자회사의 의사결정·지배구조 독립 여부다. 이사회 구성의 독립성과 상근 경영진 존재 여부는 물론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모회사 관여 정도 등을 점검한다. 투자자 보호는 자회사 상장 필요성과 주주 소통·보호 노력을 심사하고 모회사 일반주주 동의 여부까지 확인한다.

심사 대상은 △상장법인이 물적분할(현물출자·영업양도)해 설립한 회사의 신규 상장 △지주사 전환 목적의 인적분할 후 재상장 △상장법인이 신설·인수한 자회사 상장 등 세 유형이다. 거래소는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충실의무를 부여,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공시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해관계자 간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투자자측은 중복상장이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구조적 원인이 되고, 이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기업측은 중복상장이 불가능해지면 자회사의 해외 상장이 증가해 자본시장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인수합병(M&A)으로 인수한 자회사도 모회사가 상장사라는 이유로 기업공개(IPO)를 못하게 되면 M&A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학계·법조계는 지배구조 이해상충 문제와 지배권 가치의 왜곡 우려를 지적했다. 나현승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중복상장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을 심화하고, 이중 이익계상(더블카운팅)·자산의 수익환원 제약 등을 통해 모회사 주가를 구조적으로 저평가시키는 경로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제시했다.
다만 중복상장을 전면 금지할 경우 자본집약적 신사업 투자가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예외허용 등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봤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