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레이더·주파수 장악해 이란 마비
안보 현실론 입각 군사 진입 철저히 조율
일본, 美우선주의 역이용해 체급 확장
원시어터 구상·동북아 안보 사령탑 노려
냉엄한 다자방위 시험대 올라선 한국
전자전 주파수 통제권 확보 과제 부상
한미동맹 공고화·실리 중심 국방전략 절실
이는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실전 경험을 보유한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의 속도 조절'과 '다자 안보 분담 기조'가 전 세계 킬웹(Kill Web·초연결 통합 전장)을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 그 이면을 투영하는 국제 정치·군사적 대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표면적인 수사 뒤에 숨겨진 철저한 손익계산과 전자전 주도권을 둘러싼 다자간 연합방위태세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외형적으로 큰 불협화음 노출 없이 오는 9월 24일 워싱턴에서 미·중 회담이라는 '다음 약속'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각론에서의 온도 차로 공동성명 도출이 무산되면서 외교가에선 사실상 '빈손 회담'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앞서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인태 안보 지형 보고서'에서 이번 "미·중 정상 간의 만남은 물밑에서 철저한 양자 간의 '빅딜'이 전제돼 있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은 바 있다. 실질적인 글로벌 안보 지형의 손익계산은 미·중 정상이 테이블에 앉기 전에 거의 사전에 확정되었다는 진단이 합리적이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향해 이란산 원유 수입의 즉각적인 제한과 대미 투자 확약을 압박하는 카드로 베이징을 흔들었다. 관세 폭탄 유예라는 경제적 당근을 쥐고 시진핑 지도부의 안보적 양보를 이끌어낸 셈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인도태평양 내 미군의 첨단 전력 증강 속도를 조절해 달라는 실리적 선에서 합의를 도출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역시 올해 초 전술 논평을 통해 "양국의 '평화적 기류'는 대결의 종식이 아니라, 서로의 급소를 쥔 채 다음 안보 거래를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는 침묵의 시간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외교는 명분이 아닌 철저한 손익계산서에 의해 작동함이 팩트로 증명됐다는 평가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도한 대이란 군사 작전에선 이란의 레이더 방공망과 모든 주파수를 장악하는 현대 전장의 양상이 가시적으로 입증됐다. 미국 국방분석센터(CNA)의 지난 2월 전자기전(EW) 자산 동향 분석에 따르면, 미 중부사령부는 호르무즈 해협 및 오만만 전역을 포괄하는 책임 구역(AOR) 내에 고출력 전파 방해를 수행하는 아군 편대 동반 침투용 EA-18G '그라울러' 에스코트형 전자전기와, 적 사거리 밖에서 광범위한 주파수를 마비시키는 EA-37B 및 EC-130H 등 고공 원거리 스탠드오프형 자산을 포함해 약 3개 비행대대 규모(추정치 약 40~50대)의 강력한 전자기전 전력을 상시 대기시키고 있다. 적 방공망 사거리 안팎에서 전파를 다층적으로 먹통으로 만드는 이 전자전 역량은 이란 최신 방공 시스템을 완전히 마비시킨 핵심 비대칭 자산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전면적 폭격 시점과 지상군 투입을 의도적으로 늦추는 배경에는 철저한 안보 현실론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현재 고조되고 있는 이란 내부의 경제난과 반정부 정서의 추이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즉 이란 내부의 자정에 의한 결정적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 정황이 명확히 포착되기 전까지는 섣부른 군사적 진입을 통제하겠다는 복합적인 계산을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전쟁의 속도 즉 공세와 중단을 입체적으로 통제하며 혁명수비대(IRGC)가 주도하는 이란 강경파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미·일 안보 결합···일본의 급부상
트럼프 2기 안보 패러다임 속에서 최근 동북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상은 일본의 전략적 체급 확장이다. 미 랜드(RAND) 연구소가 지난 4월 특별 기고한 '동아시아 연합전장 개편론'에 따르면, 일본이 미국에 전격 제안하여 조율 중인 '원 시어터(단일 전장)'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는 극동아시아와 동아시아 전역을 포괄하는 인도·태평양 지역 우방국들, 미국과 일본·호주·필리핀, 그리고 한국까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동해 안보 전선을 하나로 묶으려는 초국가적 통합 전략이다. 미국이 다자 안보 체제를 통해 글로벌 군사적 리스크와 비용을 분담하려는 시대에, 일본은 이 단일 전장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며 미국의 안보 전략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일본의 이러한 급부상은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역이용한 고도의 실리 국방·외교적 성과로 평가된다. 일본은 미국의 고질적인 조선업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공급망 재편(MASGA 프레임)에도 적극적이다. 그 대가로 원거리 전자전 수행과 동시에 공세적 미사일 공격이 가능한 '래피드 드래건' 모듈 탑재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올해 3월 발표한 글로벌 기동 자산 및 군비 동향 지표에는 일본 가와사키 C-2 대형 수송기를 기반으로 개발한 차세대 원격 전자전기 'EC-2'의 첫 시험비행 성공은 일본이 원 시어터 전략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선언과 같다고 분석했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과제
글로벌 안보 싱크탱크들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동맹의 가치는 '비용과 실질적 역할 분담'이라는 정량적 지표로 입증된다고 진단하고 있다. 미 백악관 발표와 미국 외교협회(CFR) 보고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남미 독재 정권 압박을 통한 불법 난민 차단 △파나마 등 주요 글로벌 물류 해상 통로 유지 △쿠바와 카리브해 일대 적대국 거점화 차단 및 봉쇄 △첨단 산업 성장을 위한 아프리카 핵심 광물 공급망 선점 △러·중 견제를 위한 북극권 항로 주도권 확보 △미국과 글로벌 위협 제거를 위한 이란 군사시설 정밀타격 등 6대 글로벌 안보·외교 성과를 축적해 오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주변국들은 세계를 주도하는 미국의 실리주의 틀 안에서 생존과 미래를 위한 손익계산서를 두드리고 있다. 한반도의 안보 담론 역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기반으로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고, 안보·경제 결합력 강화에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제정치학계 지정학적 실리주의 학파의 공통된 진단이다.
현대 킬웹 전장 환경에서 일종의 '고슴도치' 전략인, 독자적인 A2/AD(반접근/지역거부, Anti-Access Area Denial) 전략·전력 구축이 주권 수호의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비대칭·핵 투사 전력이 집중된 동북아 지역에서의 생존을 위한 군사 기술적 대응이 시급한 당면 과제다. 그 핵심은 독자적인 전자전 주파수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일본이 미국과 군사적 협력 강화를 통해 동북아 안보의 실질적 사령탑으로 급부상하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도 최근 공동 안보 논평을 통해, 강력한 다자간 연합방위 네트워크 체제 구축과 각 국가가 자국 영공과 국토 수호에 대한 독자적인 다층적 억제력을 정량적으로 증명하지 못할 경우, 다극화된 격변기 속에서 안보 주도권을 상실하고 전략적 의존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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