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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로 옮겨붙은 가계빚… 주담대보다 100배 더 빌렸다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31 18:28

수정 2026.05.31 18:53

5대은행 주담대 250억 증가 그쳐
개인 신용대출 2조6496억 폭증
증시 랠리 여파 빚투 증가세 뚜렷
조정장·금리상승 겹치면 이자폭탄

증시로 옮겨붙은 가계빚… 주담대보다 100배 더 빌렸다

이달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가 250억원에 그친 반면, 개인 신용대출은 2조6000억원 넘게 불어났다. 증시 호황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주택담보대출에서 신용대출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28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70조2728억원으로 집계됐다. 4월 말(767조2960억원)보다 2조9768억원이 많은 것으로,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핵심은 신용대출이다.

5월 신용대출 증가액은 주담대 증가액의 100배를 웃돌았다.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에 나서는 차주들의 자금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4월 말 612조2443억원에서 지난 28일 기준 612조2693억원으로 250억원 증가에 그쳤다. 4월 한 달 간 주담대가 1조9104억원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멈춘 수준이다.

같은 기간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04조3413억원에서 106조9909억원으로 2조6496억원 급증했다. 이 같은 증가 폭은 코스피가 3200선을 처음 돌파하며 당시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1년 4월(6조8401억원) 이후 5년 1개월 만에 가장 크다. 신용대출 잔액 자체도 2023년 11월 말 107조7191억원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제일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특히 마이너스통장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5대 은행의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월 말 39조7877억원에서 지난 28일 41조9303억원으로 2조1426억원이 불어났다. 한도가 아니라 실제 사용된 대출잔액이다.

금융권에서는 증시 랠리가 신용대출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급등하면서 투자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수요가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으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4월 말 6598.87에 마감한 뒤 5월 들어 상승세를 보이며 29일에는 8476.15를 기록했다. 5월 들어 28.45% 상승한 것이다.

문제는 신용대출이 담보가 없는 대출이라는 점이다. 주담대보다 금리 부담이 크고, 차주의 소득과 신용도에 따라 부실 위험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 특히 주식시장 조정이나 금리 상승이 겹치면 차주는 투자 손실과 이자 부담을 동시에 떠안을 수 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 29일 기준 연 4.16∼5.85%로, 상단이 6%에 육박했다.
지난해 말 연 3.84∼5.36%는 물론 중동 전쟁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올해 3월 말(연 3.85∼5.53%)보다 높은 수준이다. 향후 기준금리 인상 기대나 시장금리 상승 압력이 커질 경우 차주의 이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8회 연속 동결했지만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의 메시지는 물가와 환율 흐름에 대한 경계감을 높이며 향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신용대출을 활용한 투자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통화정책 기조 변화와 증시 조정이 맞물리면 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