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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좌우하는 삼전닉스…'선도기업 쏠림' 자연스러운 현상 [한미재무학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31 19:02

수정 2026.05.31 19:01

멍고 윌슨 英 옥스퍼드대 재무경제학 교수
내 연구의 관심사는 '언제''어떻게'
금융시장은 항상 동일한 방식으로 가격 결정하지 않아
美금리·물가 등 특정 정보가 공개되는 순간 더 민감하게 반응
투자자들의 신념 차이도 시장 변동성 만들어내는 요소
최근 한국 증시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반도체 기업 영향력이 절대적
단순히 개별기업 실적 넘어 글로벌 AI 투자·반도체 수요
나아가 세계 경기 흐름에 대한 신호로 당연하게 받아들여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최근 한국 주식시장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기대와 글로벌 유동성 환경 변화 속에서 빠른 상승과 높은 변동성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역사적 고점 부근까지 상승하는 과정에서 이를 단순한 버블이나 과열로 해석해야 하는지, 혹은 글로벌 기술 패러다임 변화와 한국 기업들의 구조적 재평가 과정으로 봐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 역시 커지고 있다.

코스피 좌우하는 삼전닉스…'선도기업 쏠림' 자연스러운 현상 [한미재무학회]

멍고 윌슨 영국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원 재무경제학 교수와 류동한 영국 옥스퍼드대 재무학 박사과정 학생의 대담을 통해 최근 한국 증시의 급격한 변화와 글로벌 자본시장의 흐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그리고 현대 자산가격이론이 오늘날 시장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윌슨 교수는 자산가격결정이론(Asset Pricing)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이 거시경제 정보와 불확실성, 그리고 투자자 간 신념 차이를 어떻게 가격에 반영하는지를 연구해 온 세계적 석학이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연구 주제와 자산가격결정 분야를 연구하게 된 계기는.

▲재무학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 중 하나는 결국 이것이다. "위험한 자산의 가격과 기대수익률은 어떻게 결정되는가"라는 문제다. 전통적인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M)은 시장 전체 움직임에 대한 민감도인 '베타(Beta)'만으로 자산의 위험 프리미엄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매우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이론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실제 금융시장에서는 CAPM이 항상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난 수십년간의 실증 연구들은 베타가 높은 자산이 반드시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반복적으로 보여줬다. 학계에서는 이를 재무학의 대표적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로 여겨 왔으며, 나 역시 바로 그 지점에서 큰 학문적 흥미를 느끼게 됐다. 내 연구의 핵심 관심사는 시장이 '언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는가에 있다. 특히 투자자들이 거시경제 정보와 불확실성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자산가격 형성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발표한 연구 가운데 하나가 2014년 논문 '자산가격: 이틀의 이야기(Asset Pricing: A Tale of Two Days)'다. 이 논문에서는 금융시장의 거래일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나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같은 주요 거시경제 발표일과 그렇지 않은 날로 구분해 분석했다. 흥미롭게도 평상시에는 잘 작동하지 않던 CAPM이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집중되는 발표일에는 매우 강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투자자들은 중요한 정보가 공개되는 순간 시장 전체의 체계적 위험(systematic risk)을 다시 평가하며, 그에 상응하는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결국 금융시장은 항상 동일한 방식으로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와 불확실성이 집중되는 특정 시점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연구들을 보면 기업 실적 발표 역시 시장 전체 위험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투자자 간 정보와 신념 차이가 자산가격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최근 연구들로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핵심 질문은 금융시장이 새로운 정보를 어떻게 가격에 반영하는가, 그리고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하는 점이다. 초기 연구에서는 연준 회의나 물가 발표처럼 거시경제 정보가 공개되는 특정 시점에 주목했다. 그런데 연구를 이어가다 보니 흥미로운 점은 시장 전체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주체가 반드시 중앙은행이나 정부 발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개별 기업의 실적 발표 역시 투자자들에게 경제 전반에 대한 중요한 신호(signal)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실적은 단순히 그 기업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산업의 수요 상황이나 소비 흐름, 나아가 경제 전반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을 수 있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투자자 사이 정보와 신념 차이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전통적 재무이론은 시장 참여자들이 대체로 동일한 정보를 공유하고 비슷한 방식으로 위험을 평가한다고 가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실의 금융시장은 훨씬 복잡하다. 투자자들은 같은 정보를 보더라도 서로 다른 기대와 해석을 갖고 있으며, 바로 그 차이가 가격 변동성과 거래를 만들어낸다. 최근 발표한 논문 '잃어버린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The Lost Capital Asset Pricing Model)'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우리는 흔히 CAPM이 실증적으로 실패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투자자들 사이 정보와 기대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연구자가 관찰하는 '베타'와 투자자들이 실제로 인식하는 위험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시장의 변동성이나 가격 움직임은 단순한 비이성적 과열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투자자들이 미래 경제 상태를 다르게 해석하는 과정의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내 연구 전반의 공통된 관심사는 정보(information), 불확실성(uncertainty), 그리고 투자자 간 신념의 이질성(heterogeneity)이 금융시장 가격 형성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는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 한국 증시처럼 AI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빠른 상승과 높은 변동성이 동시에 나타나는 시장 역시 단순히 '버블' 여부만으로 설명하기보다는 투자자들의 기대와 신념 차이를 함께 봐야 한다는 뜻인가.

▲시장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동시에 변동성도 큰 상황에서는 사람들은 보통 그것이 버블인지 아닌지를 먼저 묻는다. 물론 지나친 낙관론이나 투기적 요소가 일부 존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 연구 관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미래 경제와 기업 실적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최근 한국 시장은 단순한 국내 시장이라기보다 글로벌 거시경제와 기술 사이클에 매우 깊게 연결돼 있다. 한국 경제는 반도체와 첨단 제조업 비중이 높고 AI 인프라 투자 확대나 글로벌 기술 수요 변화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단순히 현재 실적만이 아니라 미래 AI 수요, 글로벌 성장 경로, 미국 통화정책, 그리고 장기적인 기술 패러다임 변화까지 함께 가격에 반영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 간 기대와 신념 차이 역시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다. 어떤 투자자들은 AI 중심 기술 변화가 장기간 지속될 구조적 변화라고 보는 반면, 다른 투자자들은 지나치게 빠른 기대 반영이나 향후 경기둔화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다. 결국 시장의 높은 변동성은 단순히 비이성적 과열의 증거라기보다 미래 경제 상태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충돌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 대담자 류동한 옥스퍼드대학교 사이드비즈니스스쿨 박사과정 학생은 실증재무를 중심으로 법경제학, 정치경제학과 자산시장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사회과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 방문학자를 지낸 바 있다. 올해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멕시코 ITAM 비즈니스스쿨 재무학과 조교수로 부임할 예정이다.
▲ 대담자 류동한 옥스퍼드대학교 사이드비즈니스스쿨 박사과정 학생은 실증재무를 중심으로 법경제학, 정치경제학과 자산시장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사회과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 방문학자를 지낸 바 있다. 올해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멕시코 ITAM 비즈니스스쿨 재무학과 조교수로 부임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한국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소수 반도체 기업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커졌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 역시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 중심의 집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가장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전통적 자산가격이론은 시장 포트폴리오가 비교적 잘 분산돼 있다는 암묵적 가정을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미국이든 한국이든 소수 초대형 기술기업들이 시장 전체 움직임을 크게 좌우하는 구조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런 집중 현상은 단순히 특정 기업 규모 확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기업들을 미래 기술 혁신과 글로벌 성장의 핵심 수혜자로 인식하고 있으며, 따라서 시장 전체 기대와 거시경제 전망이 이들 기업 가격에 매우 강하게 반영된다. 다시 말해 특정 기업의 움직임이 점점 더 시장 전체 기대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 시장 역시 매우 흥미로운 사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은 단순한 개별 기업 뉴스라기보다 글로벌 AI 투자와 반도체 수요, 나아가 세계 경기 흐름에 대한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실적 발표나 전망 변화가 코스피 전체 변동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교수님의 연구들을 보면 미국 연준 정책 발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매우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한국 증시 역시 국내 변수보다 미국 금리나 연준 발언에 훨씬 민감하게 움직인다는 평가가 많은데.

▲실제로 내 연구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결과 가운데 하나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미국 연준 통화정책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현상이 미국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개방형 경제의 주식시장 역시 미국 통화정책 발표일에 높은 민감도를 보인다. 그 이유는 연준 정책이 단순히 미국 단기금리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할인율(discount rate)과 자본 흐름, 그리고 위험 선호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처럼 글로벌 무역과 기술 산업 의존도가 높은 경제에서는 이러한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한국 증시를 이해할 때도 국내 변수만으로 설명하기보다는 글로벌 유동성과 미국 통화정책, AI 중심의 글로벌 기술 투자 사이클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시장 변동성 역시 이러한 거대한 글로벌 정보 흐름 속에서 투자자들이 미래를 계속 재해석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 멍고 윌슨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사이드비즈니스스쿨 재무학과 정교수이다. 실증재무와 자산가격결정(Asset Pricing) 이론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CAPM과 위험 프리미엄,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경제학 및 재무학 주요 학술지에 발표해 왔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PPE(Philosophy, Politics and Economics) 전공으로 학사를 취득했으며,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prid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