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추월한 앤트로픽…AI 실탄 확보 속도전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먼저 상장할 것으로 관측됐던 앤트로픽이 1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 상장 서류를 제출하며 선수를 쳤다. 이르면 올가을 상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앤트로픽은 최근 대규모 자금 조달을 마치며 약 9000억달러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시장에서는 IPO 시 기업가치가 1조달러를 웃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연환산 매출은 올해 들어 5배 증가해 지난달 470억달러를 넘어섰다.
오픈AI 역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들과 비공개 IPO 투자설명서 초안을 준비 중이며 빠르면 이번 주, 늦어도 수주 내 SEC 제출 가능성이 거론된다. 오픈AI는 최근 약 8520억달러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올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이날 AI 인프라 확충을 위해 800억달러(약 120조원) 규모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이 가운데 100억달러를 투자한다. 알파벳은 나머지 700억달러 가운데 300억달러는 주관사 인수 공모 방식으로, 400억달러는 시장매출형 공모(ATM) 방식으로 조달할 예정이다.
이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자금 조달에 나서는 배경에는 경쟁사보다 먼저 월가 자금을 선점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상장이 유력한 스페이스X는 시장 자금을 대규모로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스페이스X는 약 1조7500억달러 기업가치를 목표로 750억달러 안팎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I 패권 경쟁이 기술력뿐 아니라 '누가 먼저 월가의 돈을 확보하느냐'의 싸움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산 능력이 병목"…6000억달러 쏟아붓는 빅테크
AI 기업들이 IPO와 증자에 사활을 거는 이유 역시 GPU·데이터센터·전력 확보 경쟁에서 밀릴 경우 성장 자체가 막힐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 등 빅테크 4사의 올해 AI 관련 설비투자(capex) 규모는 6000억~7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 확보 경쟁이 격화되면서 관련 투자 규모는 2027년 1조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실적 발표에서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연산 능력(compute capacity)"이라고 답했다. 그는 "전력과 부지, 공급망 제약 속에서 폭발적인 AI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자금 조달에 먼저 나서는 기업들이 시장 자금을 선점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월가가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누가 상장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먼저냐'다. 시장 자금이 한정된 만큼 먼저 상장한 기업이 대규모 자금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패트릭 힐리 이슈어네트워크 설립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시장 안에는 제한된 산소만 존재한다"며 "스페이스X가 막대한 자금을 빨아들일 것이며, 두 번째 상장 기업은 세 번째보다 유리하지만 첫 번째만큼 좋은 위치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 연구에서도 IPO는 산업별 군집 효과를 보이며 후발 상장 기업일수록 성과가 낮은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우위가 강한 기업들이 먼저 상장하고 이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뒤따르는 패턴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한편 현재 월가 분위기는 대형 기술기업 상장에 우호적이다. AI 반도체 기업 세레브라스 시스템즈는 지난달 상장 첫날 주가가 68% 급등했다. 최근 5년간 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대형 IPO 가운데 첫날 상승률이 이를 웃돈 사례는 지난해 디자인 플랫폼 피그마의 250% 급등 정도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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