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144년 만에 가장 높은 십자가 올랐다…가우디 성당이 지나온 7가지 장면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12 05:00

수정 2026.06.12 05:00

예수 그리스도 탑 완성으로 높이 172.5m 도달
가우디 사망 100주기에 맞춘 상징적 완공 행사
영광의 파사드·계단 공사는 2030년대까지 계속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전경. 예수 그리스도 탑 완성으로 성당은 144년 공사의 핵심 이정표를 넘었다.(출처=연합뉴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전경. 예수 그리스도 탑 완성으로 성당은 144년 공사의 핵심 이정표를 넘었다.(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10일(현지시간) 예수 그리스도 탑 축복식을 열었다.

AP통신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교황 레오 14세는 이날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새로 완성된 중앙 탑을 축복했다. 1882년 공사를 시작한 지 144년 만에 성당의 가장 높은 탑이 완성이다. 영광의 파사드와 외부 계단 등 일부 공사는 2030년대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①1882년, 첫 돌을 놓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공사는 1882년 시작됐다.

처음 설계자는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델 비야르였다. 그러나 이듬해인 1883년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를 맡으면서 성당은 전혀 다른 건축물로 바뀌기 시작했다.

가우디는 고딕 양식에 자연에서 가져온 곡선과 기하학을 더했다. 기둥은 숲속 나무처럼 뻗고, 빛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해 내부를 채우도록 설계됐다. AP통신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두고 "돌과 색, 빛의 걸작"이라는 교황 레오 14세의 표현을 전했다.

②1925년, 가우디가 본 첫 번째 탑

가우디가 생전에 완성을 본 탑은 하나뿐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재단에 따르면 1925년 11월30일 바르나바 탑이 완성됐다. 전체 18개 탑 가운데 처음 완성된 탑이었다. 이 탑은 탄생 파사드 쪽에 세워졌고, 가우디가 자신의 설계가 실제 높이로 구현되는 모습을 확인한 유일한 사례로 남았다.

가우디는 성당 완성을 보지 못했다. 그는 1926년 6월 바르셀로나에서 전차 사고를 당한 뒤 숨졌다. 당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전체 공정의 일부만 진행된 상태였다. 남은 공사는 제자들과 후대 건축가들에게 이어졌고, 가우디가 남긴 도면과 모형, 사진 자료가 이후 작업의 기준이 됐다. 2026년은 가우디 사망 100주기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③1936년, 전쟁이 태운 설계도

스페인 내전은 공사를 멈춰 세웠다. 1936년 전쟁이 시작된 뒤 가우디의 작업실이 훼손됐고, 설계도와 석고 모형 상당수가 사라졌다.

당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아직 가우디가 남긴 구상에 의존해 공사를 이어가던 단계였다. 핵심 자료가 불에 타거나 부서지면서 이후 공사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일이 아니라, 남은 조각을 맞춰 설계를 되살리는 작업이 됐다.

미국 매체 타운앤컨트리는 스페인 내전으로 가우디의 원 설계 상당 부분이 파괴됐고, 공사는 1950년대 이후 다시 본격화됐다고 전했다. 이후 건축가들은 남아 있는 사진, 도면 일부, 파손된 모형 조각을 바탕으로 설계를 복원했다.

기술이 발전한 뒤에는 3D 모델링과 컴퓨터 설계도 공사에 활용됐다.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144년 동안 이어진 이유에는 재원 문제뿐 아니라, 사라진 설계를 다시 해석해야 했던 시간이 함께 들어 있다.

④2005년, 세계유산에 들어간 일부 공간

사그라다 파밀리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것은 아니다. 유네스코는 '안토니 가우디의 작품들' 목록에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탄생 파사드와 지하 예배당을 포함했다. 성당 전체가 아니라 가우디가 직접 설계하고 작업한 핵심 구역이 세계유산으로 인정된 것이다.

탄생 파사드는 가우디의 손길이 가장 직접적으로 남은 부분으로 꼽힌다. 예수의 탄생을 주제로 한 조각과 장식이 촘촘하게 배치돼 있고, 자연에서 가져온 형태와 종교적 상징이 함께 들어가 있다. 지하 예배당 역시 초기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설계 방향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성당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던 시기에도, 가우디 건축의 독창성은 먼저 국제적 평가를 받았다.

⑤2010년, 교황이 축성한 성당

2010년에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축성하고 소성전으로 선포했다. 아직 외부 공사는 계속되고 있었지만, 내부 예배 공간은 공식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 긴 공사 과정 속에서도 성당이 단순한 건설 현장을 넘어 실제 예배가 이뤄지는 종교 공간으로 자리 잡은 시점이었다.

이후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종교 건축물이자 바르셀로나 관광의 핵심 장소가 됐다.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성당을 찾았고, 입장권 수입은 공사 재원으로 쓰였다. 공사가 세금이나 국가 예산이 아니라 기부금과 관람 수입을 중심으로 이어졌다는 점도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특징으로 꼽힌다. 긴 공사는 신앙과 관광, 도시 개발 문제가 함께 얽힌 프로젝트가 됐다.

⑥2026년, 가장 높은 탑이 완성되다

올해 공사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 탑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재단은 예수 그리스도 탑이 172.5m 높이로 완성됐다고 밝혔다. 성당 중앙에 세워진 이 탑은 전체 18개 탑 가운데 가장 높다. AP통신은 예수 그리스도 탑 완성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가 됐다고 보도했다.

교황 레오 14세는 10일 바르셀로나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새로 완성된 탑을 축복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행사는 가우디 사망 100주기와 맞물려 열렸고, 스페인 왕실과 정치권 인사, 신자들이 참석했다. 1882년 첫 공사가 시작된 뒤 144년 만에 성당의 가장 높은 부분이 모습을 갖춘 것이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⑦2030년대까지 남은 마지막 공사

그렇다고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모든 공사가 끝난 것은 아니다. 피플지는 예수 그리스도 탑 완성으로 성당이 큰 이정표를 세웠지만, 영광의 파사드와 주변 공사는 계속된다고 전했다. 완전한 마무리 시점은 2030년대 중반 이후로 거론된다. 현재 완성된 것은 성당의 가장 높은 탑이며, 출입구와 외부 공간 정비까지 포함한 전체 공정은 아직 남아 있는 셈이다.

남은 공사 가운데 가장 큰 쟁점은 영광의 파사드와 계단이다. 영광의 파사드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주 출입구가 될 공간으로, 가우디가 구상한 성당의 마지막 정면부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 구역 공사가 성당 주변 주거지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새 출입구와 계단 계획이 추진될 경우 인근 주민들의 거주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피플지는 해당 계획으로 최대 3000명의 주민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가장 높은 탑을 완성했지만, 성당 주변 공사와 주민 이주 문제는 앞으로도 바르셀로나시와 성당 측이 조율해야 할 사안으로 남아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