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택배-황인범 칩슛-오현규 발리'… 코리안 빅리거 클래스 입증
황희찬·엄지성·오현규 투입, '홍명보 매직' 통했다
체코 벤치의 뼈아픈 오만, 김승규의 빛나는 슈퍼세이브
홍명보호, 32강 꽃길 뚫었다
[파이낸셜뉴스] 한국 축구의 위대한 저력이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밤하늘을 찬란하게 수놓았다. 불의의 일격을 맞고도 흔들리지 않은 '아시아의 호랑이'는 무서운 뒷심으로 유럽의 거인 체코를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홍명보호가 사상 첫 원정 8강을 향한 가장 중요한 첫 관문을 대역전극으로 장식하며 32강 진출의 9부 능선을 단숨에 넘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오전 11시(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체코와의 맞대결에서 0-1로 끌려가던 경기를 2-1로 뒤집는 짜릿한 대역전승을 거뒀다.
양 팀 모두 3-4-3 포메이션으로 맞불을 놓은 가운데, 한국은 전반전 45분을 완벽하게 지배했다.
불운은 후반 13분에 찾아왔다. 파상공세에도 골이 터지지 않자, 스로인 상황에서 뒤쪽에서 쇄도하던 크레이치를 순간적으로 놓치며 뼈아픈 선제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의 진가는 위기에서 더욱 빛났다. 실점 직후 홍명보 감독은 후반 15분 이재성과 이태석을 과감히 빼고 황희찬과 드리블이 뛰어난 엄지성을 전격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리고 후반 22분, 기다렸던 동점골이 터졌다. 이강인이 체코의 수비 벽을 단숨에 허무는 예술적인 전진 패스를 찔러 넣었고, 1대 1 찬스를 잡은 황인범이 골키퍼 키를 살짝 넘기는 우아한 칩슛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세계적인 미드필더로 성장한 두 선수의 클래스가 돋보인 명장면이었다.
승부의 추가 기울자 체코 벤치는 치명적인 오판을 저질렀다. 후반 19분경 1골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 파트리크 시크, 파벨 슐츠, 프로보트 등 핵심 공격 자원들을 대거 빼버린 것이다. 잠그기에 나선 체코를 비웃듯 홍명보호는 자비 없는 맹공을 퍼부었다.
후반 32분 상대 프리킥 골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되며 지옥 문턱에서 돌아온 한국은, 불과 2분 뒤인 후반 34분 기적을 완성했다. 백승호가 찔러준 패스를 황인범이 지체 없이 크로스로 연결했고, 교체 투입된 '특급 조커' 오현규가 감각적인 왼발 논스톱 발리슛으로 기어이 역전골을 폭발시켰다. 벤치의 교체 카드가 또 한 번 완벽하게 적중한 순간이었다.
승기를 잡은 한국의 뒷문은 김승규가 든든하게 걸어 잠갔다. 오현규의 골이 터진 지 약 5분 뒤, 체코의 날카로운 세트피스 유효슈팅을 김승규가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쳐내는 '1골에 버금가는' 미친 슈퍼세이브를 선보였다. 홍 감독은 후반 39분 백승호와 황인범을 빼고 박진섭과 김진규를 투입하며 체코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냈다.
남은 시간 체코의 무딘 창끝은 한국의 붉은 방패를 뚫지 못했고,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은 대한민국의 거대한 환희로 뒤덮였다. 압도적인 경기력과 벤치의 신들린 지략, 그리고 태극전사들의 불굴의 투지가 빚어낸 찬란한 월드컵 첫 승. 32강행의 9부 능선을 넘은 홍명보호의 시선은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해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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