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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KAI 지분율 12% 넘긴다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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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한화오션(042660), 한국항공우주(047810), 한화시스템(272210)

연말까지 5000억 추가 투입...수은 이어 2대 주주

한화 장교빌딩.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 장교빌딩.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KF-21 최초 양산 1호기가 최종조립된 모습. 방위사업청 제공
KF-21 최초 양산 1호기가 최종조립된 모습. 방위사업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율을 9%대로 끌어올리며 한국수출입은행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한화는 연말까지 5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KAI 지분율을 12%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우주·항공·방산 산업의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화가 KAI와의 전략적 협력 기반을 강화, 'K우주·항공'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KAI 주식 177만4708주를 추가 취득했다. 이에 따라 한화 측 KAI 보유 주식은 기존 703만4235주에서 880만8943주로 늘었고, 지분율은 7.22%에서 9.04%로 상승했다. 계열사별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6.50%, 한화시스템이 1.53%,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가 1.0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번 지분 확대에 따라 한화는 KAI 최대 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26.41%)에 이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기존 주요 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 지분율 8%대도 넘어선 수준이다.

한화의 지분 확대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9300억원을 투입해 KAI 지분 4.99%를 확보했다. 이후 지난달 4일 KAI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하고 연말까지 5000억원 규모의 추가 매입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한 달여 만에 목표 물량을 사실상 조기 달성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연말까지 5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KAI 지분을 더 사들이기로 했다. 지난 15일 KAI 종가 14만7600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339만주, 지분율 약 3.47%에 해당한다. 단순 합산 시 한화그룹의 KAI 지분율은 12%를 넘어 12.5% 안팎까지 확대될 수 있다.

한화가 KAI 지분 확대에 나선 배경에는 우주·항공·방산 산업의 대형화 흐름이 있다. 글로벌 시장은 발사체, 위성, 항공기, 항전장비, 엔진, 지상체계, 유지·보수·정비(MRO)를 아우르는 통합 패키지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단일 제품 수출보다 공급망 전체를 묶은 솔루션 제공 능력이 수주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조다.

한화는 항공엔진, 항공전자, 레이더, 위성, 우주 발사체, 지상 방산 분야에서 사업 역량을 키워왔다. 한화시스템은 위성 탑재체와 레이더, 통신 분야에서 기술을 축적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체·엔진·방산 플랫폼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여기에 KAI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개발·제작 업체로 KF-21, FA-50, 수리온 등을 보유하고 있다. 위성 개발과 항공기 MRO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양사의 결합은 우주 분야에서 특히 시너지가 클 것으로 분석된다. 우주항공청의 2026년도 예산은 1조1201억원으로 확정됐다. 전년 9649억원보다 1552억원, 16.1% 늘어난 규모다. 정부 예산이 1조원대를 넘어섰지만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민간 자본과 대형 프로젝트 수행 능력 확보가 여전히 중요하다.

한화와 KAI가 협력할 경우 발사체, 위성 제작, 위성 운용, 지상체계, 데이터 서비스로 이어지는 국내 우주산업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중복 투자를 줄이고 민간 주도 우주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판 스페이스X' 구상의 현실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항공기 수출에서도 통합 역량은 핵심 변수다. KAI의 FA-50은 폴란드,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으로 수출되며 글로벌 경공격기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폴란드에는 FA-50 48대 수출 계약이 체결됐고, 말레이시아와도 18대 규모 계약이 성사됐다. 최근에는 필리핀 추가 수출 등 후속 수요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글로벌 항공·방산 고객의 요구는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기체 단독 구매보다 엔진, 항전장비, 무장체계, 훈련, 정비, 기술 이전, 현지 생산까지 포함한 패키지 수요가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화가 보유한 엔진·전자·레이더·방산 수출 경험과 KAI의 완제기 개발 역량이 결합하면 수출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

KAI의 성장 목표도 공격적이다. KAI는 2025년 수주 8조4590억원, 매출 4조870억원을 제시한 데 이어 2026년에는 매출 5조7000억원대, 수주 10조원대 목표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FA-50 후속 수출, KF-21 양산, 회전익 사업, 위성·MRO 사업 확대가 성장 축이다.

한화 역시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매출 11조원대, 영업이익 1조원대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K9 자주포, 천무 등 지상 방산 수출 확대와 한화오션을 통한 해양 방산 강화가 맞물리며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 구축에 나서고 있다.

지역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경남 창원, KAI는 경남 사천을 주요 거점으로 두고 있다. 여기에 우주항공청이 사천에 자리 잡으면서 경남은 국내 우주·항공·방산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했다. 창원 방산 기반, 사천 항공우주 기반,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연결하는 남부권 우주·항공 산업벨트 구상도 힘을 받을 수 있다.

한화는 KAI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꾼 만큼 향후 주주로서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KAI 최대 주주는 여전히 수출입은행이다. 정부가 보유 지분 처리나 KAI 민영화에 어떤 방향성을 갖느냐가 향후 변수로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단기 차익보다 장기 산업 재편을 염두에 둔 포석을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항공우주 산업은 단일 기업의 기술력만으로는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 한계가 있다"며 "완제기, 엔진, 항전, 위성, 발사체, MRO를 묶는 통합 사업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화와 KAI의 협력은 국내 산업 생태계의 규모를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공정 경쟁과 국가 전략산업 관리라는 과제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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