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제약

정부 AI신약개발 지원 힘 입어… K제약 R&D 활발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GC녹십자, 과기부 실증사업 맡아
신약개발 자율주행 플랫폼 구축
한미, 복지부 SW 개발 사업 참여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인공지능(AI) 활용 신약개발 경쟁이 최근 대규모 정부 지원사업과 연계되면서 연구개발(R&D)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과거 개별 기업 차원의 AI 플랫폼 도입과 바이오벤처 협업 수준에 머물렀던 전략에서 한단계 진보한 것이다. 후보물질 탐색부터 전임상·임상 설계, 데이터 통합 분석까지 AI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업계에서는 AI 역량이 향후 제약사의 핵심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AI 활용 신약개발 경쟁이 국책과제와 연계되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5월 GC녹십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AI-Medicine 신약개발 전 주기 멀티 에이전트 AI 플랫폼 구축 및 실증' 사업의 핵심 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총 57개월간 약 177억원 규모의 정부 지원금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 AI 에이전트들이 협업해 표적 발굴부터 전임상 후보물질 도출까지 신약개발 전 과정을 자율 수행하는 플랫폼 구축이 핵심이다.

GC녹십자 산하 녹암연구소는 플랫폼이 도출한 후보물질을 실제 실험으로 검증·최적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주관 'K-AI 신약개발 전임상·임상 모델개발 사업' 공동 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삼성서울병원이 주관하는 이 과제는 전임상·임상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역이행 연구 설계 AI 소프트웨어' 개발이 목표다. 한미약품은 항암·대사질환 분야에서 축적한 세포실험, 동물모델 조직분석, 오믹스 데이터를 제공하며 AI 학습 고도화에 기여한다.

유한양행은 AI 기반 치료반응성 예측 플랫폼을 보유한 온코마스터, 휴레이포지티브와 항암 신약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AI로 신규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적합 환자군을 선별해 병용요법을 개발하는 정밀의료 전략이 핵심이다.

종근당은 경영진 차원의 의지가 두드러진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AI 융합 기술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설계까지의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은 AI 기반 활성물질 도출·선도물질 확보 체계를 24시간 운영하며 기존 신약개발의 고비용·저효율 구조 개선에 나서는 한편, 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개별 기업이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하던 과거 방식에서, 정부 주도의 초대형 데이터·AI 플랫폼 생태계 안에서 경쟁력이 결정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AI는 더 이상 연구 효율을 높이는 보조수단이 아니라 신약개발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며 "향후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임상데이터를 확보하고 AI 분석 역량을 고도화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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