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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숲, 이름을 더하다"…해수부·현대차·수산공단의 블루카본 동맹[이유범의 에코&에너지]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름 없던 수중 숲에 정체성을 부여
2028 유엔해양총회 글로벌 이슈화까지 겨냥

제미나이.
제미나이.

[파이낸셜뉴스]지난 5월 해양수산부·현대자동차·한국수산자원공단(FIRA)은 울산 주전해역 바다숲에 '울림 바다숲', 울릉도 천연바다숲에 '울릉 통구미 천연바다숲'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두 곳은 카카오맵에 등재됐고, 제14회 바다식목일(5월 10일) 기념행사의 공식 주제로 채택됐다. 탄소를 흡수하고 생물 다양성을 품으면서도 그동안 좌표로만 존재했던 바다숲에, 처음으로 공식 이름이 생긴 것이다. 프로젝트명은 '바다숲, 이름을 더하다(Naming the Sea Forests Without Names)'였다.

세 기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을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호주의 바다숲에도 이름을 붙이는 글로벌 확산 작업을 선포했다. 최종 목표는 2028년 한국에서 열리는 제4차 유엔해양총회를 계기로 한 국제 이슈화다.

바닷 속 잘피. 뉴스1
바닷 속 잘피. 뉴스1

40억 원 민관 협업, 블루카본으로 향하다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2023년 체결된 해수부·수산자원공단·현대자동차간의 MOU다. 이후 올해 5월 세 기관은 바다숲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추가로 체결했다.

네이밍 작업의 직접적 계기는 현대차가 운영해온 글로벌 마케팅 캠페인 '이름없는 숲(Forests Without Names)'이다. 이름 없는 숲에 정체성을 부여한다는 캠페인 메시지가 바다숲 보전 정책과 맞아떨어지면서 협업이 구체화됐다. 추진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국민 인식 제고다. 육상의 숲은 지리산, 설악산처럼 이름으로 친숙하게 인식되는 반면 바다숲은 그간 좌표로만 존재해 인지도가 낮았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름을 부여해 정체성을 만들어주면 보호·보전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논리다. 다른 하나는 글로벌 확장이다. 국내 네이밍을 시작으로 호주, 아르헨티나 등 전 세계 주요 바다숲에도 같은 작업을 확산시켜, 한국이 블루카본과 해양생태계 보전 분야에서 국제적 리더십을 갖겠다는 목표다.

실제 조성사업은 2024년부터 2027년까지 4년간 울산 동구 주전동과 북구 당사동·우가 해역 두 곳에서 진행된다. 총 사업비 40억 원, 국비와 현대차가 각 50%씩 분담한다. 사업 목적은 바다숲 조성을 통한 바다생태계 회복과 해조류 블루카본(Blue Carbon) 방법론 개발·홍보 협력을 통한 탄소중립 정책 실현이다.

블루 카본은 맹그로브 숲, 염습지, 잘피밭(해초류) 등 바다와 연안 생태계가 흡수하고 저장하는 탄소를 의미한다.육상 산림이 흡수하는 탄소인 '그린카본(Green Carbon)'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해양 생태계는 육상 숲보다 탄소를 흡수하는 속도가 최대 50배 이상 빠르며, 물속에 잠겨 있어 유기물이 잘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한번 흡수된 탄소는 수백 년에서 수천 년 동안 안정적으로 보관됩니다된다.

국제적 흐름도 이 사업에 힘을 싣는다. 지난해 10월 제63차 IPCC 총회에서는 기존 잘피·염습지·맹그로브에 더해 해조류·갯벌·조하대 퇴적물을 포함한 방법론 보고서 개요가 승인됐다. 2027년 보고서 발간이 예정돼 있다. 해조류 기반 블루카본이 국제적으로 공식 인정받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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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맵에서 구글맵으로, 한국에서 세계로

네이밍 작업의 원칙은 지역명을 기준으로 하되, 민간 기업 참여를 부각하기 위해 순우리말 이름을 병기하는 방식이다. 울산 신규조성 바다숲은 '울림 바다숲_울산 주전'으로, 울릉도 천연바다숲은 '울릉 통구미 천연바다숲(영문명 Ulleung Tonggumi natural marine-forest)'으로 명명됐다.

포털 등재는 카카오맵부터 시작했다. 현대차가 카카오맵 측과 협업해 등재를 진행했고,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위치, 수중영상, 서식생물상 등 정보를 제공했다. 해수부는 바다숲 세부사업계획에 이를 반영했고, 울릉군은 관내 천연바다숲 추가 등재 의향도 확인했다. 이후 단계로는 네이버지도 등 국내 주요 포털 확대, 궁극적으로 구글맵 등 글로벌 플랫폼에 세계 각지 바다숲을 등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글로벌 확산의 신호탄도 이미 쐈다. 바다식목일 기념행사에서 한국을 시작으로 아르헨티나(Auken Aiken 바다숲)와 호주(Yanggaa 바다숲)의 이름짓기 퍼포먼스가 선포됐다.

국내 홍보도 단계적으로 쌓이고 있다. 프로젝트 영상은 국회부산도서관 북큐레이션 전시(5월 2일~31일)와 부산도시철도역(광안역, 범내골역) 미디어 전시(6월 1일~14일)로 이어졌다. 해수부와 수산자원공단 공식 채널을 통한 영상 게시는 5월 10일부터 진행 중이며, 조류학회·수산학회·해양학회·APPF 등 국제학술대회에서도 지속적으로 노출될 예정이다.

지난 2025년 열린 제 3차 유엔해양총희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25년 열린 제 3차 유엔해양총희의 모습. 연합뉴스

2028 유엔해양총회를 정조준

해수부와 수산자원공단은 이 프로젝트의 최종 목적지를 2028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제4차 유엔해양총회로 잡았다. 단순 네이밍을 넘어, 한국이 전 세계 바다숲 보호·보전 활동을 주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해수부 주관 '바다숲 국제 이니셔티브(Sea Forests Global Initiative)' 구축이다. 식량·수산양식 중심의 기존 '시위드 이니셔티브'와는 별개 트랙으로 운영된다. 해양생태계와 블루카본 관점에서 바다숲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글로벌 NGO 등 국제 네트워크 기구와 협력해 보호·보전 활동의 중심축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이 중심이 되는 공식 국제기구 결성을 통해 네트워크를 넓혀가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추진 일정은 단계적이다. 2027년 IPCC 총회에서 해조류 블루카본 방법론이 공식 공표되고, 같은 해 칠레에서 열리는 해양총회 등 국제행사에서 프로젝트 추진 경과가 사전에 노출된다. 이 흐름을 발판 삼아 2028년 한국에서 열리는 제4차 유엔해양총회에서는 해수부 주관으로 "바다숲 권리 보호·보전"을 주제로 한 스페셜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여기서 말하는 '바다숲 권리'란 이름 없던 바다숲에 정체성을 부여해 세계 시민이 인식하게 만들고, 이를 토대로 법적인 관리 기준을 구축해 지속가능한 해양생태계로서의 역할과 탄소흡수원으로서의 가치를 보호·보전한다는 개념이다.

이 구상의 법적 근거도 이미 마련돼 있다. 수산자원관리법 제41조(수산자원조성사업)와 제55조의2(한국수산자원공단),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33조(탄소흡수원 등의 확충)가 뒷받침한다. 여기에 올해 5월 체결된 해수부·현대차·수산공단의 바다숲사업 협력 MOU가 더해지면서, 민간기업의 마케팅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캠페인이 국가 단위 해양 외교 전략으로 격상되는 모양새다.

수산자원공단 관계자는 "이름이 붙은 바다숲은 지도에 올라가고, 지도에 올라간 바다숲은 인식의 대상이 되며, 인식된 바다숲은 법적 관리와 국제 보전 체계의 대상이 된다"라며 "정부와 수산당국, 민간기업이 함께 추진하는 이 네이밍 작업이 향후 국제 블루카본 논의에서 한국의 입지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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