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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은 떠났고, 주가는 18% 빠졌다 [김문경의 리더십테크] (17)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젠슨 황은 떠났고, 주가는 18% 빠졌다 [김문경의 리더십테크] (17)

[파이낸셜뉴스] 한 사람이 비행기에서 내렸을 뿐인데 한 나라의 주식시장이 들썩였다. 2026년 6월 5일,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Nvidia) 최고경영자가 김포공항에 발을 딛기도 전에 코스피의 'AI 관련주'는 달아올랐다. 그리고 그가 출국하자, 주가는 거짓말처럼 식었다. 네이버는 그가 떠난 뒤 이틀 만에 18% 넘게 빠졌다.

가죽재킷을 입은 CEO 한 사람의 입국과 출국에 한 나라의 증시가 오르내린다. 이쯤 되면 그는 경영자가 아니라 외교관이고, 그의 방한은 정상회담이다.

왜 한 사람의 동선이 시장을 흔들고 있을까? 그의 한마디가 곧 산업의 방향이기 때문이다. 젠슨 황은 이번 방한에서 차세대 AI 가속기에 들어갈 메모리 공급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직접 거명하며, 누가 먼저 인증을 통과했는지를 입에 올렸다. 그 한마디에 두 거인의 주가와 협상력이 갈렸다. 지난해 10월 그가 GPU 26만 장을 한국에 우선 공급하겠다고 선언했을 때는, 정부가 2030년까지 잡아둔 5만 장 목표가 한 문장에 5배로 채워졌다. 기업 CEO의 말 한마디가 한 나라의 산업 전략을 다시 쓴다. 기술을 쥔 자가 곧 권력인 시대다.

젠슨 황은 떠났고, 주가는 18% 빠졌다 [김문경의 리더십테크] (17)

그러나 박수가 끝난 자리에는 차가운 청구서가 남았다. 주가 급등은 실체가 아니라 기대였고, 기대는 그가 떠나자마자 증발했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판다"는 증시의 오랜 격언, 그대로였다. 게다가 같은 시기 젠슨 황이 대만에는 1,500억 달러가 넘는 투자 보따리를 풀어놓은 반면, 한국에 가져온 것은 감사 인사와 공급망 점검이었다.

한국은 엔비디아에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지만, 손님을 맞는 쪽이었지 패를 쥔 쪽은 아니었다. 남의 동선에 올라타 얻은 호재는, 그 사람이 떠나는 순간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한국 CEO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이 좋을까? 답은 뜻밖의 한 장면에 있었다. 젠슨 황이 SK하이닉스를 가장 가까운 파트너라 치켜세우자, 옆에 있던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짧게 받아쳤다. "결과로 보여드리겠다." 누가 먼저 호명되느냐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외부의 인정은 빌려온 것이라 언젠가 반납해야 하지만, 자기 손으로 만든 결과는 누구도 회수하지 못한다.

그러니 지금 리더가 던질 질문은 "그가 우리를 어떻게 평가했는가"가 아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든 흔들리지 않을 실력을 우리가 가졌는가"다. 젠슨 황은 한국에 기회를 주고 떠난 것이 아니다. 기업 각자에게 증명의 숙제를 남기고 떠났다. 답은 그의 동선이 아니라, 우리의 결과에 있다.

/ 김문경(국민대학교 겸임교수·대한리더십학회 부회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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