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한 표 어디로 갔나"…청년부터 노인까지, 이들이 '올공'에 모인 이유
[세대는 달라도 질문은 같았다…"내 표 제대로 세어졌나"]
20대 '훼손된 공정' 분노…30·40 "아이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50·60 "오래 투표해온 유권자로서 확인 필요" 목소리
[파이낸셜뉴스] "누가 이겼는지보다, 내 표가 제대로 세어졌는지가 궁금한 거예요."
18일 새벽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집회 현장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선거 관리 논란과 관련해 재선거·재검표를 요구하는 집회가 이어지면서 현장에는 밤을 넘긴 시민들이 남아 있었다. 연령대도, 집회에 나온 이유도 달랐다.
집회 참가자들이 문제 삼는 지점은 세대별로 조금씩 달랐다. 20대와 30대는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확산한 영상과 자료의 사실관계를 주로 언급했다. 30~40대는 "아이들에게 투표와 민주주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는 문제를 꺼냈다. 50대 이상 참가자들은 오랫동안 투표에 참여해 온 유권자로서 "내 권리가 무시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올림픽공원 집회 현장에는 새벽까지 시민들이 남아 있었다. 참가자가 많지 않은 시간대였지만, 곳곳에서 "재선거", "재검표"를 요구하는 구호가 이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휴대전화로 선거 관련 영상을 다시 확인했고, 다른 시민들은 향후 집회 일정과 법적 대응 가능성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경기도 수원에서 왔다는 20대 직장인 B씨는 "처음에는 유튜브에서만 봤는데, 계속 말이 나오니까 직접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재선거 요구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고, 관련자들의 책임 문제도 나오고 있다"며 "(정부가) 국민에게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공정함이 무너진 것 아닌가, 답답하다"고 말했다.
같은 장소에 있던 30대 회사원 C씨는 선거 결과 자체보다 절차를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결과가 마음에 안 들어서 나온 게 아니다"라며 "내가 투표한 한 표가 어떤 과정으로 처리됐는지 알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없다면 그 과정을 보여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30대 집회 참가자들은 직장 생활과 집회 참여 사이의 부담을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D씨는 "오늘 출근해야 하는데도 아침에 잠시 왔다"며 "정치 집회에 자주 나오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냥 넘기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재선거 요구가 과하다는 시선도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재선거까지 가야 하는지는 따져봐야겠지만, 문제 제기 자체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의혹이 틀렸다면 왜 틀렸는지, 맞다면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40대 직장인들은 자녀와 투표 교육을 언급했다. 자녀 둘을 키우고 있다고 밝힌 40대 회사원 김모씨는 "아이에게 투표가 중요하다고 말해왔는데, 정작 어른들이 의문을 묻지 말라고 하면 설명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결과가 바뀌지 않더라도 확인 과정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50대 이상 참가자들은 투표 경험을 먼저 꺼냈다. 현장 주변에 앉아 있던 50대 최모씨는 "젊을 때부터 선거 때마다 투표했다"며 "내가 찍은 표가 제대로 처리됐는지 묻는 건 유권자로서 할 수 있는 말 아니냐"고 했다. 그는 "재선거를 말한다고 해서 무조건 선거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심이 나오면 확인하고, 설명이 부족하면 더 설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60대 김모씨는 "투표는 국민이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며 "그 기본에 의문이 생기면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근거 없는 말이 퍼지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며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사실처럼 말하면 요구의 힘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70대 참가자도 새벽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는 "나이 먹고 여기까지 나오는 게 쉬운 줄 아느냐"며 "누가 시켜서 온 게 아니라 답답해서 온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젊은 사람도 오고, 나이 든 사람도 왔다. 생각은 달라도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는 마음은 비슷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현장에 나온 시민들이 모두 같은 주장을 한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재선거를 요구했고, 누군가는 재검표나 선거 관리 과정 공개가 먼저라고 했다. 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요구 내용이나 수위는 달랐다.
현장에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나온 사람, 주변 권유로 온 사람, 직접 투표 과정에서 의문을 느꼈다는 사람, 관련 보도를 보고 확인하러 왔다는 사람이 섞여 있었다. 세대별 차이보다 각자가 접한 정보와 경험에 따라 요구 방식이 갈렸다.
아침이 밝아오면서 현장 분위기도 달라졌다. 확성기 앞에서 구호를 외치던 시민들은 뒤로 물러났고, 남은 사람들은 휴대전화 화면을 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누군가는 선거 관련 영상을 다시 재생했고, 또 다른 집회 참가자는 선거관리위원회 설명자료를 찾아 읽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된 거냐", "이 자료는 어디서 나온 거냐"는 질문도 오갔다.
시간이 지나자 일부 참가자들은 귀가 준비를 했다. 밤새 현장을 지킨 이들은 피로한 표정으로 짐을 챙겼다. 한쪽에서는 여전히 대화가 이어졌다. 선거 결과를 둘러싼 주장보다, 절차를 어디까지 확인할 수 있는지 묻는 말이 더 많이 들렸다.
한 60대 참가자는 귀가하기 전 "결과가 어떻게 되든 설명은 듣고 싶어요. 그래야 다음에도 마음 놓고 투표하죠"라고 말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