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폐기 직전 빵의 변신…소비자·기업·환경 모두 웃는 '떨이 경제학' [단내나는 짠테크]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한계효용·재고관리·추가구매 효과 결합…마감할인의 경제적 효과
'짠테크'와 친환경 소비의 만남…기후부, 배달앱·프랜차이즈 협업

발품을 판 끝에 파리바게트의 한 매장에서 5000원에 판매하는 묶음 상품을 3000원 '떨이'로 구매했다./사진=서윤경 기자·이미지=챗GPT
발품을 판 끝에 파리바게트의 한 매장에서 5000원에 판매하는 묶음 상품을 3000원 '떨이'로 구매했다./사진=서윤경 기자·이미지=챗GPT

다 올랐습니다. '내 월급' 빼고 모든 게 오른 듯 합니다. 점심 한 끼, 커피 한 잔이 걱정인 독자 여러분을 위해, 돈이 되는 소비의 방법을 공유해 드립니다. [단내나는 짠테크] 그 열 번째 이야기는 환경도 지키고 경제도 지키는 '떨이 경제'입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19일 저녁 7시 55분. 스마트폰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열었다. 저녁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후 8시 '느닷없이' 뜨는 아이콘을 클릭하기 위해서였다. 예정된 시간이 됐다. 그러나 기대하던 아이콘은 뜨지 않았다.

'금속탐지기'를 들이밀 듯 아이콘이 뜰 때까지 이동했다. 종로3가, 을지로3가를 거쳐 충무로까지 빗길을 걸으며 '현재 위치'로 주소지를 바꿨다.

원하던 아이콘은 뜨지 않았고 배달 앱을 닫는 순간 빵집 앞 가판대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의 특별한 가격'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5000원짜리 묶음 판매 상품을 3000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떨이'.

구성품의 원가를 물으니 직원은 "하나는 4200원짜리인데 5000원에 맞추기 위해 호밀빵 두 조각을 넣었다"며 "묶음 상품은 매일 저녁 남은 상품에 따라 구성을 달리해 3000원에 판매한다"고 말했다.

실패의 순간 성공한 셈이 됐다. 이날 장소를 옮기며 시도한 게 지난 15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시작한 '미판매 식품 마감할인 서비스'였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는 마감 시간 할인된 가격의 빵을 배달앱을 통해 확인한 뒤 구매할 수 있었다.

기후부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 업체와 프랜차이즈 빵집이 참여한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 뒤 "서비스 시작이라 앞으로 참여매장과 브랜드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발품을 판 덕에 우연히 구매한 떨이 상품의 매력, 그저 할인된 가격으로 국한할 수 있을까. 예상치 못한 매력을 품고 있었다.

'떨이'의 경제학에 담긴 숨은 경제학

3000원짜리 '떨이' 상품을 구매한 빵집에서 제값 주고 샌드위치를 1만3000원에 추가 구매했다. 사진 아래는 배달의민족 '미판매 식품 마감할인 서비스' 예시. /사진=서윤경 기자·기후에너지환경부
3000원짜리 '떨이' 상품을 구매한 빵집에서 제값 주고 샌드위치를 1만3000원에 추가 구매했다. 사진 아래는 배달의민족 '미판매 식품 마감할인 서비스' 예시. /사진=서윤경 기자·기후에너지환경부

'떨이' 마케팅은 기존에도 존재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은 유통기한 또는 소비기한이 임박한 도시락과 반찬, 샐러드 등 판매되지 않은 제품을 야간 시간대에 별도로 진열해 판매해 왔다.

여기서 나온 '떨이 경제학'은 공식적인 경제 용어는 아니다. 다만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할인 판매처럼 보이는 이 '떨이'가 경제 이론을 더하면 가격 차별 원리와 기업의 재고 관리 전략을 활용해 남은 상품을 할인 판매하고 한계이윤을 극대화하는 개념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다.

소비자는 같은 상품을 추가로 구매할수록 느끼는 만족감이 점차 감소한다. 처음 먹는 빵 한 개는 매우 만족스럽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빵의 만족감은 점점 줄어든다. 판매자는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 마감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할인 폭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판매자 입장의 '한계비용' 개념을 적용할 수도 있다.

이미 만들어 놓은 빵이나 도시락은 추가 생산비가 들지 않는다. 폐점 시간까지 팔리지 않으면 가치가 사실상 '0원'이 된다. 그렇다면 정가 5000원짜리 빵을 2500원에 팔더라도 폐기하는 것보다 낫다. 폐기 비용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고 관리 측면에서도 이점이 크다. 유통업체와 음식점은 남은 상품을 창고에 보관하거나 폐기하는 데 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할인 판매를 통해 재고를 신속하게 현금화하면 자금 회전율이 높아진다. 기업들이 마감 할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할인 판매가 단순히 남은 상품을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비자가 반값 빵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했다가 음료나 다른 상품을 추가로 구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를 '미끼 상품 효과' 또는 '추가 구매 효과'라고 부른다.

실제 이날 3000원짜리 묶음 빵을 사러 갔다가 이보다 4배가량 비싼 샌드위치 두 개를 추가로 구매했다.

해당 빵집 사장은 "떨이 서비스를 한 건 오래됐다. 우리 입장에선 손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고 재고 소진 측면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떨이' 경제학에 추가한 환경

'미판매 식품 마감할인 서비스'는 배달앱마다 사용 방식, 할인율에 차이가 있다. 자주 이용하는 앱에서 서비스 방식을 숙지한 뒤 할인 매장과 상품을 찾으면 된다. 위는 쿠팡이츠, 아래는 요기요.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미판매 식품 마감할인 서비스'는 배달앱마다 사용 방식, 할인율에 차이가 있다. 자주 이용하는 앱에서 서비스 방식을 숙지한 뒤 할인 매장과 상품을 찾으면 된다. 위는 쿠팡이츠, 아래는 요기요.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기후부는 '떨이'의 매력에 하나를 더했다.

기후부는 지난 15일 스마트폰 앱과 웹을 활용해 소비기한이 임박했거나 당일 판매되지 못한 식품을 할인 판매하는 '미판매 식품 마감할인 서비스'를 본격 운영한다고 밝혔다.

사업에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 플랫폼은 물론 럭키밀, 마구마켓 등 전문 마감할인 플랫폼도 참여한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를 비롯한 제과 프랜차이즈와 개인 빵집, 음식점들도 할인 판매에 동참할 예정이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소비자는 앱에서 주변 매장의 마감 할인 상품을 확인한 뒤 할인된 가격에 구매하면 된다. 판매자는 폐점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팔리지 않은 빵과 음식 재고를 등록해 판매한다.

'미판매 식품 마감할인 서비스'는 배달앱마다 사용 방식, 할인율에 차이가 있다. 자주 이용하는 앱에서 서비스 방식을 숙지한 뒤 할인 매장과 상품을 찾으면 된다. 위는 럭키밀, 아래는 마구마켓.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미판매 식품 마감할인 서비스'는 배달앱마다 사용 방식, 할인율에 차이가 있다. 자주 이용하는 앱에서 서비스 방식을 숙지한 뒤 할인 매장과 상품을 찾으면 된다. 위는 럭키밀, 아래는 마구마켓.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플랫폼별 할인 폭도 적지 않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20% 이상 할인 상품을 운영하며, 럭키밀은 50% 이상 할인된 상품을 제공한다. 마구마켓 역시 20~60% 수준의 할인 판매를 진행한다.

특히 이번 서비스는 '짠테크'와 친환경 소비가 결합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최근 소비자들은 단순히 저렴한 제품을 찾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환경에 도움이 되는 소비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소비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판매하는 플랫폼 '투 굿 투 고(Too Good To Go)'가 수천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성장했다. 식품 폐기를 줄이는 행동 자체가 하나의 가치 소비로 자리 잡은 것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후부는 이번 서비스를 통해 매년 약 500만톤 발생하는 음식물류 폐기물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는 돈을 아끼고, 판매자는 손실을 줄이며, 사회는 쓰레기를 줄인다. 매장은 신규 고객까지 확보할 수 있다. 한때 골칫거리였던 떨이가 이제는 소비자와 기업, 환경 모두가 이익을 얻는 새로운 경제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기자 정보

#떨이 #기후환경에너지부 #배달앱 #파리바게트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