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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종전 합의했지만…유조선 운임 9.2% 상승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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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선 스팟 운임, 전쟁 전 2.7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HD현대 제공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HD현대 제공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며 80여일간 이어진 중동 전쟁이 일단락됐지만, 글로벌 해상 운임은 선종을 가리지 않고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원유선과 가스선, 컨테이너선에 이어 항공 운임까지 동반 강세를 나타내면서 물류 차질과 비용 증가로 국내 수출기업의 부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발틱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원유·액화천연가스(LNG) 교역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운임 상승세도 꺾이지 않고 있다. 유조선 운임지수(WS)는 지난 17일 중동∼중국 노선 초대형 유조선(VLCC) 기준 439.1을 기록했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하기 전인 지난 10일(402.2)보다 9.2% 높은 수준으로,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27일(224.7)과 비교하면 약 2배에 이른다. 중동∼중국 노선의 27만t급 유조선 용선료도 지난 17일 44만8023달러로 일주일 전(40만1612달러)보다 올랐다. 전쟁 직전(21만8154달러)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운임이 종전 합의에도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데는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자리한다. 양해각서에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60일간만 면제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논란이 일었다. 게다가 이란군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20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MOU 위반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봉쇄한다고 밝혀, 운임이 재차 출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선박 보험료 부담도 운임 고공행진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한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한국 국적 대형 유조선은 1척당 200만달러(약 30억원)에 달하는 통항보험료를 부담해야 했고, 전쟁위험보험료는 선박가격의 5% 수준까지 치솟아 전쟁 초기(1%) 대비 5배 급등하기도 했다 [ref:50,56]. 이란이 향후 통항 수수료를 부과할 권리를 예고하면서, 보험서비스 재개가 곧바로 통항 정상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진단도 제기된다.

LNG 운반선 운임 역시 안정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7만4000㎥급 LNG선의 스팟(단기) 운임과 1년 정기 용선료는 지난 12일 각각 9만6000달러, 7만9000달러를 기록했다. 전쟁 직전과 비교하면 스팟 운임은 2.7배, 1년 용선료는 1.9배 수준이다. LNG선은 장기 계약 비중이 높아 스팟 운임에 즉각 반영되지는 않지만, 우회 항로가 마땅치 않아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납기 지연 위험이 커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컨테이너선 운임도 성수기 진입과 맞물려 오름세를 보인다. 컨테이너 운송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8일 기준 3121.69로 전주 대비 4.6%(136.47포인트) 상승했다. SCFI가 3000선을 넘긴 것은 2024년 8월 23일(3097.63)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이다. 8주 연속 상승세로, 중동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27일(1333.11)과 비교하면 134.2% 뛴 수준이다.

노선별로 보면 미주 서안 노선 운임은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5683달러, 동안 노선은 6873달러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각각 11.4%, 8.7% 올랐다. 앞서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이 중동 노선 신규 예약을 일시 중단하고 운항 중인 화물을 대체 항만으로 우회시키는 항로우회(디비에이션) 조치에 나서면서, 박스당 1000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등 공급망 차질이 운임을 끌어올렸다.

해상 운임 강세의 여파로 항공 화물 운임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항공 화물 운임 지표인 발틱 항공화물 운임지수(BAI) 종합 지수는 지난 15일 기준 2715로 전주보다 1.3% 올랐다. 지난해 동기 대비로는 34.6% 높다. 출발지별로는 홍콩발(42.2%↑) 상승률이 가장 가팔랐고, 시카고발(35.4%↑), 상하이 푸둥발(34.6%↑), 프랑크푸르트발(24.2%↑)이 뒤를 이었다.

반면 국제유가는 종전 합의를 계기로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브렌트유는 지난 17일 3개월 만에 배럴당 70달러대로 내려앉았고, 종전 합의 임박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개전 직전과 비교하면 브렌트유는 9%,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3% 높은 수준에 그쳐 [ref:78,81], 운임 지표와는 뚜렷한 온도 차를 보였다. 유가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과 달리, 운임은 선박과 보험 등 물류 공급망 정상화가 지연되며 시차를 두고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운송 차질과 물류비 상승 등 국내 수출업계의 경영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중동 전쟁 관련 중소기업 피해·애로 및 우려 접수 건수는 총 946건으로 전주보다 28건 증가했다. 피해·애로 유형(중복 응답)에서는 운송 차질이 290건(39.7%)으로 가장 많았고 물류비 상승(38.0%), 계약 취소·보류(31.9%), 출장 차질(16.8%), 대금 미지급(13.1%)이 뒤를 이었다.

실제 한 업체는 이스라엘에 제품을 수출해 왔으나 전쟁으로 운송과 납품이 끊겨 생산을 마친 제품을 인도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화장품 기업은 운임 부담에 따른 해외 구매자들의 발주 축소로 수출 물량이 줄었다. 정부는 중동 관련 피해 기업을 위해 긴급 물류 바우처를 신설하는 등 지원에 나선 상태다.

수출업계 관계자는 "운임이 오르면 예전에 없던 부담이 새로 더해지는 셈이어서 그만큼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면서 "단순히 비용 부담에 그치지 않고 원자재를 제때 들여오지 못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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