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문 닫고 알바할 판" 최저임금 1만2000원 요구에 자영업자 '한숨'
올해보다 16.3%↑…월 250만8000원
소상공인 87% "현재 수준도 부담 크다"
나홀로 영업·쪼개기 고용 확산 우려
[파이낸셜뉴스] "가족까지 끌어다 버티는 것도 이제 한계입니다. 이럴 바엔 문 닫고 아르바이트하는 게 낫죠."
경기 고양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47)는 매장에 손님이 없을 때에도 계산대 주변을 쉽게 떠나지 못했다. 물류 박스를 정리하다가도 매장 문이 열리거나 계산대 호출음이 울리면 곧장 돌아와 손님을 응대했다. 김씨는 "계속 오른 최저임금에 주휴수당 지급 부담까지 겹쳐 하루 12시간 이상 홀로 매장을 지킨 지 오래됐다. 나머지 시간은 가족과 아르바이트생 1명이 짧게 나눠 메운다"며 "최저임금이 1만2000원까지 오른다면 몸을 갈아가며 영업할 이유를 못 찾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시급 1만2000원을 제시하면서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 1만320원보다 16.3% 높은 수준으로, 월 209시간 기준 환산액은 250만8000원에 달한다. 소상공인들은 원자재비와 임대료, 배달 플랫폼 수수료까지 줄줄이 오른 상황에서 인건비마저 뛴다면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결국 '나홀로 영업'에 나서거나 주휴수당 등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쪼개기 고용'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소상공인연합회가 공개한 '최저임금 인상 관련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700명 중 87%가 현재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지난해보다 매출 상황이 악화됐다는 응답은 67%였으며, 현재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불안하다는 비율도 67.9%로 나타났다. 인건비 증가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는 '고용 축소 및 신규 채용 중단'이 38.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2024년 기준 소상공인 월평균 수익이 191만원에 그쳤으며, 폐업자 수는 사상 최초 100만명을 넘긴 100만8282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실제 현장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가 감지됐다. 경기 용인시에서 죽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순임씨(48)는 "매출의 3분의 1가량이 인건비로 나가는데, 최저임금이 1만2000원까지 오르면 가게 접고 어디 가서 아르바이트하라는 얘기와 같다"며 "주 15시간 미만 '쪼개기 고용'으로 쓰는 아르바이트생도 바쁜 시간에 부르려면 최저임금으로는 부족하다. 이제 아르바이트생 없이 직접 몸으로 다 때워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인건비뿐 아니라 대폭 오른 재료비와 배달 플랫폼 비용도 수익을 갉아먹고 있다"며 "2만원짜리 주문 기준 배달 플랫폼에 약 5000원을 지출한다. 그렇다고 플랫폼을 안 쓰면 매출 자체가 떨어져 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 중구의 족발집 사장 김모씨(45) 역시 "최저임금이 1만2000원으로 정해져도 근무 강도가 높은 음식점은 그 이상을 지급해야 아르바이트생을 구할 수 있다"며 "주휴수당 폐지라도 이뤄져야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저시급이 오를 때 식재료 가격도 같이 오르지만, 음식값은 소비자 거부 반응 때문에 마음대로 인상할 수 없다"며 "결국 남는 게 없어 폐업하는 업장이 줄줄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르바이트생들 사이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고용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성북구 한 카페에서 일하는 대학생 이모씨(24)는 "요즘 1만원으로 점심 한 끼 사 먹기 어려워 최저임금이 오를 필요는 있지만,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근무시간이 더 줄거나 해고될까 걱정된다"며 "이미 올해 초 같은 시간에 일하는 동료 2명이 떠났다. 16% 넘는 인상은 지나친 만큼 적당한 선에서 조정되길 바란다" 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 시 영세 사업장에 대한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단순히 영세 자영업자에게만 전가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배달 플랫폼 수수료 체계 개선, 사회보험료 지원 같은 직접 지원책과 무인 주문 시스템 도입, 디지털 전환, 경영 컨설팅 등 생산성 향상 뒷받침도 필수"라고 조언했다.
psh@fnnews.com 박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