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허가난 세운4구역… 소송전 번질까 주민들 발동동
종로구청 민선8기 임기 막판 결재
유산청 행정명령 위반 두고 논쟁
관리처분계획 승인땐 취소 어려워
법정가면 1년 넘게 사업 지체될듯
종묘 경관 문제로 제동이 걸린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이 종로구청의 사업시행 인가로 다시 동력을 얻고 있다. 공을 넘겨받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주민 측은 관리처분계획 수립에 필요한 남은 절차를 빠르게 이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장 다음달 임기를 시작하는 민선 9기 종로구청장 당선자 측이 인허가를 중단하라는 입장인 데다 국가유산청 역시 유산영향평가를 먼저 받으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다. 사업 진행 여부를 법원에서 가려야 할 경우 그간 지체된 재개발 사업이 소송전으로 더욱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종로구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가 고시되며 법적 효력을 갖게 됐다. 지난 11일 서울시에서 건축물 안전영향평가를 통과시킨 데 이어 정문헌 종로구청장이 사업시행계획을 인가했다. '민선 8기' 임기가 종료되기 이전에 주요 행정절차를 마무리 지은 셈이다.
남은 절차는 국가유산위원회가 부지에 유적·유산 등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매장유산 심의 정도다. 사업시행자인 SH와 주민들이 재개발 부지의 고시·감정평가와 분양 절차를 거친 뒤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 구청의 승인을 받으면 행정 절차가 완료된다. 관리처분계획 인가 단계에 들어설 경우 재개발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이해관계가 정리된 수순으로, 취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은 노후화에도 불구하고 사업성을 이유로 오랜 시간 늦춰져왔다. 시는 사업성 개선을 위해 지난해 10월 고도 제한을 대폭 완화해 건축물 높이를 종로변 기존 55m에서 98.7m로, 청계천변은 71.9m에서 141.9m로 상향했다. 그러나 유산청이 종묘의 역사문화 경관 훼손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유산청은 지난달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먼저 받은 뒤 사업을 추진하라는 명령을 시와 종로구, SH에 내렸다. 이에 SH는 해당 명령에 불복해 처분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SH와 서울시 등은 세운4구역이 종묘 경계에서 약 180m 떨어져 있어 시 조례상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기준인 100m 이내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유산청의 유산법 적용이 무리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6·3 지방선거로 종로구정에 변화가 생겼다. 유찬종 당선인은 인수위원회를 통해 세운4구역을 비롯한 주요 인허가 절차를 자신의 취임 전까지 보류하라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정문헌 현 구청장은 인가를 진행했다. 정 구청장은 사업시행 인가가 자치구 고유 권한이라며 직접 기안·결재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쟁점은 기존 인허가의 직권취소 여부로 모인다. 유산청의 행정명령을 어긴 채 인가가 이뤄졌다는 점이 인정될 경우 '법령위반'을 이유로 인가를 철회하거나 취소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사업 인가 여부를 두고 법정 싸움이 이어질 경우 그 피해를 주민들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는 점이다. 이미 유산영향평가를 받을 경우 1년가량 사업이 지체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데다, 법정 공방 끝에 이번 인가가 취소될 경우 추가적인 시간 소요만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 측은 "이미 오랜 시간 재개발이 늦춰지며 상가는 비었고 주민들도 지역을 떠난 상태"라며 "대부분의 주민들이 대출로 생계를 이어가며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길어진 사업 기간 동안 대부분의 합의가 이뤄진 상태로 인가가 유지되면 빠르게 남은 절차를 이뤄갈 예정"이라며 "만약 입장이 바뀔 경우 주민 측에서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SH 관계자는 "문화재 매장 심의, 굴토 심의 등 (후속) 관련 절차를 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