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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환상… 재주는 개최국이 부리고 돈은 FIFA가 번다 [글로벌 리포트]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티켓 가장 많이 팔린 월드컵이라더니
빈자리 많아 자원봉사자로 채운 곳도
"경기 40% 늘었으니 당연히 더 팔아야"
이번 대회에 도입한 티켓 가격변동제
중계권·후원사 계약·기념품 판매까지
FIFA 독점… 수익만 챙겨가는 구조로
개최 도시는 인프라 운영·치안유지 등
막대한 비용 떠안아 경제적 이익 없어

박종원 국제부
박종원 국제부

"역대 가장 성공적인 월드컵이다. 그렇게 많은 티켓이 이렇게 빨리 팔린 적이 없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2026년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두고 성공을 자신했다. 트럼프와 친분으로 유명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도 같은 날 미리 성공을 축하하며 티켓을 600만장 이상 팔았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정작 경기의 75%가 열리는 미국에서는 분위기가 시큰둥하다. 실제 눈에 보이는 것은 빈자리와 적자였기 때문이다.

■빈자리 보이는 관중석, 숙박도 시들

인판티노의 주장은 숫자만 보면 설득력이 있다. 역대 월드컵 티켓 판매량은 2014년 310만장 이후 280만장, 320만장을 기록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에도 350만장의 티켓이 팔렸다. 그러나 영국 일간 가디언의 축구 칼럼니스트 린더 쉐러레켄스는 13일 미국 공영방송 PBS를 통해 "경기가 훨씬 많아졌으니 당연히 팔아야 할 티켓도 늘었다"고 지적했다. 월드컵 진출팀과 경기 숫자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각각 32개국, 64개 경기였으나, 이번 경기부터는 48개국이 104경기를 치른다. 경기 숫자만 약 40% 늘었다.

아울러 미국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15일 FIFA의 주장과 달리 이번 월드컵 경기 중 공식 집계보다 빈자리가 많은 경우가 잦았다고 주장했다. 14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서 열린 F조 1차전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빈자리를 채우기도 했다.

또한 19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현지 부동산 조사 기업 코스타를 인용해 뉴욕, 토론토, 마이애미를 포함한 일부 개최 도시의 경기 당일 호텔 예약 건수가 1년 전보다 적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11일 뉴욕호텔협회는 월드컵 기간 호텔 매출 성장 전망치를 기존의 절반 수준인 1억달러(약 1533억원)로 하향했다. 비제이 단다파니 뉴욕호텔협회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대회를 두고 "심각하게 실망스럽고 기대 이하"라고 평가했다. 그는 FIFA가 뉴욕 일대에 120만명의 방문객을 예상했으나 40만명도 채우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텔 수요가 침체된 이유로 치솟는 물가, 비즈니스 출장객들의 도시 기피 현상, 경기장 위치, 해외 비자 장벽을 꼽았다.

미국 호텔숙박협회(AHLA)에 따르면 FIFA는 보스턴, 댈러스 등 여러 개최 도시에서 스태프와 대표단을 위해 선점했던 객실의 최대 70%를 취소했다. AHLA는 5월 보고서에서 FIFA의 객실 선점이 "인위적인 초반 수요 착시 현상"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월드컵 트로피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월드컵 트로피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공생'보다 '이익' 택한 FIFA

물가 문제의 핵심은 티켓 가격과 공공요금이다. 특히 FIFA는 이번 대회에서 티켓 가격 변동제를 도입했다. 이는 가격이 정해져 있던 과거와 달리 항공권처럼 티켓 가격이 수요에 따라 가격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이번 경기 티켓의 최저가는 60달러(약 9만원) 수준이지만 결승전 최고 등급 좌석 가격은 7875달러(약 1207만원)까지 올랐다.

이러한 가격이 가능한 이유는 FIFA가 이번 대회에서 티켓 발권부터 재판매 시장까지 직접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미국 경제지 포천은 이번 월드컵에서 역대 운영 공식이 깨졌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기존 대회의 경우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FIFA와 수익을 나눠 갖는 현지 '조직위원회'가 경기를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FIFA는 이번 대회에서 각국 축구협회를 거치지 않고 지방정부와 접촉해 경기장을 빌리는 등 경기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중계권과 후원사 계약, 기념품 판매까지 사실상 모든 수익을 독점했다.

미국 홀리크로스대학의 빅터 마테손 경제학 교수는 포천과 인터뷰에서 티켓 가격에 대해 "FIFA는 향후 30~40년 동안 미국에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연고가 없는 FIFA 입장에서 "오늘 티켓 구매자를 화나게 만들더라도, 그들에게서 쥐어짤 수 있는 모든 돈을 짜내도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포천은 이번 월드컵의 개최지 도시들이 FIFA와 계약한 금액만 챙길 수 있고, 추가 수익에서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기 진행에 따른 비용 부담은 오롯이 개최지 몫이라고 주장했다. 포천은 막대한 비용 부담에 처한 지방정부가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시민에게 비용을 전가한다고 분석했다.

월드컵 환상… 재주는 개최국이 부리고 돈은 FIFA가 번다 [글로벌 리포트]

■경제 효과 불분명, 적자 걱정해야

일부 지방정부들은 월드컵에 따른 적자를 걱정하고 있다. 포천에 따르면 마크 레빈 뉴욕시(市) 감사원장은 지난 상반기 보고서에서 FIFA의 예측대로 뉴욕·뉴저지 지역에 120만명이 방문해도 뉴욕시가 얻을 수 있는 추가 세수가 최대 5500만달러라고 예측했다. 그는 뉴욕시가 월드컵으로 인해 경찰 지원 및 비상 대책, 소상공인 지원 등에 7000만달러(약 1073억원)의 비용을 추가 지출해야 한다며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스미스칼리지의 앤드류 짐발리스트 경제학 교수는 "4~8경기를 치르는 개최 도시들은 매우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라며 "이익은 얻지 못하고 1억달러가 넘는 비용만 떠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이익을 볼 도시는 단 한 곳도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미국의 11개 월드컵 개최 도시가 월드컵으로 부담해야 할 총 비용이 최대 2억5000만달러(약 3832억원)라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정부가 11개 도시의 월드컵 안보 강화 명목으로 배정한 금액은 6억2500만달러로 알려졌다.

앞서 FIFA는 월드컵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172억달러(약 26조원)를 추가하고 일자리 18만5000개를 창출한다고 예측했다. 미국 경제지 배런스는 19일 뱅크오브아메리카은행을 인용해 이번 월드컵으로 세계 GDP가 450억달러 늘어나고, 미국 GDP 역시 190억달러 증가한다고 추정했다. FIFA는 캐나다의 GDP 증가 효과가 14억달러라고 추정했으며 멕시코는 110억달러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15일 미국 서던메소디스트대학의 컬럼 클라크 경제학 교수는 현지 NPR방송을 통해 월드컵으로 "몇 주일 동안은 소비세 수입이 잠시 증가할 수 있지만 그다음에는 원래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보도에서 FIFA가 이번 월드컵으로 4년 동안 총 130억달러(약 19조원)의 수입을 거둔다고 예상했다. 이는 2022 카타르 월드컵과 비교하면 72% 증가한 수치다.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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