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탕 먹고, 옷 사고, 금반지까지…남의 카드로 '소확행'[사건실화]
서울남부지법, 징역 3년 선고
"재범 속도 매우 빨라"
상습절도 등 실형 4차례 전력
[파이낸셜뉴스] 이모씨(55)는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1~2시 서울 은평구 한 빌라 1층 주차장에 세워진 경차 앞에 다가섰다. 차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이씨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차량에 놓여 있던 가방을 뒤져 신용카드와 체크카드가 든 지갑을 꺼내 챙겼다.
그는 곧장 훔친 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같은 날 오전 2시께 은평구 한 마트 무인 결제 키오스크에서 해당 카드로 4700원 상당의 물품을 결제했다. 오전 3시42분께에는 인근 패스트푸드점에서 8000원을 결제했으며, 2시간 뒤 서울 마포구 감자탕·뼈찜 식당으로 이동해 같은 카드를 자기 것처럼 종업원에게 내밀고 1만원 상당의 음식을 구입했다.
이날 이씨의 카드 무단 사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같은 날 오전 11시11분께 서울 관악구 한 귀금속점에서 90만원을 결제했으며, 약 2km 떨어진 안경점에서도 28만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하려다 카드 승인이 거절돼 미수에 그쳤다. 이 밖에도 지하철역 구역에서 3000원·6만2000원·4000원, 카페 두 곳에서 각각 2100원·2900원 등 소액 결제 역시 이뤄졌다.
이씨의 범행은 해가 바뀐 뒤에도 이어졌다. 그는 지난 1월 12일 오전 12시18분께 경기 부천시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현금출납기에 있던 현금 21만원을 들고 달아났다. 같은 달 17일 자정께에는 운행 중이던 시내버스 안에서 승객이 떨어뜨린 체크카드 1장을 돌려주지 않고 그대로 챙겼다. 이어 해당 카드로 서울 구로구 패스트푸드점에서 1만200원 상당을 결제하려 했으나 승인이 거절됐다.
이튿날 오전 10시37분께에는 부천시 연립주택 앞에 주차된 승용차에 들어가 카드 1장을 훔쳤다. 이씨는 이 카드로 사흘간 서울 종로구 일대 편의점과 카페, 김밥집을 비롯해 안경점과 마트 등을 돌며 2000원대 소액 결제부터 귀금속점 49만5000원 결제까지 반복했다. 같은 달 18일에는 종로구 보석점에서 47만3000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하려다 승인이 거절됐다. 사흘 뒤 서울 노원구 한 백화점 의류 매장에서도 8만9800원어치 옷을 사려 했지만 결제에 실패했다.
또 다른 차량털이는 같은 달 31일에 벌어졌다. 이씨는 이날 오후 3시8분께 서울 강서구 한 빌라 주차장에 있던 승용차에서 카드 1장을 훔쳤으며, 약 1시간 뒤 경기 광명시 한 보석점에서 55만원을 결제했다.
이같이 이씨는 약 1달간 훔치거나 주운 카드로 모두 48차례 결제를 시도했다. 이 가운데 41차례는 결제에 성공해 피해금액은 총 307만2680원으로 집계됐으며, 나머지 7차례는 카드 승인이 거절되는 등 미수에 그쳤다.
앞서 이씨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상습절도죄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죄 등으로 4차례에 걸쳐 총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2월 27일 교도소에서 나와 사흘 만에 다시 절도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김범진 판사)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 점유이탈물횡령, 사기, 사기미수, 컴퓨터등사용사기, 컴퓨터등사용사기미수,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절도 범행으로 수차례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누범 기간 중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며 "각 범행은 차량에서 신용카드를 절취해 사용한 것으로 과거에 처벌받은 범행 수법이나 방식과 유사하다. 이처럼 여러 차례의 처벌에도 불구하고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범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피고인이 취득한 이익이 매우 많지는 않으나,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 사정을 확인할 수 없다. 중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psh@fnnews.com 박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