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다닌다는 자긍심… 보상으로 고강도 노동 상쇄" [반도체의 나라 대만을 가다(상)]
인터뷰 류다녠 대만 중화경제연구원 지역발전연구센터장
'반도체= 국가 생명줄'로 공감대
노사갈등 대신 협력·소통 우선시
매년 캠퍼스 찾아 핵심인재 영입
노사 함께 '반도체 신화' 만들어
인터뷰 류다녠 대만 중화경제연구원 지역발전연구센터장
【파이낸셜뉴스 타이베이(대만)=최혜림 정원일 기자】 "내가 TSMC에서 일한다는 사실 자체가 대만에서는 최고의 명예입니다. 노사 간 불만이 아예 없을 순 없지만, 파업 대신 내부 소통으로 돌파구를 찾는 문화가 확고하게 뿌리내려 있습니다."
대만 반도체 산업의 압도적 경쟁력 이면에는 사회 전반에 깔린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단순한 일터를 넘어 대만 경제와 안보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추앙받는 것이 대표적이다. 반도체를 국가 생명줄로 인식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대만에는 소모적인 노사 갈등 대신 협력과 소통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정착했다. 정부와 기업, 노동자가 '반도체 산업 육성'이라는 단일 목표로 뭉친 셈이다.
■"TSMC 다닌다"는 자부심
대만 국책연구기관인 중화경제연구원(CIER)의 류다녠 지역발전연구센터장은 이달 초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대만 국민들은 자국 반도체 산업과 TSMC에 대해 굉장한 자긍심을 품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러한 자긍심은 두둑한 보상과 맞물려 높은 노동 강도에도 불구하고 TSMC를 대만 청년들의 '0순위 직장'으로 만들었다. 류 센터장은 "산업 특성상 초과근무가 잦고 밤낮없이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직원들 스스로 반도체가 대만에서 가장 비전 있는 산업이라 확신하기에 험난한 근무환경도 기꺼이 감내하는 경향이 짙다"고 설명했다.
강도 높은 업무에도 불구하고 극단적 노사갈등이 좀처럼 불거지지 않는 것도 대만의 특징이다. 류 센터장은 "노사갈등이 전무할 순 없겠지만, 회사에 대한 소속감과 만족도가 워낙 커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물론 맹목적 자부심만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대만 최고 수준의 보상체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TSMC는 연간 이익의 1% 이상을 직원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명확한 최소 기준을 두고 있다. 석사급 신입 엔지니어의 경우 연봉 약 220만대만달러(약 1억원)에, 1인당 평균 성과급 약 264대만달러(약 1억2500만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성과급 규모가 알려지며 TSMC 내부에서 일부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처럼 대규모 생산차질을 우려할 정도의 파업 위기는 TSMC 역사상 사실상 전무했다는 평가다.
류 센터장은 "노동자들 역시 야근과 휴일근무 등 분명 희생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거시적 관점에서 대만의 노사관계는 매우 조화로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좋은 인재가 곧 경쟁력"
류 센터장은 대만 반도체 경쟁력의 또 다른 축으로 '끈끈한 산학협력'을 꼽았다. 기업이 주요 대학과 밀착해 우수인재를 조기 발굴하고 육성하는 시스템이 확고히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그는 "대만 역시 2020년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돼 향후 인재 쟁탈전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TSMC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밀집한 신주과학단지 인근에는 칭화대, 양명교통대 등 명문대들이 포진해 있어 기업들이 매년 캠퍼스를 직접 찾아가 핵심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용의 문턱도 전방위로 넓어지는 추세다. 류 센터장은 "과거엔 이공계 반도체 전공자 위주였지만 최근에는 지정학, 경제, 법학, 회계 등 문과 전공자 채용도 급증하고 있다"며 "반도체가 단순 제조업을 넘어 고도의 전략이 필요한 글로벌 핵심 산업으로 격상되면서 융합형 인재의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aya@fn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