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기금화땐 年 수천억 운용수수료 사라져… 금융사들 '속앓이' [퇴직연금 제도 대수술 (중)]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퇴직연금 수수료 수익 연 2兆대
DC형 기금화땐 최소 6천억 감소
금융권, 정책기조 발맞춘다지만
고객이탈 등 우려 속 전략 고민

기금화땐 年 수천억 운용수수료 사라져… 금융사들 '속앓이' [퇴직연금 제도 대수술 (중)]

퇴직연금 기금화가 도입되면 금융회사의 운용수수료 수익이 20~3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회사들은 표면적으로는 고객의 수익 향상과 증시 부양이라는 관점에서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객 이탈과 수수료 감소가 겹치면서 일부 은행과 증권사는 새로운 수익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지금까지 은행은 기업대출과 퇴직연금 유치를 병행해왔으나 기금형으로 전환 시 기존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증권사와 보험사들도 퇴직연금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의 세부안을 보고 대응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銀 수수료 급감에 대응전략 고심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확정기여(DC)형 상품을 중심으로 기금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확정급여(DB)형이 228조9000억원(45.7%)으로 비중이 제일 크다. DC형 141조6000억원(28.2%)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130조9000억원(26.1%) 순이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취급 금융회사의 수수료 수익이 약 2조10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DC형 상품의 수수료 수익은 6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DB형 잔액이 절반에 가까운 비중이지만 빠르게 줄고 있고, DC형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퇴직연금 기금화가 DC형을 시작으로 제도화될 경우 은행의 수수료 수익이 급감할 것"이라면서도 "개선안이 확정된 것이 없는 만큼 다양한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금융지주 중심으로 생존전략을 짜고 있다. 금융기관 개방형의 경우 은행 금융지주별로 수탁법인을 설립하면 퇴직연금 상품 구성과 운용에 시너지를 내면서 수수료 급감을 일부 만회해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 수수료 체계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김병덕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입자 입장에서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퇴직일시금을 선택하는 것 이외에 대안이 없고, 금융회사는 수수료 구조나 금액을 가입자에게 투명하게 알릴 인센티브가 부족하다"고 짚었다. 이어 "가입자는 금융회사와의 협상에서 열위에 놓이고, 수수료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수수료 체계가 유사해 암묵적 담합 가능성에 대한 감독정책 검토가 필요하다. 감독주체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으로 분산돼 있어 감독 혼선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퇴직연금 기금화가 이뤄질 경우 이 같은 문제가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정창률 단국대 교수도 "한국 퇴직연금의 경우 3가지 수수료가 있다. 위험자산에 대한 펀드 수수료를 제외한 2가지 수수료만 발표하고 있는데 연간 2조원 수준"이라며 "여러 국가들이 기업연금 수수료를 줄이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시장 자율에 맡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금융회사들이 국민연금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을 내면서도 국민연금을 초과하는 수수료를 가입자에게 받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형 증권사 소외 우려

퇴직연금 기금화가 제도화될 경우 금융기관 개방형, 사용자 연합형, 공공기관 개방형이 모두 도입되는 만큼 퇴직연금 시장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는 기금화된 퇴직연금 시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금융투자업권은 위험자산을 전체 적립금의 70% 이내로 제한하는 이른바 70%룰을 완화하는 등 증권업계의 허들이라도 완화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이 증권업계의 판을 흔들 이슈가 아니라 다들 세부안과 제도화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고객들이 원하는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도록 적어도 '70%룰'을 완화하는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수탁법인 설립 시 자본금은 얼마인지, 직접 운용할 것인지 등의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세부안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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