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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경고음 커지는 채권시장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김현정 증권부 차장
김현정 증권부 차장

1997년 가을 한국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한보철강에 이어 기아자동차까지 무너지면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시장은 얼어붙었고, 해외 금융기관들은 한국 금융회사들에 빌려준 단기 외화자금의 만기 연장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이 폭락하기 전 먼저 무너진 것은 신용시장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국 주택가격 하락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부실로 이어졌고, 구조화채권 가격은 급락했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상대방의 신용을 믿지 못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글로벌 증시 폭락은 그 이후에 찾아왔다. 금융위기의 역사는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이 언제나 채권시장에서 먼저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최근 금융시장의 관심은 온통 코스피 9000선 돌파에 쏠려 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주식시장은 경기 회복과 풍부한 유동성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채권시장이 보내는 신호는 다르다. 지난해 홈플러스 사태에서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기업회생 신청, 중앙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동시 기업회생절차 신청까지 이어지면서 크레딧 시장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는 안정적 임대수익을 창출하는 해외 우량 부동산 리츠도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중앙그룹 사태는 시장의 자금조달 창구가 막히는 순간 대기업집단조차 회생절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드러냈다. 특히 JTBC의 유동화 채무 디폴트는 단순한 금액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면 기업 규모와 브랜드만으로는 유동성 위기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건이다.

문제는 이러한 충격이 개별 기업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이미 위험기업에 대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으며 크레딧 스프레드는 확대되고 있다. 금리 상승보다 더 무서운 것은 시장이 발행 자체를 받아주지 않는 상황이다. 차환에 실패하는 기업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충격은 금융회사와 투자자, 나아가 실물경제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지금 시장은 코스피 9000이라는 숫자에 환호하고 있다. 그러나 홈플러스와 제이알글로벌리츠, 중앙그룹 사태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현재의 문제는 개별 기업 부실이 아니라 신용시장에 대한 신뢰 약화와 차환시장 경색이다. 1997년에도, 2008년에도 위기의 첫 신호는 주식시장이 아니라 채권시장에서 울렸다. 지금 채권시장이 보내는 경고음을 단순한 잡음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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