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못하고 나이 많아도" 아이비, 브로드웨이 진출 쾌거..."군인의 딸, 인연 소중히 여겨"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 밝혀
[파이낸셜뉴스]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 아이비(43)가 뮤지컬 '시카고'로 미국 브로드웨이에 데뷔한다.
아이비는 23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생각만 해도 어깨가 무겁고 떨린다. 밤에 자기 전 무대를 상상하면 갑자기 숨이 막힐 때도 있다"며 데뷔를 앞둔 소감을 밝혔다.
아이비는 오는 8월 17일부터 9월 6일까지 3주간 미국 뉴욕 앰배서더 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시카고'에 록시 하트 역으로 출연한다. 한국 배우가 국내 프로덕션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아 브로드웨이에서 동일한 배역을 맡는 것은 아이비가 처음이다. 아이비는 지난 2012년 '시카고' 국내 라이선스 공연에서 록시 하트 역에 처음 합류했다. 뛰어난 무대로 그해 한국뮤지컬대상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지난 13년간 록시 하트 역을 여섯 차례나 소화했다.
아이비는 "제가 영어가 완벽했다면 이 두려움이 조금은 덜했을 것 같다"면서도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지 16년이 됐다. 영어를 못해도, 저처럼 나이가 많아도, K팝 스타가 아니어도 이런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분들께 보여드리고 꿈, 용기를 드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아이비가 뮤지컬 '시카고'로 미국 브로드웨이에 간다"며 상기된 목소리로 말한 뒤 "국민 여러분의 많은 응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미국에 계신 한인 분들이 기사나 영상을 보시고 공연장을 찾아주시면 더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성원과 지지를 당부했다.
아이비는 이날 브로드웨이 진출을 "대한민국 뮤지컬 배우를 대표해 가는 자리"라고 표현하며 "굉장히 큰 책임감과 부담을 느끼지만 설레기도 한다"며 복합적인 심경을 표했다.
그는 또 "영어를 배운 지 이제 1년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사실 '시카고' 자체가 굉장히 미국적인 작품이지 않나. 한국식 억양을 가진 제가 그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오디션을 보고 있으면서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2012년부터 '시카고' 한국 프로덕션을 선보여운 신시컴퍼니 박명성 예술감독도 함께했다.
그는 아이비와의 인연을 떠올리며 "국립극장에서 공연 중이던 '시카고'를 보러 온 것이 첫 만남이었다"며 "로비에서 노래도 잘하고 재능이 있으니 가수 활동과 함께 뮤지컬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권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이비는 이후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로 데뷔했고, 곧이어 '시카고'에 출연하며 뮤지컬 배우로서 입지를 넓혔다.
박 감독은 아이비의 강점으로 성실함과 집중력을 꼽았다. 그는 "한 작품을 하면 다른 작품에 한눈팔지 않고 매진하는 스타일"이라며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배우"라고 말했다.
이어 "군인 가족 출신이라서인지 위계질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배우"라며 "신시컴퍼니 외 다른 회사에서 출연 제안을 받으면 먼저 우리에게 '이런 제안이 들어왔는데 신시에서 준비 중인 작품이 있느냐'고 상의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비의 필모그래피 중 약 70%가 우리와 함께한 작품"이라며 "요즘 보기 드문 배우"라고 평가했다.
박 감독은 또 "이번 브로드웨이 진출은 신시컴퍼니가 다리를 놓고 서포트하는 역할을 했을 뿐, 결국 본인의 결심과 도전이 있었기에 성사된 일"이라며 "아이비의 열정과 모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아이비의 브로드웨이 진출은 K-컬처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진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박 감독은 최근 뉴욕과 런던을 오갈 때마다 한국 문화에 대한 현지의 관심을 실감한다고 했다. 그는 "회의를 시작하기 전 한국 문화에 대해 20~30분씩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며 "이제는 한국 배우와 스태프만으로 작품을 만드는 시대를 넘어,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협업하며 글로벌한 작품을 만드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아이비가 브로드웨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 제2, 제3의 한국 배우들에게도 꿈과 희망, 도전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한편 아이비는 지난 1년간 세 차례 영상 오디션 끝에 배역을 따냈다. 현재는 9명의 원어민 강사와 함께 비즈니스 영어 회화부터 발음·억양·연기까지 집중적으로 훈련하며 브로드웨이 데뷔를 준비 중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