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빼앗고 감금… 범죄 연루 20명 검거
항공권·식사 등 비용 제공 유인
캄보디아로 피해자 불러들여
공항 도착하자마자 밀착 감시
대포통장을 팔려던 사람들에게 항공권을 제공하며 캄보디아로 불러들인 뒤 통장을 빼앗고 최대 6주간 감금한 범죄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조직원들은 숙소와 이동 경로를 몰래 촬영한 피해자 1명을 다른 피해자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고문하며 본보기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범죄단체조직과 국외이송유인, 감금, 특수상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총책 A씨(30) 등 대포통장 유통조직원과 국내 모집책 11명을 검거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가운데 6명은 구속됐다. 국내에서 대포통장을 판매한 명의자 9명도 전자금융거래법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감금 피해자 4명은 인터넷 카페와 텔레그램에 게시된 대포통장 매입 광고를 보고 조직에 연락했다. 통장 판매가 불법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현지에서 통장을 빼앗기고 감금될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은 항공권과 식사를 제공하고 통장 판매 대가를 지급하겠다며 이들을 유인했다. 다량의 현금을 들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큰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이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하면 이른바 '지게꾼' 역할을 맡은 조직원이 차량으로 숙소까지 데려갔다. 이후 통장과 접근매체를 빼앗고 계좌가 피싱 범죄와 범죄수익 세탁에 이용되는 동안 시아누크빌 숙소 등에 2~6주간 감금했다.
숙소에는 피해자들의 이탈을 막는 '가드'도 있었다. 피해자 B씨가 숙소와 이동 경로를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한 사실이 드러나자 조직원들은 다른 피해자들이 보는 앞에서 B씨를 폭행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고문했다. 범행 장면을 촬영해 조직원들과 공유한 정황도 확인됐다.
총책 A씨는 과거 국내에서 대포통장을 판매해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지난해 7월께 캄보디아 프놈펜에 숙소와 차량을 마련한 뒤 팀장, 중간관리책, 국내 유인책, 명의자 모집책, 감시·관리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을 꾸린 혐의를 받는다.
A씨를 제외한 조직원들은 대부분 20대 한국인으로, 지인 소개를 통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역할을 체계적으로 분담하고 범죄수익을 정해진 방식으로 나눈 점 등을 근거로 조직원 8명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A씨는 피싱 범죄조직에 통장 1개를 제공할 때마다 1000만~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부 조직원에게 월 200만~400만원을 지급하고, 명의자를 모집하면 100만~200만원의 추가 수당을 줬다. 조직은 계좌 이체 한도를 1회 1억원, 하루 최대 5억원까지 높이도록 했다. 계좌 압류를 막기 위해 명의자의 통신비 연체료를 대신 내주고,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에 의해 계좌가 차단되면 명의자가 은행에 전화해 해제하도록 통화 시나리오도 마련했다.
한편 경찰은 캄보디아에 체류 중인 조직원 2명을 지명수배하고 여권 무효화와 인터폴 적색수배를 통해 신병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