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금 축소 움직임에 "재정 확보" 공조… 교권 회복도 박차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묻다]
민선 9기 교육감 최우선 과제는
올 지방교육재정교부금 76조원
자동배분 개편 논의에 반대 입장
정근식 협의회장 "교육격차 우려"
AI·돌봄 등 대규모 투자 필요성
보수 진영도 재정 안정성 공감대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역할론 대두
전국학생 25% 담당 '정책 방향 키'
세종은 교육특구 선도적 구축해야
교육활동 관련 소송 국가책임제 등
실효성 있는 교사 보호대책도 시급
3선의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현직 교육감을 꺾고 최대 교육청 수장에 오른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교육부 장관의 선거 개입 논란 속에서도 승리한 강미애 세종시교육감. 진보와 보수로 갈렸던 교육감들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이라는 공통 과제 앞에서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재선의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을 제11대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회장으로 추대한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들은 정부의 교부금 개편 움직임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민선9기 교육감들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 규모의 지방교육재정을 책임지게 됐다. 향후 4년 공교육의 성패는 이들이 진영 논리를 넘어 학생 수 감소와 인공지능(AI) 교육 투자, 교권 회복이라는 삼중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부금 개편 공동대응
23일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지방교육재정 전체 규모는 약 100조원이다. 이 가운데 핵심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76조원 규모다. 지방교육재정은 단순한 학교 운영비가 아니다. AI 인재 양성, 돌봄 체계 구축, 저출생 대응, 지역균형발전 등을 떠받치는 국가 미래 투자 재원이다.
최근 재정당국은 학생 수 감소와 세수 증가를 이유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현행 내국세 총액의 20.79%를 자동 배분하는 구조 대신 학령인구 변화 등을 반영한 새로운 배분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육부도 자체 사회보장적 수혜금 비중이 높은 교육청에 부과하는 교부금 감액 한도를 현행 10억원에서 최대 100억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국 교육감들은 교부금 개편 움직임에 대한 공동 대응에 나섰다. 정근식 협의회장은 지난 15일 회장 추대 자리에서 "교육재정은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라며 "학생 수 감소만을 근거로 교육재정을 축소하면 교육의 질 저하와 교육격차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시대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인재 양성과 지역 맞춤형 교육 혁신을 위해 안정적인 지방교육재정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의 대표 중진인 강은희 대구시교육감과 3선의 임종식 경북도교육감도 재정 안정성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연임에 성공한 윤건영 충북도교육감 역시 현금성 사업은 재점검하되 지역교육 기반은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의 감액 페널티 확대 검토 속에서 신임 교육감들의 재정 운용 능력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교육 현장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교육 예산의 60% 이상은 교직원 인건비와 학교 시설 유지비, 안전관리비 등 학생 수 증감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고정비용이다.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 유지, 특수교육, 교육복지 사업 등도 쉽게 줄일 수 없는 분야다.
■AI·돌봄 투자 수요 확대
오히려 신규 투자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AI 기반 맞춤형 학습체계 구축, 디지털 교육환경 고도화, 기초학력 지원, 작은학교 살리기, 유보통합, 늘봄학교 안착 등은 모두 대규모 재정 투입이 전제돼야 하는 사업들이다.
최대 교육청 수장인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의 역할도 주목된다. 경기도교육청은 전국 학생 수의 약 4분의 1을 담당하는 최대 교육청이다. 안 교육감은 현직 교육감을 꺾고 당선된 정치적 상징성과 함께 AI 교육과 교육격차 해소, 경기 북부와 농산어촌 지역 맞춤형 교육 혁신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의 재정·정책 선택이 향후 전국 교육정책의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미애 세종시교육감 역시 주목받는 인물이다. 교육부 장관의 선거 개입 논란 속에서도 승리하면서 보수 진영의 새로운 상징으로 부상했다. 세종은 국가 행정수도이자 교육정책 실험장이란 점에서 유보통합과 AI 교육, 교육특구 정책 등에서 선도 모델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3선의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교육격차 해소와 디지털 교육환경 고도화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역대 최초 4선에 성공한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유보통합과 늘봄학교 안착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강삼영 강원도교육감과 고의숙 제주도교육감은 기초학력 지원과 작은학교 살리기를, 천호성 전북도교육감과 이병도 충남도교육감, 조용식 울산시교육감은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한 맞춤형 인재 양성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학교 현장 정상화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단체들은 교육활동 관련 소송 국가책임제 도입, 무고성 신고 대응을 위한 법률 지원 확대, 교사 행정업무의 교육청 이관 등 실효성 있는 교권보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강주호 한국교총 회장은 "교육감 당선인들은 정파 논리에 갇혀 교직 사회를 이념의 시험대로 삼지 말아야 한다"며 "실효성 있는 교권보호 장치 마련과 교사 행정업무 이관에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민선9기는 정치 지형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를 남겼다. 지난 선거보다 진보 성향 교육감 당선자가 늘면서 교육계의 무게추는 다시 진보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이라는 초대형 현안 앞에서는 이념 대립보다 공동 대응이 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100조원 교육재정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향후 4년 대한민국 공교육의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