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에너지전환 핵심사업, 감사대 올랐다… BESS·그린수소 공방 확산
제주에너지공사, 감사위 종합감사 결과 재심의 신청 감사위 "BESS 출자금 주주대여 전환 절차 부적정" 공사 "도의회 승인 범위 내 추진, 법률검토 거쳤다" 그린수소 원가·청정수소 인증·임원활동비도 쟁점 재생에너지 선도 제주, 공기업 거버넌스 검증대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에너지전환의 핵심 사업인 대규모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과 그린수소 사업이 감사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와 탄소중립 대응을 위해 추진된 사업이지만, 공공기관의 투자 방식과 위험 관리, 수익성 검증 절차가 충분했는지를 놓고 제주특별자치도감사위원회와 제주에너지공사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24일 제주에너지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도 감사위의 2025년 종합감사 결과에 대해 재심의를 신청했다. 공사는 BESS 특수목적법인(SPC) 투자 방식과 그린수소 생산플랜트 운영, 비상임 임원 활동비, 광고비 집행 등 주요 지적사항에 대해 사실관계와 법률적 검토 내용을 재심의 절차에서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안이 주목되는 이유는 감사 대상이 제주 에너지정책의 핵심 축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BESS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간에 공급하는 장치다. 태양광과 풍력 비중이 높은 제주에서는 전력 생산이 수요를 넘어서면 출력제어가 발생한다. BESS는 남는 전력을 저장해 전력계통을 안정시키는 기반 시설로 꼽힌다.
그린수소도 마찬가지다. 재생에너지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수소버스 등 모빌리티 분야에 공급하는 구조다. 제주가 '재생에너지 기반 탄소중립 섬'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BESS와 그린수소는 기술 실증을 넘어 도정의 에너지전환 신뢰도와 연결된다.
■ BESS 투자방식 놓고 감사위·공사 정면 충돌
가장 큰 쟁점은 대규모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 사업 투자 방식이다. 감사위는 제주에너지공사가 BESS 사업 추진을 위해 민간 협력사들과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2025년 7월 23일 29억7000만원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투자 구조가 달라졌다고 판단했다. 당초 출자금으로 편성된 예산 가운데 9억9000만원은 출자금으로, 19억8000만원은 주주대여금으로 집행됐다는 것이다.
감사위는 이를 의회가 승인한 출자 방식과 다른 예산 집행으로 봤다. 당초 100% 출자 방식으로 승인된 사업이 출자 33%, 주주대여 67% 병행 방식으로 바뀌었다면 투자심의위원회 재심의와 이사회 의결, 도지사 보고 등 행정 절차를 다시 거쳤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쉽게 말해 공공기관이 사업에 돈을 넣는 방식이 '지분 투자'에서 '돈을 빌려주는 구조'로 바뀌었는지가 핵심이다. 출자는 사업 성과에 따라 지분가치와 배당을 기대하는 방식이다. 주주대여는 주주가 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원금과 이자를 받는 구조다. 두 방식은 회계와 위험 관리, 채권 회수 구조가 다르다.
감사위는 주주대여금이 출자금의 약 2배 규모인데도 무담보·무보증으로 계약됐고, 선순위 대주 채무가 먼저 상환되는 구조라면 공사의 자금 회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사는 정반대 입장이다. 공사는 도의회가 승인한 SPC 지분 11% 참여 사항을 모두 이행했으며, 출자금 외 주주대여 방식 도입도 관련 규정 검토와 법률자문, 경제성 분석을 거쳐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사업계획 변경이나 투자심의위원회 재심의, 이사회 의결, 도지사 보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채권보전 문제에 대해서도 공사는 주주대여계약서와 사업 관련 약정에 원금 상환, 이자 지급, 상환 절차가 명확히 규정돼 있다고 반박했다. 재심의 절차에서 관련 사실관계를 충분히 설명하겠다는 방침이다.
■ 그린수소도 쟁점… '미래사업'과 '원가 검증' 사이
그린수소 사업도 감사의 주요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위는 3.3㎿ 그린수소 생산플랜트 운영과 관련해 수소 공급계약, 설비 유지관리, 청정수소 인증, 생산원가와 공급가격 산정 문제를 지적했다.
감사위가 제기한 핵심은 수소 생산과 공급이 실제로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를 갖췄는지다. 감사위는 수소 생산단가와 공급단가 사이 차이가 발생했고, 청정수소 인증 조건 충족 여부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수소생산플랜트의 설비 고장과 유지보수 체계도 안정적 공급을 위해 개선해야 할 과제로 제시됐다.
공사는 수소생산플랜트가 풍력발전단지와 연계된 재생에너지 전용 계통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된 수소를 수소버스 등 모빌리티 분야에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빌리티 분야에 공급되는 수소의 청정수소 인증·검증 체계는 관계 기관에서 절차를 마련 중인 만큼 제도 정비 이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사는 2024년과 2025년 실제 결산 기준 수소사업이 흑자를 기록했다고도 밝혔다.
그린수소는 기술적으로 필요한 사업이지만, 공공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생산비와 판매가격, 보조금 구조를 투명하게 설계해야 한다. 제주가 재생에너지 선도지역이라는 상징성을 앞세우더라도, 실제 사업 단계에서는 원가와 수익성, 인증 기준, 공급 안정성이 함께 검증돼야 한다는 뜻이다.
■ 임원활동비·광고비도 논란… 공기업 운영 신뢰 문제
감사위 종합감사는 에너지 신사업만 겨냥하지 않았다. 비상임 임원 활동비, 광고비, 자체감사, 풍력발전량 정산, 전기차 충전기 관리, 풍력발전 리파워링 지연 등 공사 운영 전반을 폭넓게 다뤘다.
비상임 임원 활동비의 경우 감사위는 활동 실적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봤다. 광고비 집행에 대해서도 기관 설립 목적과 사업 관련성, 공공성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는 취지의 지적이 나왔다.
공사는 임원 활동비가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 인사조직운영기준'에 따라 다른 지방공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지급됐으며, 별도 추가 지급이나 부적정 지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광고비도 관련 지침에 따라 행사의 공공성, 지역사회 기여도, 사업 연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집행했다고 밝혔다.
공기업 운영에서 활동비와 광고비는 금액 규모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민 세금과 공공자산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기관인 만큼 지출 목적과 기준, 효과가 설명돼야 한다. 재생에너지와 수소 등 미래사업을 추진하는 기관일수록 내부 의사결정과 예산 집행의 투명성이 사업 신뢰도와 직결된다.
■ 재심의 결과 따라 후폭풍… 도정 에너지정책도 영향권
이번 공방은 제주에너지공사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제주도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출력제어 해소, 그린수소 생태계 구축, 전기차 충전 인프라, 풍력발전 리파워링 등 에너지전환 정책을 공사와 함께 추진해 왔다. 공사의 사업 구조와 재무 건전성, 투자관리 체계가 흔들리면 도정의 에너지정책 추진력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특히 BESS와 그린수소는 제주가 전국에 앞서 실험해 온 미래 에너지 인프라다. 기술의 필요성과 정책 방향은 분명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의회 승인 범위와 투자심의 절차, 채권보전, 원가 산정, 인증 체계가 정교하게 맞물려야 한다. 미래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절차와 수익성 검증이 약해져서는 안 되고, 감사 지적이 곧바로 사업 부정으로 단정돼서도 안 된다.
최명동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은 "공사는 관련 법령과 규정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예산을 집행해 왔다"며 "재심의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와 법률적 검토 내용을 충실히 설명하고, 필요한 사항은 적극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재심의 결과에 따라 감사위 지적의 일부가 조정될 수도 있고, 공사의 해명에도 절차상 보완 요구가 유지될 수도 있다. 다만 이번 논란은 제주 에너지전환 정책이 기술 실증의 단계를 지나 공공투자 관리와 책임경영의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제주가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를 선도하려면 사업 속도만큼이나 투자 의사결정, 위험 관리, 도민 설명 책임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