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테무경찰' 조롱, 끝까지 간다" 경찰 아내의 고소장…'올공'이 쏘아올린 경권 논란 [쓸만한 이슈]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올공' 현장 경찰 조롱한 네티즌 40명 고소한 경찰 아내
예전에도 '중국 경찰'·'가짜 경찰' 조롱과 의혹, 반복 확산
전문가들 "경찰 개인의 문제 아냐…조직이 보호 해야"
"경찰 신뢰 추락 이유도 고민할 때…복장 규정 등 강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 경찰과 대한체육회 등관계자들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진입을 시도하다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사진=뉴스1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 경찰과 대한체육회 등관계자들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진입을 시도하다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경찰의 아내 김모씨는 최근 송파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 대상은 일면식도 없는 40여명의 네티즌들이었다.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김씨의 남편을 조롱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김씨는 이들을 명예훼손과 모욕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김씨는 24일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157개 계정을 정리해 하나하나 검토했다"며 "실수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경우는 최대한 제외하고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한 40명만 특정해 오늘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기소유예로 끝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악의적인 온라인 활동이 계속된다면 이후에는 더 강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기록을 남기는 의미도 있다. 이런 사례가 누적돼야 제복 공무원을 향한 무분별한 공격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씨의 남편은 지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이어진 시위 현장에 투입됐다가 시위대에 둘러싸인 채 조롱과 모욕을 당한 서울경찰청 소속 A 경정이다.

벨기에를 방문 중이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A 경정의 소식을 들은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위 현장에 배치된 경찰관을 향한 일부 시위대의 모욕과 조롱이 도를 넘어섰다"며 경찰관을 향한 폭력과 모욕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후 경권(警權)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공론화됐지만, 여전히 폭력과 모욕은 멈추지 않고 있다.

생중계된 조롱과 신상털이…흔들리는 공권력

올림픽공원 시위 현장에서 일부 시위 참가자들에게 둘러싸여 '위장 경찰'이라는 조롱을 받고 있는 경찰의 모습. /사진=X·스레드 영상 캡처
올림픽공원 시위 현장에서 일부 시위 참가자들에게 둘러싸여 '위장 경찰'이라는 조롱을 받고 있는 경찰의 모습. /사진=X·스레드 영상 캡처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올림픽공원 시위 현장은 단순한 정치 집회를 넘어 경찰 권위와 공권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 됐다.

유튜브와 인터넷 방송을 통해 현장은 실시간 중계됐고 경찰관들의 얼굴은 그대로 노출됐다. 시위 참가자들에게 관등성명을 요구받거나 조롱성 발언을 듣는 모습도 반복적으로 공개됐다.

일부 참가자들은 경찰관의 모자와 마스크를 벗기려 시도했다. 김씨의 남편 A 경정은 지난 5일 시위 해산 과정에서 시위대에 둘러싸여 장시간 조롱당하는 장면이 생중계되기도 했다.

▶'중국 공안'·'화짱조' 온라인까지 퍼진 경찰 공격…"2차 피해 우리가 막는다"(2026년 6월 9일자)
경찰 내부에서는 온라인상 신상 공개와 2차 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 SNS에 확산된 영상에는 "중국 경찰 아니냐"는 글부터 '테무 경찰', '화짱조' 등 조롱성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일부 참가자들은 "공무 수행 중인 경찰을 촬영하는 건 초상권 침해가 아니라 공권력 감시"라는 주장도 내놨다.

서울경찰직장협의회는 지난 15일 서울경찰청 앞 기자회견에서 "최근 선거관리 문제와 관련해 현장 경찰관들이 일부 시위 참가자들로부터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다"며 "제복이 갖는 책임과 자긍심이 무자비한 모욕과 폭력에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A 경정도 경찰 내부망에 "앞으로의 시위는 경찰이 어디까지 용인하는지 시험하는 방향으로 변할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중국 경찰'·'가짜 경찰'…반복된 음모론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 주변 집회 현장에서 '가짜경찰' 의혹이 제기된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이 영상은 최근 또다시 SNS에 게시됐다. /사진=스레드 캡처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 주변 집회 현장에서 '가짜경찰' 의혹이 제기된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이 영상은 최근 또다시 SNS에 게시됐다. /사진=스레드 캡처

조롱을 넘어 경찰관의 신분 자체를 부정하는 음모론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되던 지난해에도 헌법재판소 주변 집회 현장에서 유사한 의혹이 반복됐다. 지난 3월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 유튜버는 경찰관의 신원을 문제 삼으며 "경찰을 사칭한 인물이 활동하고 있다"는 취지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탄핵을 반대하며 모인 시민들이 경찰관에게 관등성명을 요구하는 장면이 담겼다. 당사자인 경찰이 자리를 피하자 '가짜 경찰', '경찰 사칭', '중국 경찰'이라고 고함을 쳤다.

현장 지휘에 나선 경찰이 해당 경찰의 소속과 이름을 밝힌 뒤에도 상황은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의혹이 추가됐다. 근무지로 전화해 사실 확인을 했더니 탄핵 반대 집회에서 의심을 받은 경찰은 '가짜'라는 내용이었다.

놀랍게도 해당 영상은 최근 올림픽공원 시위 국면에서 다시 SNS에 공유됐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촬영된 시점을 6월 현재로 인식했다.

SNS엔 "강원도 소속 경찰이 왜 올공에 있냐", "가짜 경찰이다"는 댓글이 달렸다.

강원경찰청에 영상과 영상 속 내용에 대한 진위 여부를 확인했다.

강원청 경비과 담당자는 "지난해 3월 영상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도 많이 들어왔고 실제 근무하는 직원이 맞냐는 문의도 많았다"며 "해당 인물은 실제 강원지역 경찰관이 맞고 당시 서울 지역 지원 근무를 위해 파견된 것이라고 밝히며 일단락된 일인데 왜 또 올라왔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 인근에 장발과 금발 머리, 선글라스를 착용한 경찰관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중국 공안", "위장 경찰" 등의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역시 현직 경찰인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에 퍼진 '장발'·'금발' 경찰은 '가짜'?… 기동대 소속 '진짜 경찰' [팩트, 첵첵첵] (2025년 3월 18일자)

경찰청 경비국 관계자는 "우리 경찰이 맞다"고 확인했고, 서울경찰청 경무과 관계자는 "경찰은 복무규정에 따라 공무원에 타당한 복장을 착용해야 한다"면서 "다만 머리 길이 등 구체적인 규정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공무원 복무규정 2장5조에는 '용모와 복장을 단정히 하여 품위를 유지하여야 한다'라고 돼 있다.

"개인 아닌 조직이 나서야"…권익보호 체계 요구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특정 경찰관 개인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정의롬 부산외국어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은 노동조합 설립이 제한돼 일반 공무원들보다 권익을 대변할 통로가 부족하다"며 "현장 경찰관들이 온라인상 조롱과 신상공개, 명예훼손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도 이를 조직적으로 보호하는 체계는 미흡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공무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안에 대해 경찰관 개인이 직접 소송을 진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조직이 나서 법률 지원과 권익 보호를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조직법 등에 권익 보호 관련 규정을 명문화하고, 경찰청과 시·도경찰청 단위의 고충 상담 및 권익 보호 전담 창구 설치도 제안했다. 또 정신건강 지원 체계 강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현장 스트레스와 반복되는 온라인 공격은 경찰관들의 정신적 소진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전문 상담 인력 확충과 심리 치유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도 공권력 침해 문제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관을 모욕한 사건 3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고 송파경찰서에 현장 법률상담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여기에 시위 대응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법률 지원과 심리 상담 연계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경찰 신뢰 하락, 지도부 책임도 있다"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 주변 집회 현장에서 장발, 염색한 머리를 한 '가짜경찰'이라며 의혹이 제기된 경찰들의 모습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사진=파이낸셜뉸스 DB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 주변 집회 현장에서 장발, 염색한 머리를 한 '가짜경찰'이라며 의혹이 제기된 경찰들의 모습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사진=파이낸셜뉸스 DB

반면 경찰 조직 스스로 국민 불신을 키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 두 사람이 아니라 다수 시민이 비슷한 의문을 제기한다면 왜 그런 인식이 생겼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현재의 경찰 이미지 추락은 외부 공격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집회 현장에서 마스크 착용이 장기화되면서 경찰관 신원 확인이 어려워졌고, 일부 경찰관들의 복장이나 외모 관리 문제도 불필요한 오해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경찰청장이 직접 대국민 담화를 통해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기강 확립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가짜뉴스가 확산되기 전에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설명하는 대응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처럼 오해받을 행동 자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번 사태를 경찰 조직 쇄신과 신뢰 회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관리 논란에서 시작됐지만, 그 과정에서 또다른 공권력 보호와 국민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도 드러냈다.

시위대에 둘러싸였던 A 경관이 내부망에 올린 글의 제목도 '경권은 어디로'였다. 그 방향을 찾아야 할 지금, A 경관의 아내 김씨는 고소장을 작성하게 된 이유를 말하며 길을 보여줬다.

"이건 우리 남편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 경찰·소방관 등 제복 공무원과 그의 가족들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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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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