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르포] "지지는 않을 줄 알았는데"…아쉬운 패배, 빛바랜 함성 [2026 월드컵]

서지윤 기자, 박성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조 2위 확정 실패로 벼랑 끝 32강행
외국인 관광객·가족 단위 응원단 가세
인근 상권도 "자리 없다"며 '싱글벙글'
안전 펜스·구급차 대기…인파 관리 총력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가 열린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거리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서지윤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가 열린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거리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이 패배로 끝나며 조 2위 확정에 실패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응원하던 직장인 김문래씨(30)는 "거리 응원은 좋은 추억으로 남겠지만 이기면 더 좋은 추억이 됐을 거라서 허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또 다른 직장인 박모씨(34)는 "조 편성이 무난해 기대가 컸는데 져서 속상하다"면서도 "경기력이 밀려서 당연한 결과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남아공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을 앞둔 이날 오전 광화문광장 일대는 축구 팬들로 이른 아침부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32강 진출 여부가 걸린 조별리그 최종전인 만큼 오전 경기임에도 응원 열기는 뜨거웠다.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경기가 시작된 오전 11시 기준 광화문광장에 1만8000~2만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다수는 '붉은 악마'를 상징하는 빨간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태극기를 망토처럼 두르거나 머리에 붉은 악마 머리띠를 쓴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여행차 한국을 방문한 마크씨(41) 가족이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고자 광화문광장 거리 응원에 나섰다. 사진=서지윤 기자
여행차 한국을 방문한 마크씨(41) 가족이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고자 광화문광장 거리 응원에 나섰다. 사진=서지윤 기자

직장에 연차를 내고 친구들과 응원을 온 김수민씨(29)는 "생각보다 응원 인파가 많아서 놀랐다"면서 "4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라 현장에서 꼭 응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I ♡ Korea'라고 새겨진 빨간 캡모자를 쓰고 다섯 살 손주와 함께 나온 김양국씨(81)는 "전반전에 주장 손흥민 선수가 출전하지 않아 아쉽지만, 또 다른 어린 선수들이 귀중한 경험을 쌓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경기가 끝나면 손주와 치킨과 콜라를 즐기며 경기를 기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광장을 찾은 외국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여행 중 온라인을 통해 거리 응원 소식을 접했다는 마크씨(41)는 가족과 함께 광장을 찾았다. 그는 "실력도 좋고 미소가 멋진 손흥민 선수의 팬"이라며 "가족들과 한국에서 특별한 추억을 쌓게 돼 기쁘고, 한국팀이 꼭 선전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국인 여자 친구와 함께 온 미국인 교환학생 앨런씨(22) 역시 "대형 전광판으로 멋진 경기를 볼 수 있어 즐겁다"면서 "특히 시민들이 질서 정연하게 응원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25일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종로사거리포차 종각본점에서 시민들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박성현 기자
25일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종로사거리포차 종각본점에서 시민들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박성현 기자

후반 18분 남아공에 선제골을 내주자, 곳곳에선 아쉬운 탄식이 쏟아졌다. 패배가 확정되자 시민들은 "전술이 부족했다" "경우의 수가 어떻게 되냐"며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손흥민 선수의 유니폼을 착용한 대학생 차모씨(25)는 "일찍 일어나 설레는 기분으로 친구들이랑 응원을 왔는데 허탈하다"면서 "공격이 과감하지 않았고 스리백 수비를 유지한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유모씨(31)는 "반차를 쓴 이유가 무색할 정도로 경기력이 부족했다"며 "곧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데 기분이 오히려 더 안 좋아졌다"고 전했다. 대학 휴학생 김모씨(26)는 "손흥민 선수가 경기 후반에 아쉬운 표정 지을 때마다 가슴 아팠다"면서 "희망을 품고 기다려 보겠다"고 했다. 남아공에 0-1로 지며 A조 3위가 된 한국은 조별리그 일정이 모두 마무리될 될 때까지 32강 진출 여부를 기다리게 됐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경기 덕에 주변 주요 상권은 모처럼 '월드컵 특수'를 누렸다. 인근 편의점과 식당은 이른 아침부터 몰려든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휴대전화로 월드컵 중계를 보던 편의점 직원 강모씨(47)는 "이 시간대 원래 손님이 많지 않은데 월드컵이 시작되며 바빠졌다"면서 "사장님은 매출이 4배 이상 늘었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술집조차 아침부터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상인들은 모처럼 찾아온 '월드컵 대목'에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직원들은 분주하게 손님을 응대하는 와중에 "대~한민국"을 외치며 매장 내 응원 열기를 북돋웠다. 오전부터 이어진 손님 행렬에 점심 장사를 건너뛰는 가게도 있었다.

종로의 한 술집 사장 박영민씨는 "경기 시작 전부터 예약 손님이 끊이지 않아 30석 넘는 테이블이 일찌감치 만석이 됐다"며 "1·2차전 때도 손님이 가득 찼는데 평소라면 문을 닫았을 이른 아침 시간에 영업하니 매출이 많이 늘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호프집 사장 김모씨(42)는 "원래 야간 장사 위주라 이른 오전에 손님이 몰려 몸은 고되지만 '행복한 비명' 아니겠냐"며 "앞선 경기에서도 하루 매출이 평소보다 2~3배나 늘었는데 3차전 때는 열기가 더 뜨거울 것 같아 단기 아르바이트생 2명을 급하게 구했다"고 밝혔다.


jyseo@fnnews.com 서지윤 박성현 기자


기자 정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남아프리카공화국 #2026 월드컵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