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하닉이 잡주냐? 10%씩 급등락하게"...9000피 됐고 '미장' 맞다는 서학개미 [개미의 세계]
[파이낸셜뉴스] #. 직장인 A씨(47)는 얼마 전 들고 있던 국장 주식을 정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에 일부 투자하면서 괜찮은 수익을 얻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역시 미장이 더 매력적이란 판단에서였다. 주식 투자 초반부터 '서학개미(개인 해외주식 투자자)'였던 A씨는 "국장이 불장이라기에 한 번 타볼까 했는데, 역시 내게는 미장이 맞는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A씨처럼 주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의 미국 선호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5년 지역별·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미 금융자산 잔액은 1조1492억달러로, 지난 한 해 동안만 2042억달러가 늘어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전체 대외금융자산(2조4396억원)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47.1%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의 비중은 2023년(41.8%), 2024년(45.1%)에 이어 3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미국으로 자금이 쏠리는 동안 중국은 반대로 41억달러 줄어든 1398억달러를 기록하며 비중도 5.7%로 낮아졌다.
문상윤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대미금융자산의 증가 이유로 서학개미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꼽았다. 문 팀장은 "대미 금융자산이 2010년대 중반부터 빠르게 증가했다"며 "주식 투자를 중심으로 순매수가 지속된 데다 미국 주가가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상승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눈여겨 볼 지점은 올해 들어 코스피가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국장 복귀론'이 제기됐음에도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보유 규모는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4월과 5월 순매도세를 나타냈으나, 이후 다시 매수가 매도를 추월하면서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 수요 자체가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문 팀장은 "우리나라 해외 주식 투자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상반기 말 기준 66.9%로 주요국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라며 "국내 주식시장이 활황이어서 대미 투자 증가세가 둔화할 수는 있지만, 대미 금융자산 비중이 하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서학개미들이 국장 불장에도 미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낙수효과에 기댄 2등 시장보다, 패권을 쥔 1등 시장에 직접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 상위 종목인 엔비디아·애플·마이크론은 전 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의 표준을 만드는 기업들이다. 핵심 기술과 시장 지배력을 독점한 기업에 대한 구조적 신뢰가 여전하다는 뜻이다.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환율도 기존 미장 투자자들이 움직이지 않게 하는 방어벽으로 기능한다. 고환율은 신규 진입 시 환차손 우려를 키우는 요소지만, 이미 미장에 투자 중인 개미들에게는 오히려 안전판이 되어준다. 미국 빅테크 주가가 단기 조정을 받아 밀리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 원화 환산 계좌의 낙폭을 일부 상쇄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축통화인 달러를 쥐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자본 효율성과 주주를 대하는 기업 문화의 체질 차이도 빼놓을 수 없다. 호재가 터지면 하루 만에 5%씩 급등하는 변동성은 매력적인 동시에 공포스럽기도 하다. 또, 잊을 만하면 터지는 대주주 위주의 지배구조 리스크나 물적분할(쪼개기 상장) 같은 고질적인 우려 역시 서학개미들의 투심을 멈칫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