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헬스 헬스

"탈모 원인 상관없이 모발 성장 돕는 'cADPR', 다음 단계는 FDA 승인" [탈모 전문가 100인 인터뷰]

김현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30년 탈모 연구 '리필드 연구개발총괄' 양미경 박사를 만나다]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것들이 부재할 때 그것은 상실을 불러옵니다. 우리에게 깊고 무거운 상실을 일으키는 존재,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탈모. 탈모를 바로 마주하고 극복하기 위해 탈모 치료 1세대 개척자인 의학박사를 시작으로 100인의 탈모 전문가를 만납니다. '탈모'라는 두 글자 뒤 펼쳐질 새로운 이야기들을 기대해 주세요. [편집자 주]

/디자인=파이낸셜뉴스
/디자인=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탈모는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납니다. 그동안 탈모 치료제는 탈모를 유발하는 호르몬 중 하나인 '테스토스테론'에만 집중했습니다. 새롭게 개발한 'cADPR'은 탈모 원인과 상관없이 모발 성장을 돕는 '근본적인' 물질이에요. 해당 물질을 찾는 데 27년이 걸렸네요. 결실을 보게 돼 기쁩니다."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뷰티 스타트업 콘스탄트 리필드의 사무실에서 탈모 완화 물질 'cADPR(Cyclic ADP-Ribose)'을 개발한 양미경 박사(콘스탄트 리필드 연구개발총괄, CRO)를 만났다. cADPR은 모발 성장 신호인 '윈트베타카테닌(Wnt/β-catenin)'을 활성화하는 물질이다.

양 박사가 cAPDR을 개발한 이유는 명확하다. 세계적으로 쓰이는 탈모 치료제조차 한 가지 원인만 차단할 수 있었고, 그 외 원인으로 나타나는 탈모에는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cADPR을 "모든 유형의 탈모에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라고 강조하면서 "지금까지 치료 방법이 없어 고통받은 탈모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양미경 박사가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리필드 사무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선 기자
양미경 박사가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리필드 사무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선 기자

탈모때문에 펑펑 울던 암환자... 서울대병원을 박차고 나온 이유

―오랜 시간 서울대병원에서 암을 치료했다. 탈모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에서 15년간 뇌암 환자와 유방암 환자를 치료했다. 암 치료 과정에서 탈모가 생긴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몸도 아픈데 외모까지 망가졌다"라며 펑펑 우는 걸 자주 봤다. 탈모가 환자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걸 눈 앞에서 목격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이후 탈모 치료에 뛰어들기로 마음먹고 1999년 개원, 미국 모발 이식 전문의를 취득했다. 모발 이식과 탈모 치료를 해보니 탈모가 암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큰 고통을 주고 있더라. 그래서 새로운 탈모 완화 물질을 개발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미 세계적으로 쓰이고 있는 탈모 치료제가 있지 않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피나스테리드'가 있다. 피나스테리드의 작용은 우리 몸의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 호르몬이 두피에 있는 '5알파 환원효소'와 만나 탈모를 일으키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변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테스토스테론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변하는 과정을 차단해 탈모를 막는 것.
그러나 여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이 아니라 '안드로스텐디온'이라는 남성 호르몬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변하면서 탈모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남성의 경우에도 45세가 넘으면 테스토스테론보다 안드로스텐디온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피나스테리드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사용하더라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가 많았다. 모든 탈모 증상에 보편적으로 쓸 수 있는 약물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칼슘 농도에 초점... 탈모 완화 물질 'cADPR(Cyclic ADP-Ribose)' 개발

―연구 끝에 'cADPR'이 모낭 세포의 분화를 돕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찾고 싶었던 것은 성장에 관여하는 '최초의' 신호였다. 그걸 알아야 모발을 잘 자라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계 각국의 논문을 뒤져보니 우리 몸의 세포가 분화할 때 '윈트베타카테닌(Wnt/β-catenin)'이라는 신호가 활성화 돼야 하더라. 이 신호는 세포와 세포 사이에 있는 '윈트(Wint)' 단백질이 한 세포의 벽에 달라붙었을 때, 세포 안에 있는 '베타카테닌(β-catenin)' 단백질이 이를 신호로 인식하고 세포 핵에게 '분화하라' 명령하는 것을 말한다. 이 신호가 두피에서 활성화되면 모낭세포가 분화하는 것이다.

문제는 세포가 아무리 열심히 분화해도, 내적으로 성숙하지 못하면 모발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없었다. 씨앗을 계속 뿌려도 건강한 씨앗에서만 싹이 자라는 것과 같은 원리다. 세포 성숙을 어떻게 도울까 고민하다 세포가 분화할 때 칼슘 농도가 충분해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논문을 뒤져 이번엔 세포 내에서 칼슘 농도를 조절하는 신호 물질 'cADPR(Cyclic ADP-Ribose)'을 찾아냈다. 기존 과학계에서는 cADPR을 세포 대사 과정에 필요한 흔한 물질로 여겼지만 나는 모낭세포 핵이 성숙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라고 확신했다. 그 확신은 맞아 떨어졌다. cADPR을 활용한 실험에서 모낭세포의 칼슘 농도가 높게 유지되면서 윈트베타카테닌 신호가 2.3배 활성화 되었다. 모낭세포가 모발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것이다.

―부작용이나 한계는 없나.
▲ 부작용은 없다. cADPR은 새롭게 만든 물질이 아니다. 이미 몸 안에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피부에 발라도 몸이 독성 물질로 인식하지 않는다. 다만 효과를 내는 시간이 6시간으로 짧은 편이다. 효과를 지속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하루 4번이나 발라야 한다. 지속 시간 면에서는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다.

발모 효과 노렸는데... 환자들 뜻밖의 답 "매일 빠지는 머리카락 줄었다"

―모발이 자라는 환경을 만드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발이 빠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 않나.
▲cADPR을 발견한 후, 사용을 원하는 환자가 있었다. cADPR은 발모에만 효과가 있으니, 모발 탈락에 효능을 보이는 탈모 치료제 피나스테리드를 처방할 마음이었다. 그런데 cADPR을 단독으로 사용한 환자들이 "매일 빠지는 모발의 양이 줄었어요."라고 하더라. 해외에서 모낭 세포를 구입해 다시 실험했다. 과연 cADPR을 주입해 윈트베타카테인이 활성화되자 탈모를 유발하는 단백질인 'DKK-1'이 억제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발의 성장을 돕고 탈락을 막는 '듀얼 펑션(Dual Function)'의 물질을 찾은 것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피나스테리드는 모발 탈락만 막는다. 그마저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 FDA에서 승인한 탈모 치료제 중에 '미녹시딜'이라는 약물도 있지만 해당 약물도 혈관을 확장해 모발의 성장을 도울 뿐 모발 탈락을 막을 수 없다. 피나스테리드나 미녹시딜이나 한 가지 기능밖에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의약품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화장품으로 만들었나.
▲처음에는 cADPR을 활용한 의약품을 출시하고자 했다.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의약품 승인을 받는 데에는 수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아쉬운 대로 화장품으로 출시하고 한국, 미국, 중국에 특허를 냈다. 그런데 화장품으로 출시하고 나니 오히려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대중에게 그 효과를 검증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목표는 의약품 출시인가.
의약품 출시, 국 FDA 승인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바라는 것은 cADPR이 잠시 주목받고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는 물론이고 그다음 세대까지 사용되는 것이다. 내가 개발한 물질이 대대손손 쓰이고,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수단이 된다면 이보다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


기자 정보

#cADPR #모발 성장 #FDA 승인 #탈모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