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고신용자 대출 쏠림' 지속
당국 가계대출 관리 강화 여파
차주 평균 신용점수 940점 넘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신규 가계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가 940점을 웃돌고 있다. 강도 높은 대출 관리가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 쏠림'을 고착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문턱을 넘지 못한 중·저신용자는 카드론 등 고금리 상품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2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지난 4월 신규 취급한 가계대출 차주의 신용점수(단순 평균)는 941점으로 집계됐다.
올해 2월에는 946.8점으로 관련 통계가 공시된 2023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다소 하락했으나 여전히 940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지난해 9월 930점대로 떨어진 이후 10월에 940점대로 다시 올라섰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신규대출이 고신용자에게 집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출 상품별로 보면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대출의 평균 신용점수가 가장 높았다. 올해 4월 5대 시중은행에서 신규 취급한 마이너스통장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58.8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분할상환방식)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47점, 일반신용대출 차주는 915.2점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빚투' 수요를 막기 위해 가계대출 비상관리 체계에 돌입했다. 이에 은행권도 신용대출과 마통 한도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은행권이 본격적인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한정된 대출 여력을 우량 차주에게 우선 배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될수록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고금리 대출로 수요가 옮겨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카드론 잔액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신용카드사(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NH농협카드)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3조2534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월 말(42조9830억원) 대비 2704억원 늘어난 규모다.
8개 전업카드사의 지난달 말 카드론 평균 금리는 11.16~14.33%에 이른다. 5대 시중은행이 4월에 취급한 가계대출 평균금리(4.51%)와 비교하면 2.5~3배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출한도를 낮추면서 전체적으로 취급 규모가 줄다 보니 연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내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기 시작하자 오히려 자금을 더 빨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일부 수요가 카드론 등 고금리 대출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점수가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의 영향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획일적인 신용점수평가 체계로 신용점수 자체가 전반적으로 높아진 점도 배경 중 하나"라며 "마이데이터 기반 신용관리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금융소비자들이 신용점수를 쉽게 관리할 수 있게 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