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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람·햇빛으로 AI 돌린다… 40MW '그린 데이터센터' 시동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JDC·제주도·JTP, 제주 AX 핵심 인프라 구상
올해 말 바이오 특화 0.3MW 센터 우선 구축
에너지·우주·바이오에 AI 접목해 산업 고도화
카카오, 수냉식 냉각·모듈형 확장 모델 제시
전력 안정성·기업 수요·전문인력 확보가 관건

장철원 제주특별자치도 미래성장과장이 25일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열린 '그린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제주 AX 전략 구상' 세션에서 제주권 AX 대전환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주포럼사무국 제공
장철원 제주특별자치도 미래성장과장이 25일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열린 '그린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제주 AX 전략 구상' 세션에서 제주권 AX 대전환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주포럼사무국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에서 생산한 바람과 햇빛으로 인공지능(AI)을 구동하는 40MW급 '그린 AI 데이터센터' 구축 구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출력제한 문제를 AI 산업의 전력 수요와 연결하고, 에너지·우주·바이오 등 제주 전략산업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이끌 핵심 기반시설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제주도는 25일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그린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제주 AX 전략 구상' 세션을 열고 제주형 AI 산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논의했다.

윤대균 아주대학교 인공지능학과 교수 겸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기술혁신인프라분과 위원이 좌장을 맡았다. 장철원 제주특별자치도 미래성장과장과 고우찬 카카오 클라우드·인프라 총괄 리더가 주제발표에 나섰다. 정재엽 제주테크노파크 미래산업센터장과 조용석 JDC 미래사업실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제주도가 제시한 AX 전략은 인프라와 산업, 인재를 연결하는 구조다. 재생에너지 기반의 40MW급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이곳에서 제공하는 연산 자원을 에너지·우주·바이오를 비롯해 관광·농업·환경·해양 분야의 AI 실증과 산업화에 활용한다. 지역대학과 4대 과학기술원 제주 연합캠퍼스를 연계해 데이터센터와 전략산업에 필요한 AI 융합인재도 양성한다.

■ AI 시대, GPU보다 전력이 중요해진다

윤대균 아주대학교 교수가 25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열린 제21회 제주포럼 '그린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제주 AX 전략 구상' 세션에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재생에너지 기반 40MW급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제주 전략산업의 AX 전환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제주포럼사무국 제공
윤대균 아주대학교 교수가 25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열린 제21회 제주포럼 '그린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제주 AX 전략 구상' 세션에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재생에너지 기반 40MW급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제주 전략산업의 AX 전환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제주포럼사무국 제공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연산을 수행하는 GPU 서버를 모아 놓은 시설이다. 일반적인 데이터 저장시설과 달리 생성형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고성능 서버를 집중적으로 가동한다. 서버가 소비하는 전력도 많고,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설비에도 상당한 전력이 들어간다.

국제에너지기구가 전망한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6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AI 산업의 경쟁 조건이 GPU 확보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으로 빠르게 확장되는 배경이다.

장철원 과장은 주제발표에서 "그동안 AI 산업의 경쟁이 GPU 확보에 치우쳤다면 앞으로는 연산 자원을 운용할 수 있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하는 경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주는 전국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재생에너지 실시간 전력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돼 새로운 전력 거래와 에너지 서비스를 실증할 수 있다. 육지와 전력망이 제한적으로 연결된 섬이라는 점도 독립적인 에너지 실증에는 유리한 조건으로 평가된다.

제주도가 데이터센터 앞에 '그린'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석연료로 생산한 전력을 대량 소비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풍력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고, 에너지저장장치와 AI 발전량 예측을 결합해 재생에너지의 불규칙성을 보완하겠다는 구상이다.

송석언 JDC 이사장은 "제주의 AI 데이터센터를 지역 전략산업의 AX와 AI 기업 유입, 인재 양성을 연결하는 성장 엔진으로 전략화해야 한다"며 "제주의 재생에너지 자원을 활용한 RE100 친환경 모델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0.3MW 바이오 실증에서 40MW 거점으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25일 제21회 제주포럼에서 개최한 미래사업 세션에서 송석언 JDC 이사장은 "제주의 AI 데이터센터를 지역 전략산업의 AX와 AI 기업 유입, 인재 양성을 연결하는 성장 엔진으로 전략화해야 한다"며 "제주의 재생에너지 자원을 활용한 RE100 친환경 모델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주포럼사무국 제공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25일 제21회 제주포럼에서 개최한 미래사업 세션에서 송석언 JDC 이사장은 "제주의 AI 데이터센터를 지역 전략산업의 AX와 AI 기업 유입, 인재 양성을 연결하는 성장 엔진으로 전략화해야 한다"며 "제주의 재생에너지 자원을 활용한 RE100 친환경 모델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주포럼사무국 제공

제주도가 제시한 최종 목표는 40MW급 AI 데이터센터다. 공공행정과 연구·교육, 지역 전략산업, 민간 클라우드 등 여러 분야에서 필요한 AI 연산을 제공하는 제주권 핵심 인프라로 구상하고 있다.

40MW는 데이터센터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 용량을 뜻한다. 시설 규모만 키운다고 산업적 성과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산 자원을 구매할 기업과 연구기관이 있어야 하고, 지역기업이 이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제주도는 대규모 시설을 곧바로 건설하기보다 작은 데이터센터에서 활용 가능성을 먼저 검증할 계획이다. 올해 말 구축할 0.3MW급 데이터센터가 출발점이다.

0.3MW급 센터는 제주 바이오산업에 우선 활용된다. 제주 생물자원의 성분과 효능을 AI로 분석하고, 신소재 후보 탐색과 제품 제조법 개발, 헬스케어 데이터 분석 등에 필요한 연산을 지원한다. 작은 규모에서 기술과 기업 수요를 확인하고 성과가 나타나면 분야와 시설 규모를 넓히는 방식이다.

장 과장은 "올해 말까지 바이오산업을 중심으로 한 0.3MW급 소규모 데이터센터를 설치한다"며 "내년부터 실증과 상용화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재엽 센터장은 지역기업의 접근성을 강조했다. 데이터센터가 구축돼도 제주기업이 활용하지 못하면 지역산업과의 연결 효과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센터장은 "제주 청정 바이오 자원 데이터와 AI를 결합하면 신소재 탐색과 제품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며 "지역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AI 인프라를 공공재처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주권 AX 대전환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한 기획비 5억원을 반영했다. 제주도와 참여기관들은 기본계획 수립과 함께 기술검증을 병행해 전력 공급과 냉각, 데이터 처리, 기업 활용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 데이터센터가 에너지·우주·바이오를 연결

장철원 제주특별자치도 미래성장과장이 25일 제21회 제주포럼에서 재생에너지 기반 40MW급 그린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제주 AX 대전환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주포럼사무국 제공
장철원 제주특별자치도 미래성장과장이 25일 제21회 제주포럼에서 재생에너지 기반 40MW급 그린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제주 AX 대전환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주포럼사무국 제공

40MW급 데이터센터는 제주 전략산업을 연결하는 공동 연산 기반으로 설계된다. 제주도가 제시한 우선 적용 분야는 에너지와 우주, 바이오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을 AI로 예측하고 에너지저장장치, 수요반응 자원과 연결한다.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미리 예측하면 남는 전력은 저장하고 부족한 시간대에는 저장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우주 분야에서는 위성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한다. 위성영상은 해양오염 감시와 농작물 생육 분석, 산불·태풍 등 재난 대응, 공간정보 구축에 활용할 수 있다. 제주에서 추진하는 민간 우주산업이 위성 발사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천연물과 생물자원 데이터를 분석해 신소재 후보를 찾고 제품 개발 기간을 줄이는 데 AI를 활용한다. 관광객 수요 예측과 맞춤형 관광 서비스, 농작물 병해충 분석, 의료·돌봄 지원, 행정 민원 처리 등도 후속 AX 분야로 제시됐다.

장 과장은 "데이터센터가 인프라라면 그 인프라가 실제 가치를 만드는 곳은 산업 현장"이라며 "에너지·우주·바이오를 비롯해 관광·농업·환경·해양 등 제주 특화산업에 AI를 접목하겠다"고 말했다.

제주형 공공 AI 플랫폼 'AI 커넥트'도 데이터센터와 연계된다. 공공과 민간에 흩어진 데이터를 연결해 행정기관과 기업, 도민이 AI 서비스 개발에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AI 교육과 이용 기회를 지원하는 'AI 기본 바우처'도 민선 9기 정책으로 검토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성과를 건물이나 서버 보유량이 아니라 지역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서비스, 도민의 이용 기회로 측정하겠다는 정책 방향이다.

■ 제주형 데이터센터, 어떻게 달라야 하나

고우찬 카카오 클라우드·인프라 총괄 리더가 25일 제21회 제주포럼에서 고밀도 GPU 서버와 수냉식 냉각, 모듈형 확장 구조 등을 적용한 에너지 절감형 AI 데이터센터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주포럼사무국 제공
고우찬 카카오 클라우드·인프라 총괄 리더가 25일 제21회 제주포럼에서 고밀도 GPU 서버와 수냉식 냉각, 모듈형 확장 구조 등을 적용한 에너지 절감형 AI 데이터센터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주포럼사무국 제공

고우찬 총괄 리더는 카카오의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형 AI 데이터센터가 갖춰야 할 기술적 조건을 제시했다.

고 리더에 따르면 미래 AI 서버는 GPU 성능이 높아지면서 랙 하나에 필요한 전력과 냉각 능력이 크게 증가한다. 기존의 공랭식 설비만으로 열을 식히는 데 한계가 있어 서버에 냉각수를 직접 순환시키는 수냉식 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체 전력 가운데 서버 이외의 냉각·전력 설비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전력사용효율(PUE)이다. PUE가 1에 가까울수록 서버 이외의 전력 낭비가 적다는 의미다.

고 리더는 데이터센터 전력의 약 30~40%가 냉방에 사용되는 만큼 외기를 활용하고 폐열을 회수하며 고효율 냉각설비를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주에서는 수자원 환경을 고려해 물 사용량을 줄인 수냉식 시스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제주의 풍부한 청정 재생에너지는 RE100 기반 AI 데이터센터를 구현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라며 "민간의 클라우드 기술과 제주의 재생에너지가 결합하면 친환경 데이터센터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40MW 전체를 건설하기보다 이용 수요에 맞춰 서버와 전력설비를 추가하는 모듈형 방식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대규모 투자 위험을 줄이고 AI 기술 변화에 맞춰 시설을 단계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건물보다 기업과 사람이 먼저다

25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열린 제21회 제주포럼 JDC 미래사업 세션에서 조용석 JDC 미래사업실장이 인프라·산업·인재를 연결하는 제주 AX 생태계 구현을 위한 데이터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주포럼사무국 제공
25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열린 제21회 제주포럼 JDC 미래사업 세션에서 조용석 JDC 미래사업실장이 인프라·산업·인재를 연결하는 제주 AX 생태계 구현을 위한 데이터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주포럼사무국 제공

데이터센터가 지역경제의 성장 기반이 되려면 서버를 이용할 기업과 이를 운영할 사람이 필요하다. 대규모 시설을 유치해도 지역산업과 연결되지 않으면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기반시설에 머물 수 있다.

제주도는 지역대학과 4대 과학기술원 제주 연합캠퍼스를 연계해 AI 융합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에너지·우주·모빌리티·바이오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데이터센터 실증사업과 연결하고, 제주에서 교육받은 인재가 지역기업과 연구기관에 취업하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KAIST와 제주대학교가 추진하는 공동대학원도 인재 양성의 출발점으로 제시됐다. 교육과 연구, 기업 실증이 각자 운영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데이터센터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지·산·학·연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향이다.

조용석 JDC 미래사업실장은 "40MW급 AI 데이터센터는 하나의 건축물이 아니라 에너지·우주·모빌리티·바이오산업의 AX를 견인하는 거점"이라며 "국내외 AI 기업과 연구기관, 인재가 제주로 찾아오게 만드는 앵커 인프라로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JDC는 데이터센터 부지와 기반시설, 민간투자 구조 등을 검토하고 제주도는 정책과 제도, 과기부 협력을 담당한다. 제주테크노파크는 지역기업 발굴과 산업 실증을 맡고, 카카오클라우드 등 민간기업은 데이터센터 설계와 클라우드 운영 기술을 제공하는 협력구조가 제시됐다.

■ 40MW 숫자보다 중요한 '실제 수요'

이날 논의는 40MW라는 시설 규모보다 인프라와 산업, 인재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 전에 누가 연산 자원을 이용하고 어떤 서비스를 개발할지 구체적인 수요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생에너지만으로 24시간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려면 풍력과 태양광의 간헐성을 보완할 전력 공급 체계도 필요하다. 에너지저장장치와 보조전력, 전력망 보강 방안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고성능 서버의 열을 처리할 냉각 방식과 물 사용량, 해저 통신망 장애에 대비한 통신망 이중화도 사업 기획 과정에서 검증해야 할 과제다.

좌장을 맡은 윤대균 교수는 "제주도와 JDC, 제주테크노파크의 공공 역할에 카카오클라우드와 같은 민간기업의 기술력, 정부의 정책 지원과 과학기술원의 인재 양성 체계가 맞물려야 제주 AX 구상을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 AX 전략의 첫 시험대는 올해 말 들어설 0.3MW급 바이오 데이터센터다. 이곳에서 지역기업의 실질적인 이용 수요와 사업 성과를 확인하고, 전력·냉각·클라우드 운영 경험을 축적해야 40MW급 데이터센터로 확장할 명분도 확보할 수 있다.

제주의 바람과 햇빛이 AI를 움직이고, AI가 다시 제주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선순환 구상은 이제 기획 단계에 들어섰다. 시설 규모보다 지역산업에서 먼저 확인되는 작은 성공 사례가 제주형 그린 AI 데이터센터의 미래를 결정할 전망이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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