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망가진 범퍼에 노린 한 방···중앙선에서 핸들을 틀었다 [거짓을 청구하다]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운전자 A씨, 골목길 빠져나가다 차량 파손
추가 사고 일으켜 보험금 타낼 계획 세워
편도 1차선 도로서 중앙선 넘는 차량 노려
고의 사고 후 보험금 청구..미지급으로 미수
재판부는 의도적이라고 판단..징역 4월 결정

사진=챗GPT
사진=챗GPT

[파이낸셜뉴스] 좁은 골목에 경차 한 대가 낑낑거리며 들어왔다. 운전자는 차체가 작아 이 정도는 통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찌저찌 길 끝까지 왔지만 빠져나가기 위해 길 모퉁이를 돌면서 쾅.

차량을 몰던 A씨 몸까지 덜컹 흔들렸다. 아래 있던 큼지막한 시멘트 덩어리를 보지 못 했다. 내려서 살펴보니 우측 앞 범퍼가 움푹 들어가 있었다.

사고 난 김에..

A씨는 짜증이 확 솟구쳤다. 최대한 조심히 왔는데, 막바지에 사고가 난 게 억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판단은 이상한 쪽으로 엇나갔다. 이미 손괴된 차량을 이용해 보험금을 타내보자는 것이었다.

그 후부터 A씨는 어떤 식으로 사고를 꾸밀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실제 도로를 돌아다니며 대상을 물색하기도 했다. 본인에게 귀책이 최대한 부여되는 않는 방식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편도 1차로 도로에서 대형 화물차가 정지해있는 것을 발견했다. 화물을 싣고 내리는 작업이 오래 걸리는 듯했다. 이 탓에 해당 차선의 차량들은 불가피하게 멈춰있는 화물차를 추월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을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화물차가 서있는 반대편 차로에서 서행을 하다 차량들이 중앙선을 넘는 지점에서 속도를 오히려 올렸다. 닿을 듯했던 중형 트럭은 간신히 이를 피했으나, 그 뒤를 따라오던 승용차는 A씨 차량과 부딪혔다.

하지만 A씨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상대 책임으로 몰아갔고, 중앙선을 넘었던 운전자 B씨는 별다른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이에 A씨는 B씨가 가입한 보험사에 수리비 명목의 보험금 240만원가량을 청구했다.

"도로 충분히 넓어..고의 사고"

하지만 이상한 낌새를 감지한 보험사는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추가 조사로 보험사기 행위 혐의를 발견했고,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A씨는 해당 사고는 과실로 인한 것이었을 뿐 고의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 차량은 충돌하기 전 급정차했으나 A씨 차량은 멈추지 못했고,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폭이 상당히 넓어서 두 차량이 충돌 후 멈춰선 상태에서도 다른 차량들이 지나갈 정도인 모습도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경차인 A씨 차량이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들과 충돌하지 않고 충분히 진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A씨가 의도적으로 교통사고를 야기했다고 보는 게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립과학수사원이 블랙박스와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차량이 충돌하기 전 A씨 손 위치가 핸들을 기준으로 반시계 방향의 각도를 형성하고 있어 좌측으로 틀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감안됐다.
A씨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혐의가 인정돼 징역 4월에 처해졌다.

[거짓을 청구하다]는 보험사기로 드러난 사건들을 파헤칩니다. 금욕에 눈멀어 생명을 해치고 '거짓을 청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 기사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 주세요.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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