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아들 프로축구단 보내고 싶죠?"…부모 간절함 노린 수상한 제안 [사기꾼들]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해외 에이전트 사업 계획 전부 거짓
갚을 의사·능력 없이 '미끼' 던져
개인 생활비 마련할 목적으로 접근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한 AI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한 AI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

[파이낸셜뉴스] "외국인 프로선수 3명이랑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한국으로 데려왔는데, 당장 숙소를 마련해 줄 비용이 살짝 부족하네요. 3000만원만 빌려주면 그 선수들한테 에이전트 비용을 받아서 매달 300만원씩 1년 안에 갚겠습니다. 아드님도 프로구단에 갈 수 있게 확실히 밀어줄게요."
지난 2024년 1월 축구부 주장인 아들을 둔 학부모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축구 에이전트 회사 이사 B씨(46)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앞서 2023년 8월에도 "아들의 훈련과 프로 입단에 도움을 주겠다"며 접근한 B씨에게 3000만원을 건넸던 A씨. 그는 이번에도 아들의 미래와 확실해 보이는 수익 조건을 믿고 또다시 3000만원을 선뜻 송금했다.

그러나 A씨가 마주한 진실은 처참했다. B씨가 늘어놓은 화려한 인맥과 사업 계획은 전부 거짓이었기 때문이다.

B씨의 범행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2023년 10월에는 또 다른 지인 C씨에게 접근해 "해외 축구 에이전트 사업과 관련해 사업자금 3000만원이 필요하다"면서 "돈을 빌려주면 2개월 뒤에 갚겠다"고 속여 두 차례에 걸쳐 총 3000만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B씨에게는 처음부터 이들에게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었다. 당시 B씨의 재정 상태는 이미 약 2488만원 상당 채무를 지고 있을 정도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피해자들에게 빌린 돈 역시 사업비가 아닌 개인 생활비 등으로 사용할 목적이었다.

축구 에이전트 사업 성공이나 프로구단 입단 제안은 피해자들의 돈을 가로채기 위해 급조한 '미끼'에 불과했다. 다른 빚을 갚거나 개인 용도로 쓰기 위해 축구선수 지망생 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악용한 대담한 사기극을 벌인 셈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김천수 판사)은 지난 17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동종의 피해자가 2명이고, 피해 금액이 합계 6000만원에 달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으며, 피해 회복을 위해 B씨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고 이자 명목의 금액을 분할 지급하기로 약정해 한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점, 또 다른 피해자에게 1200만원을 지급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B씨가 벌금형을 넘어서는 전과는 없지만 동종 범죄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증거 인멸이나 도망의 염려가 없고 추가적인 피해 회복의 기회를 주기 위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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