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탈중앙은 비싸다"··· 신현송이 그리는 중앙집권적 예금토큰 시대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ECB 중앙은행 포럼 발표..'프로젝트 한강의 교훈'
전산화 넘어 토큰화의 시대..무대는 '통합원장'
중앙은행 발행 CBDC 기초 예금 토큰이 新화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중앙은행 포럼'에서 '통합원장의 실제 구현: 프로젝트 한강의 교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사진=세르지오 가르시아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중앙은행 포럼'에서 '통합원장의 실제 구현: 프로젝트 한강의 교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사진=세르지오 가르시아
사진=챗GPT
사진=챗GPT

[파이낸셜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국제무대에서 '프로젝트 한강' 성과를 공개하며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를 기초로 하는 예금 토큰이 새로운 지급수단이 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이때 통합원장 위 토큰화는 중앙은행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며, '탈중앙성'은 되레 비용을 높여 이용자가 산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무대, 통합원장
신 총재는 1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중앙은행 포럼'에서 '통합원장의 실제 구현: 프로젝트 한강의 교훈'을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그는 일단 화폐제도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고 판단했다. 과거 금화 등을 직접 주고받다가 신뢰할 수 있는 중개기관이 장부(원장)에 기록하는 '장부상의 돈'이 등장했고, 이후 종이 장부가 전산시스템으로 넘어가는 '전산화'가 이뤄졌다. 이제는 3세대 금융 인프라인 '토큰화'의 시대다.

신 총재는 "단순히 돈을 화면 속 숫자로 옮기는 것을 넘어 '거래조건'과 '실행규칙'까지 함께 담는 것"이라며 "토큰화된 돈은 가치의 저장·이전 수단을 넘어 약속과 절차까지 품은 '똑똑한 돈'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작업이 이뤄질 수 있는 토대가 '통합원장(unified ledger)'이다. 올라가는 대상은 크게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기관용 CBDC △은행 예금 △국채 등 안전자산 등이다. 한은의 경우 세계 최초로 개발한 디지털화폐 시스템(DCS)을 국제결제은행(BIS)이 추진 중인 '아고라 프로젝트' 플랫폼과 연결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신 총재는 "지금은 자산 거래에서 대금과 자산이 오가는 시점이 어긋나 한쪽이 약속을 못 지키면 먼저 건넨 쪽이 손해볼 수 있다"며 "통합원장에서는 '값을 치르는 동시에 자산의 주인도 바뀐다'는 약속이 적용된다"고 짚었다.

신 총재는 "통합원장은 은행은 없애는 구조가 아니라 오히려 중앙은행-은행의 현행 2계층 화폐제도를 강화한다"며 "어느 은행 돈이든 1대 1로 통용되는 화폐의 단일성을 담보한다"고 말했다.

"탈중앙? 오히려 사람 흩어지게"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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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총재는 중앙은행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유지했다. 신 총재는 "'신뢰의 닻'인 중앙은행 돈을 활용하면 토큰화의 장점은 누리면서 값비싼 합의 경쟁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론 중앙은행이 CBDC로 보증하는 예금 토큰이 새로운 화폐가 될 전망이다. 신 총재는 "은행 간 정산이 중앙은행 돈으로 이뤄져 어떤 예금 토큰이든 똑같은 1원으로 통하고 보유자의 은행이 갚아야 할 예금으로 남아 누가 발행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떠도는 일은 없다"고 했다.

한은은 이미 상용화 전 단계까지 준비를 마쳤다. 윤성관 한은 금융결제국 디지털화폐실장은 "예금 토큰을 발행할 수 있는 시스템은 구축했고 향후 국채 발행도 지원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신 총재는 퍼블릭 블록체인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을 냈다. 그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은 검증 참여자들에게 끊임없이 보상을 줘야하고 안정성을 높일수록 비용과 수수료가 치솟는다"며 "사람들은 더 싼 곳을 찾아 흩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기반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서도 "발행사 사정이나 신뢰가 흔들리면 그 가치도 출렁이고 같은 이름의 토큰이라도 어느 블록체인에 있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돈처럼 취급된다"고 덧붙였다.

'프로젝트 한강'의 방향성
신 총재는 한은이 주도하는 프로젝트 한강의 현황과 계획도 공유했다. 앞서 지난 2023년 10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약 2년에 걸쳐 추진된 1단계에선 디지털화폐 및 예금 토큰이 제조-발행-유통-환수-폐기 전과정에서 원활하게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지난해 4~6월 이뤄진 실거래 파일럿에는 총 8만1000명(전자지갑 기준)이 참가했고 거래는 총 11만4880건(사용처 대금결제 및 예금-예금 토큰 간 전환 거래 포함)을 기록했다.

신 총재는 "ECB도 아피아(Appia) 구상을 통해 중앙은행 돈까지 직접 토큰화한 통합 생태계 구현을 추진 중이지만 2028년 청사진 마련을 목표로 한 계획 단계"라며 "한국은 이보다 2년 앞섰고 몇 가지 유용성을 확인했다"고 짚었다.

그가 언급한 유용성은 △통합원장 시스템이 실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예금 토큰이 새로운 지급수단이 될 수 있다 △프로그래밍 기능은 거래 시점부터 잘못된 사용을 방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등 3가지였다.

2단계에선 사용자와 사용처를 늘리는 데 집중한다. 1차 참가 은행 7곳(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농협·부산)에 경남은행과 아이엠뱅크가 추가됐다. 생체인증, 예금-예금 토큰 간 자동 전환 같은 편의 기능도 더한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무엇보다 정부 재정 집행에 프로그래밍 기능을 본격 활용한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보조금, 공공부문 업무추진비 등이 우선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예정이다. '자격을 갖춘 사업자가, 허용된 용도로, 정해진 기간에만' 같은 조건을 설정해두면 사후 점검에 소요되는 자원을 줄일 수 있다는 구상이다.

신 총재는 "사후 감사에서 사전 규칙 중심으로 옮기면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재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떠받치는 토대 자체를 바꾸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다 장기적 시계에선 '자산 토큰화'를 시도한다. 국채가 대표적 사례인데, 통합원장 내에서 발행·유통되면 소유권과 대금의 교환이 동시 처리되고 담보 관리가 자동화돼 통화정책 및 금융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신 총재 인식이다.

신 총재는 "(올해 6월 신규 참여한 캐나다를 포함해) 9개 중앙은행과 40여개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아고라'와 디지털화폐 시스템을 연계하는 것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외환, 증권 결제를 한 차례 거래로 처리해 비용을 낮추고 원화의 국제적 활용도를 넓힐 수 있다"고 판단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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