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가상자산 시세조종 혐의자 수사기관 고발
수백억원 동원해 국내외 거래소 가격 동조화 이용
[파이낸셜뉴스] 금융위원회가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국내외 거래소를 연계한 가상자산 시세조종 혐의자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채널을 통한 초단기 시장가 매매, 지정가 고가매수 주문을 결합해 매매를 유인한 사건도 함께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소수 계정의 거래 비중이 높은 가상자산에 대한 시장경보 운영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1일 정례회의에서 가상자산시장 시세조종 사건 2건의 혐의자에 대해 수사기관 고발 조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우선 '고래'로 불리는 대규모 가상자산 투자자가 국내외 거래소에 복수 상장된 가상자산 가격 동조화 현상을 이용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다. 당국에 따르면 혐의자는 약 두 달간 수백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특정 가상자산의 글로벌 유통물량 절반 수준까지 취득했다. 이를 통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확보한 뒤 매수세가 우세한 시장 상황을 인위적으로 형성해 해당 가상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당국 판단이다.
특히 혐의자는 국내거래소뿐 아니라 해외거래소에서도 시세를 조종한 것으로 조사됐다. 복수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자산은 한 거래소에서 가격이 변동하면 차익거래와 가격 동조화 현상 등으로 다른 거래소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당국은 혐의자가 해외 거래소에서 먼저 가격을 견인해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동일 가상자산의 동반가격상승과 국내 투자자들 매수를 유도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혐의자는 해외거래소에서는 손실을 입었지만, 국내거래소에서는 이를 상회하는 규모의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로 인한 피해가 국내 투자자들에게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이 기획조사한 사건은 API 채널을 활용한 초단기 시세조종이다. 대상은 소위 '김치코인'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김치코인은 국내 사업자에 의해 발행돼 주로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으로, 글로벌 거래대금 중 70% 이상이 국내에서 거래되는 종목을 말한다. 시가총액이 작고 호가층이 얇아 가격이 쉽게 급등락하는 특징이 있다.
당국에 따르면 혐의자는 특정 가상자산을 사전에 매수한 뒤 API 채널을 통해 시장가 매수와 시장가 매도 주문을 1초 이내 수회 반복 제출했다. 동시에 웹 채널을 통해 매도 10호가 이상의 고가 매수 주문을 반복 제출해 시세를 상승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매수세가 유입되자 보유 물량을 분할 매도해 차익을 실현했다.
금융당국은 가격이나 거래량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급등하는 가상자산에 대해서 추종매수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특히 대형 투자자가 유통물량을 집중매집해 가격을 상승시킨 뒤 일시에 보유 물량을 매도하는 이른바 '펌프 앤 덤프' 행위는 매도 전환 시 가격 급락으로 투자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고래' 투자자의 가상자산 매집과 처분에 대한 정보 제공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시장경보 제도 역시 개선할 계획이다. 현재 소수계정 거래집중 기준은 상위 10개 계정의 매매 관여율에 따라 구분된다. 매매 관여율이 50% 이상 75% 미만이면 투자주의, 75% 이상 90% 미만이면 투자경고, 90% 이상이면 투자위험으로 분류된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조사체계를 고도화해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를 신속히 적발하고, 적발된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거쳐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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