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K조선, 낙관 이르다
"지금이라도 중국은 마음만 먹으면 K조선이 수주한 물량을 다수 가져올 수 있다. 정부·민간 투트랙 시너지가 본격화되는 시점을 경계할 때다."
최근 만난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다. 역대급 호황을 누리는 K조선이 사이클 변동에 대비해야 할 때라는 시각이다. 공격적인 설비투자(Capex·자본적지출)보다 호황일 때 적극적인 합병을 통해 중형 조선사를 대형 조선사로 만드는 등 경쟁력을 확보해 신(新)빅4 체제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현재 글로벌 조선업계의 지배자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중국의 누적 수주잔량은 1억2943만CGT(표준선환산톤수·선박의 부피를 나타내는 총톤수에 선종별 계수를 곱해 산정)로 전체의 65%에 달했다. 전월 대비로도 중국은 2552만CGT가 증가했다.
현대차그룹 물류 전문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완성차 해상 운송에 투입한다고 밝힌 자동차운반선(PCTC) '글로비스 리더호'도 중국선박공업그룹(CSSC) 산하 광저우광촨궈지 등이 건조했다. 설계 또한 중국 상하이 선박연구설계원(SDARI)이다. 길이 230m·폭 40m·중량 10만2590t으로 적재공간 14개 층을 합하면 축구장 약 28개 면적을 갖춰 소형차 1만대 이상을 운송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수준의 선박도 중국 차지다.
고급 함정인 항공모함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자체 기술로는 처음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전자기식 '캐터펄트'를 장착한 항공모함인 '푸젠함'까지 건조했다. 국내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푸젠함'이 사출기 설계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중국의 다른 곳에서 또 다른 항공모함이 건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건조 실패 경험을 그대로 다른 건조에 적용,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중국 조선의 무서운 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호경식 한국투자파트너스 중국법인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넥스트라이즈에서 "중국은 실패한 기업의 자산이 다음 기업으로 이동하면서 산업 전체가 학습 효과를 얻는다"며 "중국은 다수의 기업이 경쟁하고 검증받는 과정 자체를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로 만드는 중국의 도전 속에 K조선이 지금의 호황을 누리기만 한다면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때는 곧 온다. 역대급 영업이익 'N% 성과급'을 말하기 전에 '생존'을 위한 산업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때다.
gg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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