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사랑인 줄 알았는데…" 연인 속여 1억 뜯어낸 남친의 실체 [사기꾼들]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연인 속여 1억 뜯어낸 '악마와의 연애'
국세청 세무조사? 실체는 '돌려막기'
돌려달라니 돌아온 건 욕설과 협박
연인을 '사냥감'으로…집행유예 결말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한 AI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한 AI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

[파이낸셜뉴스] "국세청이 지금 회사에 들이닥쳤어. 당장 4000만원이 필요한데 돈 구하기가 힘드네. 이것만 해결하면 내년 1월 말까지 무조건 갚을게. 제발 도와줘."

지난 2018년 10월, 사랑하는 사람이 감당하기 힘든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은 A씨에게 무엇보다 큰 걱정거리였다. 연인 B씨(44)의 상황은 긴박하고 구체적이었으며 A씨는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그저 믿고 의지하는 사람의 급한 불을 끄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절박함의 실체는 '연극'이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였고, 그저 B씨의 발등에 떨어진 개인적인 채무와 생활비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B씨는 A씨의 돈을 털어 자신의 빚을 돌려막고 생활비를 충당할 계획이었다. 교묘하게도 범행은 두 사람이 연인이 됐던 그 시점부터 시작됐다.

사기 행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세금 납부', '재료비', '직원 월급' 등 온갖 핑계를 대며 A씨의 지갑을 열었다. 그렇게 2019년 6월까지 총 22회에 걸쳐 무려 9972만원이라는 거금을 가로챘다. 정상적으로 돈을 갚을 능력도, 의지도 전혀 없던 B씨에게 연인의 신뢰는 그저 뜯어내기 좋은 도구였던 셈이다.

더 가관인 건 그다음이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4월 이별했고 빌린 돈을 갚으라는 A씨의 정당한 요구가 시작되자, B씨는 악질 협박범으로 돌변했다. 연락을 취할 때마다 미안함이나 해명 대신 적반하장식 태도로 일관했다. "엄마한테 전화하면 줄 것도 안 주겠다"는 말로 가족을 언급하며 협박을 서슴지 않는 것도 모자라, 욕설을 담아 불안감을 극대화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1단독(서영효 부장판사)은 지난달 18일 사기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B씨는 지난 2018년 10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총 22회에 걸쳐 9972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19년 8월부터 10월까지 총 35회에 걸쳐 불안감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송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편취 금액이 많고 다수의 동종 전력이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피해금 7000만원을 지급하는 등 원만히 합의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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