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버려진 영아 살린 건 '검사'였다…출생신고까지 한 사연
친권정지로 수술 동의 확보…친권상실·후견인 선임도 청구 수사·기소 넘어 피해아동 보호 역할…공소청 전환 뒤 공백 우려
[파이낸셜뉴스]검사의 역할은 수사와 기소, 공소유지에 그치지 않는다. 의사능력이 부족한 아동학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출생신고, 친권행사 정지·상실 청구까지 나설 수 있는 공익적 권한도 있다. 최근 영아 유기 사건에서 검찰이 법이 부여한 권한을 적극 활용 사례가 나왔다. 다만 오는 10월 공소청 전환 이후 보완수사권이 축소되면 이 같은 역할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2부(박지나 부장검사)는 지난 5월 상가 화장실에서 출산 직후 영아를 유기한 20대 여성 A씨를 아동학대살해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한 뒤, 서울대병원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피해 영아의 치료와 보호 절차를 지원했다.
피해아동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서울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됐고,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았다. 검찰은 치료 과정에서 친모인 A씨의 동의가 필요한데도 A씨가 구속 상태인 점을 확인하고, 직권으로 친권행사 정지 임시조치를 청구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병원은 임시후견인인 외조부 동의를 받아 기관절개술을 신속하게 할 수 있었다.
검찰은 이후 피해아동의 상태와 범행 경위를 추가로 확인하고 아동학대사건관리회의를 거쳐 장기 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복지·의료 지원을 받기 어려운 점을 확인한 뒤 검사가 직접 출생신고도 했다. 또 A씨에 대한 친권상실 심판을 청구하고, 피해아동이 입소한 보호시설의 장을 미성년후견인으로 선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조치는 검사에게 법적으로 부여된 권한이다. 아동학대처벌법은 검사가 아동학대범죄 재발 우려가 있을 때 법원에 친권행사 정지 등 임시조치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가족관계등록법도 출생신고 의무자가 신고하지 않아 자녀의 복리가 위태로울 경우 검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한다. 민법 역시 친권상실 청구권자를 자녀와 친족뿐 아니라 검사와 지자체장으로 규정한다.
법조계에서는 아동학대·가정폭력 사건에서 검사의 공익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평가한다. 최초로 아동 직권 출생신고를 했던 검사 출신 권내건 법무법인 트리니티 변호사는 "가해자 처벌 이상으로 피해자의 완전한 피해 극복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생겼다"며 "직권 출생신고, 친권상실 청구 등 검찰의 공익적 역할이 더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역할이 이뤄지려면 일정 정도 수사권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권상실 청구나 출생신고를 위해서는 친모의 양육 의사, 재범 가능성, 피해아동의 상태, 가족관계 등을 직접 확인해야 하는데 이를 모두 경찰에 다시 요구하면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 수사팀 관계자는 "친권정지 청구 등 가사 사건 수행에 필요한 자료 수집을 위한 권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초 인권보호 우수사례로 선정된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도 지적장애가 있는 미성년 친딸들을 강제추행한 친부 사건을 불구속 송치받은 뒤 직접 친부를 구속기소하고 친권상실을 청구했다. 보완수사를 통해 재범 가능성과 피해자 보호 필요성을 확인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조치라는 평가다.
권 변호사는 "이러한 공익적 역할은 때때로 보완수사권과 무관하지 않다"며 "직권 출생신고를 위해 부모(피의자) DNA 채취 등 강제수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보완수사권이 없다면 매우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도 "검사가 처벌에만 그치지 않고 피해아동 보호를 위해 부대적으로 필요한 조치까지 한 것"이라며 "법적으로 검사에게 권한이 남아 있더라도 수사 단계에서 직접 확인할 권한과 여력이 줄어들면 이런 적극적 조치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