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 없고, 안전관리자 수년째 공석… 또 반복된 人災
은평구 빌라 화재로 2명 숨져
복도 소화기 설치 후 점검기록 ‘0’
경비실도 오래전부터 운영 안해
스프링클러 미적용 노후 공동주택
화재 안전 관리 사각지대 놓여
초등학생 남매 2명의 생명을 앗아간 서울 은평구 갈현동 빌라 화재가 인재(人災)인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소방안전을 관리할 만한 인력은 2년 넘게 공석이었고 비치된 소화기는 수년간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 고질적인 문제인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9일 소방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57분께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 빌라 3층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집 안에 있던 초등학생 남매 2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화재 당시 보호자인 아버지는 외출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빌라 입주민 9명은 스스로 대피했고, 주민 2명이 연기를 마셔 치료를 받았다. 소방당국은 인력 82명과 차량 20여대를 투입해 화재 발생 약 50분 만인 오후 11시 47분께 불을 완전히 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이 해당 세대 거실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 실시된 합동감식에서는 발화 원인 등을 집중 확인했다.
취재 결과 현장에서 평소 소방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단서가 잇따라 발견됐다. 경비실에서는 은평소방서가 2024년 1월 '소방안전관리자' 앞으로 보낸 우편물도 개봉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단지 게시판에는 2023년 7월31일자 '회장 사퇴 공고문'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주민들 역시 "동대표나 입주민대표가 수년째 공석이고, 경비실도 오래전부터 운영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같은 동 복도에 비치된 소화기는 2017년 제조 제품이었지만, 소화기에 부착된 점검표에는 설치 이후 정기 점검 기록이 없었다. 건물 내부에 스프링클러 등 초기 진화 설비도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화재가 발생한 같은 동 공용 복도에서도 스프링클러 헤드는 확인되지 않았다.
법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은 소방안전관리자를 반드시 지정해야 한다. 통상 빌라의 동대표, 입주민 대표, 통장·반장 등 주민대표가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을 취득해 선임되는 경우가 많다.
소방안전관리자는 소화기, 화재경보기 등 소방시설의 정상 작동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해 소방서에 제출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오래된 소형 빌라는 당시 법 기준으로 소방안전관리자 의무 선임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으나, 우편물이 송달된 만큼 사고 빌라는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화재가 난 건물은 1985년 11월 건축허가를 받아 이듬해 12월 사용승인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하 1층·지상 3층짜리 저층 공동주택으로, 전체는 4개 동 42세대 규모다.
소방시설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1990년 6월 16층 이상 건축물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1995년에는 11층 이상으로, 2018년부터는 6층 이상 건축물 전체로 확대됐다. 하지만 화재 건물은 법 제정 이전에 지어진 데다 지상 3층 규모여서 현행 의무 기준 밖에 있다. 강화된 기준이 기존 저층 주거시설에 소급 적용되지 않으면서 화재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화재는 보호자가 집을 비운 사이 아이들만 있던 야간 시간대에 발생했다. 지난해 부산 기장군과 부산진구에서 발생한 참사와 사실상 같다.
아이들만 남겨진 주거지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가 1년 만에 되풀이되면서 노후 저층 공동주택의 소방시설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노후 저층 주택은 체계적 관리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소화기·자동확산소화기 등 초기 대응 장비를 갖추고, 평소 대피 동선과 완강기 등 피난 수단을 확인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서지윤 박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