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에 흔들린 K바이오…하반기 '옥석 가리기' 본격화
펩트론·HLB 악재에 투자심리 급랭
아리바이오·티슈진은 하반기 반전 기대
기술력·상업화 성과 중심 재평가 시작
[파이낸셜뉴스] 국내 바이오 업계가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1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임상 기대감과 기술수출 가능성만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던 시장이 최근 펩트론과 HLB의 잇단 악재를 계기로 실질적인 임상 성과와 상업화 가능성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반면 하반기에는 아리바이오와 코오롱티슈진 등 대형 임상 결과를 앞둔 기업들이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르면서 바이오 투자도 종목별 차별화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최근 가장 큰 충격은 펩트론이었다. 시장은 지난 1년여 동안 일라이 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를 월 1회 제형으로 개발하는 과정에 펩트론의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스마트데포'가 적용될 가능성에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해 왔다.
하지만 최호일 대표가 최근 한 바이오포럼에서 릴리와 공동 연구 중인 물질에 터제파타이드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흔들렸다. 시장이 기대하는 파이프라인과 실제 공동 연구 대상 사이에 괴리가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오며 주가는 급락했다.
펩트론은 공동 연구가 특정 물질 하나가 아닌 복수의 비만·당뇨 및 중추신경계(CNS)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은 핵심 기대였던 터제파타이드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HLB 역시 악재를 피하지 못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간암 1차 치료제로 개발 중인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해 세 번째 보완요구서(CRL)를 발급했다.
이번 보완 요구는 중국 항서제약 제조시설의 GMP 실사 과정에서 지적사항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지만, 세 번째 허가 지연이라는 점에서 시장 충격은 적지 않았다.
HLB는 임상 데이터의 유효성과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으며 제조시설 보완이 핵심이라는 입장이지만, 반복되는 허가 지연은 상업화 일정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허가 일정이 늦어질수록 경쟁 제품과의 시장 경쟁 부담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들이 연이어 악재를 맞으면서 바이오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대감만으로 형성됐던 프리미엄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투자자들의 시선은 '스토리'보다 '결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이전 가능성이나 플랫폼 가치만으로도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했지만 이제는 임상 데이터와 허가 가능성, 상업화 일정이 보다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술수출 계약 역시 규모보다 실제 개발 진척과 후속 마일스톤 달성 여부가 더욱 주목받는 분위기다.
반면 하반기에는 시장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대형 이벤트도 예정돼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아리바이오다. 회사는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연내 주요 결과 발표가 예상된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은 글로벌 제약사들도 경쟁이 치열한 분야인 만큼 긍정적인 데이터가 확보될 경우 국내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코오롱티슈진도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는 미국 임상 3상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면서 결과 발표가 임박했다.
과거 국내 품목허가 취소라는 대형 악재를 겪었던 인보사가 미국에서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확보할 경우 코오롱그룹은 물론 국내 세포유전자치료제 산업 전반에도 상징적인 의미를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바이오 시장은 막연한 기대감보다 실제 데이터를 요구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임상 성과와 허가 가능성을 입증하는 기업 중심으로 자금이 재편되면서 기술력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