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교원 65.7% "IB 확대 제한"… 고의숙 교육공약 첫 시험대
제주교총, 인수위에 설문 결과 전달
유·초·중·고 교원 210명 온라인 참여
IB 확대 긍정 9.0% 그쳐
AI 플랫폼보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 요구
교육활동 법적 면책 보장 60.5% 최다
신설 사업보다 교실 기본 여건 개선 촉구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고의숙 제주교육감 당선인의 주요 교육공약을 두고 제주 교원 사회가 첫 평가표를 냈다. 교원 3명 중 2명은 국제바칼로레아(IB) 확대를 제한해야 한다고 답했고, 인공지능(AI) 플랫폼·기관 신설보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기초학력 지도 인력 확충 같은 기본 교육 여건 개선을 더 절실한 과제로 꼽았다.
12일 제주특별자치도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제주교총은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 '제18대 교육감의 공약, 현장의 생각을 듣습니다'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에는 유치원과 초·중·고 교원 210명이 참여했다.
제주교총은 지난 9일 오후 고의숙 교육감직 인수위원회인 '모두가 주인공, 제주교육준비위원회'를 방문해 강봉수 인수위원장에게 설문 결과와 6대 분야 현장 요구서를 전달했다. 방문에는 장정훈 제주교총 회장과 조용준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대표단 6명이 참여했다.
대표단은 교권 보호, 학력 신장·AI 교육, 행정 업무 경감, 학교 자율성·IB, 인사·직무 환경, 특수·비교과·유아·사립교육 등 6개 분야로 나눠 현장 요구를 설명했다.
가장 뚜렷한 대목은 IB 교육 방향이다. 응답 교원의 65.7%는 "IB 확대를 제한하거나 축소하고 일반 학교와의 균형 발전에 힘써야 한다"고 답했다. IB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9.0%에 머물렀다. 공약별 평가에서도 'IB 내실화·확대'는 부정 평가 37.1%, 긍정 평가 32.9%로 나타났다.
장정훈 제주교총 회장은 "확대에 앞서 기존 IB 학교의 운영 진단과 일반 학교와의 지원 격차 해소가 먼저"라고 밝혔다. 고의숙 당선인 측이 IB DP 고등학교 추가 지정 등 확대 기조를 제시한 상황에서 교원 현장과의 인식 차이가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학력 신장·AI 교육 부문에서도 교원들은 새 플랫폼보다 교실 여건을 먼저 봤다. 응답자의 61.9%는 "플랫폼·기관 신설보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기본 교육 여건 개선이 절실하다"고 답했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실제로 지도할 인력 확충'도 59.5%로 뒤를 이었다.
공약별 평가에서는 '기초학력 진단·지원 강화'에 대해 67.1%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반면 '제주교육AI플랫폼' 긍정 평가는 47.6%, '제주AI미래교육원' 긍정 평가는 48.6%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우선 시행 과제를 묻는 문항에서는 '셋 중 어느 것도 시급하지 않다'는 응답도 22.9%에 달했다. AI 교육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 기관·플랫폼 신설 중심 접근에 대한 현장의 유보적 인식이 확인된 대목이다.
교권 보호 분야에서는 인수위 공약에 대한 기대와 제도 공백 우려가 함께 나타났다. 교육활동보호담당관, 갈등조정전문가·민원 일원화, 안심콜센터 등 인수위 공약 3개는 모두 70% 이상의 긍정 평가를 받았다. 우선 시행 과제로는 '갈등조정전문가 채용·민원 대응 일원화'가 47.6%로 가장 높았다.
다만 현장이 가장 절실하다고 답한 요구는 공약 밖에 있었다. '정당한 생활지도·교육활동에 대한 법적 면책 보장'이 60.5%로 가장 높았고,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을 때 조사·소송 과정에서 교원을 지켜줄 제도'가 57.1%로 뒤를 이었다. 제주교총은 두 항목 모두 인수위 공약 과제에 담기지 않았다며 핵심 제도 보완을 요구했다.
행정 업무 경감 요구도 컸다. '공문·실적 보고·유사 중복 자료 제출의 대폭 축소'가 45.7%, '시설·안전·민원 등 비교육 업무 전담 인력의 학교 배치'가 43.3%로 나타났다.
방과후학교·돌봄 강사 채용·관리 업무의 교육청 또는 교육지원청 전면 이관은 35.7%, 기간제 교원 채용·관리 업무 이관은 32.4%였다.
인사·직무 환경 부문에서는 '교무·행정·관리직 간 업무 분장 표준화 기준 마련'이 75.7%로 가장 높았다. 교육공무직원과의 업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도 80.0%에 달했다. 해법으로는 '직종별 업무 분장 표준 기준 마련'이 61.4%로 가장 많이 꼽혔다.
제주형 자율학교 재구조화에 대해서는 78.6%가 필요성에 동의했다. 다만 81.9%는 "현장 혼란을 최소화할 충분한 경과조치를 두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수·비교과·유아·사립교육 부문에서는 '특수학급 과밀 해소'가 76.2%로 가장 높았다. '보건·영양·사서교사 전 학교 배치'는 51.0%, '유치원 학급당 유아 수 단계적 감축'은 42.4%였다.
이번 설문은 제주교총 회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인 만큼 제주 전체 교원의 의견으로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새 교육감 공약을 놓고 현장 교원들이 어디에 불안을 느끼고, 무엇을 먼저 요구하는지를 보여주는 초기 신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IB와 AI는 고의숙 제주교육의 대표 정책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확대 속도와 현장 수용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과제가 분명해졌다.
제주교총은 인수위에 정당한 교육활동 면책권 제도화, 무고성 신고 대응 보호체계 공약 반영, IB 확대 기조 재검토, AI 신규 사업 성과관리 체계 마련, 기본 교육 여건 우선 투자, 업무 분장 표준화 기준 마련 등을 요구했다. 최종 공약 과제 확정 전 교원단체와의 협의 절차를 공식화해 달라는 요청도 함께 전달했다.
장정훈 제주교총 회장은 "나흘간 진행된 설문에 210명의 교원이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현장의 문제의식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라며 "고의숙 교육감과 인수위는 이 결과를 정책 우선순위 설정의 기준으로 삼아 신규 사업 확대보다 교실의 기본 여건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