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바이바이 동아시아 정체론…韓, 과거 추세선 위에 있지 않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SNS 메시지
"2025년, 한국 경제 장기 추세선 바뀐 해"
[파이낸셜뉴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생산혁명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자본시장 개혁을 계기로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 실장은 이를 두고 "바이바이, 동아시아 정체론"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아직 완성된 모델은 아니다. 다만 하나는 분명하다. 한국은 더 이상 과거의 추세선 위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3대 메가프로젝트가 생산능력 자체를 다시 끌어올린다면 한국은 일본의 길을 가장 충실히 따라온 나라에서, 그 길을 가장 먼저 벗어나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바이바이 동아시아 정체론'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경제에는 사이클이 있고 추세가 있다"며 "경제사를 실제로 바꾸는 것은 사이클이 아니라 장기 추세의 기울기"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 나라를 설명하던 성장의 문법이 바뀌고, 시장이 그 나라의 미래를 보는 기준 자체가 달라지는 순간은 10년, 2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다"며 "지금 동아시아에서 그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과 일본, 중국이 모두 흔들렸지만 "흔들린 이유도, 그 이후 걸어간 길도 서로 달랐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은 스스로 설계한 국가주도 구조전환을 계속 밀어붙였다. 일본은 디플레이션 탈출과 자본시장 개혁을 시도한 뒤 이제는 금리와 재정이라는 새로운 균형을 찾아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셋 중 가장 깊은 비관에서 출발해 전혀 다른 성장경로를 시험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한국의 2022~2024년은 암울했다"며 "반도체 다운사이클이 수출을 짓눌렀고, 코스피는 미국 증시와의 동조 흐름이 깨지며 장기간 부진했다"고 전했다. 이어 "2023년 실질 성장률은 1%대까지 떨어졌고, 피크 코리아론이 힘을 얻었다"며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가 불거졌고, 2024년 말에는 정치적 혼란까지 겹쳤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실장은 작년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2025년은 이상한 해였다"며 "연간 성장률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상반기는 정치적 혼란과 경기 위축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공교롭게도 그 변곡점은 새 정부 출범 시점과 거의 겹친다"고 밝혔다.
또 "같은 시기에 AI가 촉발한 반도체 슈퍼사이클도 본격화됐다"며 "어느 한 요인만으로 지금의 변화를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정책의 방향과 산업 사이클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사에서 정책과 산업 사이클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기는 드물다"며 "2025년 하반기의 한국이 그런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2025년의 연간 성장률 자체가 아니라, 추세선이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경제는 1%대 저성장이 뉴노멀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이제는 2% 후반의 성장률이 현실적인 전망으로 거론되고, 한동안 비현실적으로 들리던 잠재성장률 3% 회복까지도 완전히 손닿지 않는 목표만은 아니라는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번 변화를 반도체 하나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는 출발점일 뿐, 진짜 변화는 생산능력의 확대와 생산 성과의 자산화가 동시에 추진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고 했다. 3대 메가 프로젝트가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를 축으로 한국 경제의 생산능력을 키우는 전략이라면, 상법 개정과 자본시장 개혁,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은 그 성과를 기업가치와 국민자산으로 연결하는 통로라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2025년은 높은 성장률의 해로 기억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훗날 돌아보면 한국 경제의 장기 추세선이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 해로 기억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