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생각하면 한국"… 꿈의 유학길 오르는 베트남 인재들
단순 학위·아르바이트 병행 대신
첨단산업 취업 목표 한국행 급증
장학금 많은 지방 사립대보다
서울 주요 명문대 영어트랙 선호
전공도 한국어·경영학 중심서 탈피
반도체 등 이공계 비율 대폭 늘어
#.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한 명문고에서 영어반에 재학 중인 10학년(한국의 고등학교 1학년) 투(가명)양은 방과 후 집에 돌아오면 미국 대학입학시험(SAT)과 토픽(TOPIK·한국어능력시험) 5급을 준비하느라 새벽까지 책상 앞을 지킨다. 목표는 100%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는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 진학이다. 경제학을 전공해 글로벌 컨설팅펌에서 인수·합병(M&A) 업무를 맡는 것이 꿈인 투 양은 "한국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세계적인 기술기업을 보유한 나라"라며 "기업과 국가가 단기간에 성장한 비결을 직접 현지에서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부 튀 띠엔 통신원】 과거에는 비교적 저렴한 학비와 주 20시간 아르바이트가 가능한 점 때문에 한국을 찾는 생계형 유학생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명문대 진학과 첨단산업 취업을 목표로 한국을 선택하는 베트남 최상위권 학생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 유학의 패러다임 또한 이에 발맞춰 기존 입학만 준비하는 유학에서 취업까지 고려하는 유학으로 바뀌면서 이공계 전공 비율이 대폭 증가하는 등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 자연계 수석도 선택한 카이스트 입학
12일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SAT 1600점 만점에 이어 지난 6월 실시된 베트남 '고등학교 졸업시험'에서 자연계열 최고점(29.75점)을 받은 하노이사범대부설영재고 수학반 호앙 흐엉 지앙 양은 베트남과 영미권 명문대가 아닌 한국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진학을 선택했다. 삼성전자 장학금을 받는 그는 오는 9월 컴퓨터공학을 전공할 예정이다.
지난 9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지앙 양은 "카이스트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대전에 위치해 산학협력이 뛰어나고 배운 내용을 산업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와 빈그룹 계열 빈대학의 장학금 제안도 받았지만 카이스트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대학과 기업의 협력 수준이 높고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적 거리도 가까우며 치안도 안전하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용현 카이스트 입학처장은 "지난해부터 베트남 우수 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동남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우수 인재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본지에 말했다.
국내 한 과학기술원 관계자는 "베트남 학생들은 수학과 물리 기초가 탄탄하고 학업 성취도도 높은 편"이라며 "현지 영재고와 과학고를 중심으로 우수 학생 유치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학 이후 취업까지 생각한다"...진지해진 한국 유학
교육업계에서는 베트남 학생들의 한국 유학 목적이 뚜렷하게 바뀌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에는 학위 취득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 위해 한국을 선택했다면 최근에는 대학 경쟁력과 졸업 후 취업 가능성을 우선 고려한다는 것이다. 선호 대학도 장학금이 많은 지방 사립대에서 서울 주요 대학으로, 전공도 한국어·경영학 중심에서 컴퓨터공학·전자공학·보건·의료 등 첨단산업 분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하노이에서 '트 선생님 유학원'을 운영하는 응우옌 반 트씨는 "예전에는 입학 직전에 토픽 기준만 맞추는 학생이 많았지만 지금은 입학 1~2년 전부터 준비해 6급을 취득하는 학생이 크게 늘었다"며 "유학에 임하는 태도가 훨씬 진지해졌다"고 말했다.
질라 에듀케이션의 쩐 티엔 반 원장은 "과거에는 대부분 어학연수 후 학부에 진학했지만 최근에는 처음부터 학부나 석사 과정에 지원하는 비율이 30%를 넘는다"며 "서울 명문대 영어트랙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 선택도 '입학하기 쉬운 학과'보다 미래 직업 가치가 높은 분야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선문대학교 베트남 대표사무소를 운영하는 SOS인터내셔널그룹 강병우 지사장은 "학생들이 반도체, 인공지능(AI), 미래자동차 등 한국 산업과 연결되는 전공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막연한 기대보다 현실적인 진로를 설계하고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이 늘었다"고 말했다.
■베트남, 중국 제치고 한국 최대 외국인 유학생 국가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지난달 발간한 '데이터로 읽는 우리 교육' 제7호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25만3512명으로, 이 가운데 베트남 학생은 7만5198명을 기록해 중국(7만4820명)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베트남 교육훈련부 통계에서도 해외 유학생 약 25만명 가운데 한국 유학생은 11만6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일본과 대만, 호주, 미국이 뒤를 이었다. 현지에서는 한류 확산과 양국 교류 확대, 영미권보다 낮은 학비와 장학금 제도 등이 한국 유학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우수 인재 유치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하노이한국교육원은 유학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찾아가는 유학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하노이 명문고인 쭈반안고등학교에서 설명회를 열어 학생과 학부모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김현동 하노이한국교육원장은 "앞으로도 정확한 한국 유학 정보를 제공해 베트남 학생들이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유학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