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성 1인 가구, 집보다 골목이 더 불안… 절반 "집 주변 범죄 두렵다"
여성 1인 가구 300명 설문조사
야간 보행 불안 23%·주거 내 9.3%
집 주변 골목길 범죄 두려움 50%
20·30대 일상 속 범죄 불안 높아
방범시설 지원·야간 순찰 수요 집중
안전사업 원스톱 통합창구 마련 제안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지역 여성 1인 가구가 집 안보다 야간 골목길과 생활권에서 더 큰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방범시설 지원과 순찰 확대뿐 아니라 연령과 거주지역, 사회적 관계망을 함께 고려한 통합 안전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16일 제주여성가족연구원에 따르면 이민지 연구위원이 수행한 '제주지역 여성 1인 가구 안전 취약요인 분석 및 지원체계 개선 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진은 사회조사와 주거실태조사 등 기존 통계를 분석하고 제주지역 여성 1인 가구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안전지원 정책도 함께 검토했다. 해당 연구는 올해 1월 6일부터 7월 15일까지 진행됐다.
조사 결과 주거 공간 안에서 불안을 느낀다는 응답은 9.3%였다. 반면 야간에 걸어 다닐 때 '약간 불안하다'거나 '매우 불안하다'는 응답은 23%로 집계됐다.
여성 1인 가구의 안전 취약성이 집 내부보다 귀가와 이동이 이뤄지는 야간 생활권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야간 보행 불안의 원인으로는 사건·사고에 노출될 가능성과 부족한 가로등·조명, 폐쇄회로(CC)TV 등 안전시설 부족이 꼽혔다.
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집 주변 골목길에서 가장 높았다. 응답자의 50%가 집 주변 골목길을 두려운 장소로 지목했다.
불안한 상황에 놓였을 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위험하다고 느끼는 지역을 피해 다니는 회피형 대응이 주를 이뤘다. 안전시설과 대응체계가 부족하면 여성의 이동 경로와 외부활동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령별로는 20·30대 여성의 일상생활 속 범죄 두려움이 가장 높았다. 젊은 여성 1인 가구가 야간 귀가와 외부활동 과정에서 느끼는 불안이 상대적으로 컸다.
60대 이상 여성은 위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가족과 지인 등 사회적 관계망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같은 여성 1인 가구라도 청년층에는 범죄예방과 귀가 안전이, 고령층에는 위기 대응과 복지 연계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원정책 수요를 묻는 질문에서는 주택 내 방범시설 설치 지원이 46.7%로 가장 높았다. 야간 순찰 강화가 23.3%로 뒤를 이었다.
연구원은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안전지원 사업을 확대하는 방식만으로는 생활권의 다양한 위험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현재 추진되는 방범물품과 무인택배함, 안심귀갓길, 안전 애플리케이션, 야간 순찰 사업을 수요자가 한 번에 확인하고 신청할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안심물품 지원 품목 확대와 선택제 도입, 안심무인택배함 거점 확대, '안심제주' 애플리케이션 기능 개선과 홍보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여성안심귀갓길과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사업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CPTED는 조명과 CCTV, 건물·도로 구조 등을 개선해 범죄 발생 가능성과 주민의 불안감을 낮추는 도시환경 설계 방식이다.
같은 길이라도 이용 시간과 유동인구, 조명 상태, 사각지대가 다른 만큼 사업 구간을 지정한 뒤에도 현장 점검과 이용자 평가를 반복해야 한다는 취지다.
복지와 안전 서비스를 함께 연결하는 체계도 제안했다. 고령 여성 1인 가구처럼 위기 때 도움을 받을 관계망이 부족한 경우 방범시설 설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돌봄과 건강, 긴급지원 체계를 연계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지역 주민과 자율방범대, 경찰 등이 역할을 분담하는 협력형 야간 순찰과 여러 안전사업을 한 번에 신청하는 원스톱 창구 마련도 정책과제에 포함됐다.
이민지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 1인 가구의 안전 취약성에는 생애주기와 주거환경, 거주지역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며 "개별 사업 확대보다 스마트 기술과 사업 간 연계를 강화한 수요자 중심 통합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