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브랜드 안따져요" 고물가에 달라진 소비공식

김현지 기자,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생활용품은 PB, 식품은 냉동으로
장보러 온 소비자 "가격부터 확인"
제조사 대신 가성비 대체품 선호
대형마트 PB매출 두자릿수 증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에서 한 고객이 물티슈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현지 기자
지난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에서 한 고객이 물티슈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현지 기자

"이건 휴지 30m에 1만5000원이고, 이건 33m에 1만원이네." "지난번에는 6000원 싸게 샀는데 행사가 끝나서 아쉽네."

지난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의 생활용품 코너에서 만난 중년 여성 고객들의 대화다. 이들은 이마트 자체브랜드(PB) 두루마리 휴지와 제조사 브랜드 제품을 번갈아 들어보며 단위당 가격을 비교하고 있었다. 직원에게 소재 차이까지 확인한 이들은 결국 더 저렴한 PB상품을 카트에 담았다.

올 여름 먹거리와 생필품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장보기 공식도 달라지고 있다. 익숙한 제조사 브랜드보다 가격이 저렴한 PB상품을 고르고, 신선식품 대신 냉동식품을 찾거나 국산 대신 가격 경쟁력이 높은 수입산을 선택하는 등 고물가 속 '짠물 소비'가 한층 확산되고 있다.

브랜드 대신 가격이 선택의 기준

이날 이마트 용산점 노브랜드 코너에서 만난 40대 안모씨는 "요즘은 생활용품도 인터넷 최저가를 비교해보고 산다"며 "오늘도 일회용 접시를 사려고 다이소와 비교해봤는데 이곳이 더 저렴해서 왔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용품은 PB상품도 품질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해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매장 직원도 "세탁세제 등 생활용품은 대부분 행사 상품 위주로 판매된다"며 "정가보다 '1+1'이나 할인 행사 제품을 찾는 고객이 훨씬 많다"고 전했다.

식품 매장에서도 실속 소비 현상이 뚜렷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 가격이 오르면서 정부와 협업해 한 판(30구)을 5000원대에 판매하는 '이맛란'에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계란 코너 직원은 "이맛란은 인기가 많아 보통 오후 전에 모두 팔린다"고 말했다.

미국산 백색란을 구매한 적 있다는 50대 최모씨는 "국산 계란 가격이 워낙 올라 수입산을 사봤는데 생각보다 맛 차이가 크지 않았다"며 "당분간 수입산이 있으면 구매할 것 같다"고 했다. 정육 코너에서 만난 20대 이모씨도 "자취를 시작한 뒤 한우를 사 먹은 기억이 거의 없다"며 "미국산이나 호주산은 한 끼에 1만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스테이크를 해먹을 수 있어 자주 구매한다"고 밝혔다.

16일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PB·수입산·냉동제품 매출 '쑥'

가격 부담으로 국산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육을 찾는 소비가 늘어난 것도 고물가가 바꾼 모습이다.

이마트의 지난달 수입 삼겹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4% 증가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에서도 같은 기간 수입 삼겹살 매출이 204% 늘었다. 얇은 지갑 사정때문에 저렴한 냉동식품을 찾는 소비도 증가했다. 이마트의 6월 냉동과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냉동채소는 7%, 냉동한우는 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에브리데이에서는 냉동과일이 73%, 냉동한우와 냉동수입육은 각각 24%, 14% 늘었다. 초저가 PB상품 판매도 크게 늘었다. 5000원 이하 상품만 취급하는 이마트의 '5k프라이스'에서는 6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젤리 115%, 상온 즉석면 97%, 냉장음료 87% 증가했다.

롯데마트에서도 6월 PB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고, 수입 돼지고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6월 말 판매를 시작한 미국산 계란은 입고되는 물량이 당일 소진될 정도로 인기다.

편의점에서도 PB상품 수요가 한층 확대됐다. GS25의 가격 소구형 PB '리얼프라이스' 매출은 지난 6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CU의 즉석원두커피 '겟(get)커피'는 고물가에도 가격을 동결하면서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고물가 장기화로 PB상품과 대체 상품 소비 증가 현상이 고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 품목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이전보다 높아졌다"며 "동일 카테고리에서도 제조사 브랜드보다 PB상품이나 가성비 상품을 선택하는 비중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localplace@fnnews.com 김현지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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