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 도시" 부산 해무, 우연 아닌 과학적 패턴이었다
천리안위성 2호 5년치 분석…이류 해무 발생 메커니즘 규명
[파이낸셜뉴스] 매년 7월이면 부산 해운대를 뒤덮는 짙은 안개가 SNS에서 화제가 되곤 한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매년 되풀이되는 조건에서 발생하는 해양기상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천리안 해양위성 2호의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여름철 부산 해무가 부산 연안의 차가운 바닷물과 고온다습한 여름 공기가 만나 발생하는 현상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절기상 소서(小暑)에 부산 해운대 일대가 해무로 뒤덮여 마치 구름 위 도시처럼 보이는 사진이 SNS에서 화제를 모은 데 따른 분석이다. 분석에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매년 7월 초 부산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와 기온 자료가 활용됐다.
메커니즘은 이렇다. 부산 외해에는 대한해협을 지나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따뜻한 해류인 동한난류가 흐르고, 연안에는 상대적으로 차가운 바닷물이 자리한다. 7월 초 계절풍의 방향이 남동풍으로 바뀌면 고온다습한 공기가 이 바람을 타고 부산 연안의 차가운 해수면 위로 흘러든다. 이때 공기가 급격히 식으면서 수증기가 응결해 '이류 해무(移流海霧)'가 발생하고, 해무층이 낮게 깔리면서 건물의 중·상층부만 안개 위로 드러나는 '구름 위 도시' 형상이 만들어진다. 7월 초 부산은 이류 해무의 핵심 요건인 '차가운 바다 위로 부는 따뜻하고 습한 바람'이 갖춰지기 쉬운 시기라는 게 KIOST의 설명이다.
다만 해무의 발생 양상은 해마다 조금씩 달랐다. 2024년에는 온도차 조건은 갖췄지만 강한 바람이 대기를 뒤섞은 탓에 위성 영상만으로는 해무를 직접 식별하기 어려워 '구름 아래 해무가 존재할 가능성(Possible fog)'만 포착됐다. 2025년에는 해무 형성에 유리한 환경이 부산 근해에만 국한되고 바람도 약해 국지적으로 작은 규모의 해무가 형성됐다.
박명숙 KIOST 해양위성센터 박사는 "해무는 바다와 대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기 좋은 사례"라며 "시민들이 우연처럼 느끼는 현상도 여러 해의 관측 자료를 겹쳐 보면 뚜렷한 과학적 패턴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7월 7일에 해무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맘때 부산 앞바다에는 해무가 만들어지기 쉬운 조건이 거의 해마다 갖춰졌다"며 "기후위기로 우리 바다의 수온과 해류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해무를 비롯한 연안 해양 현상의 양상도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측과 과학적 이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무는 도심에서는 이색적인 볼거리지만 바다 위에서는 시야를 수 미터까지 급격히 좁혀 선박 운항과 해양 레저 활동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KIOST는 짙은 해무가 낀 날에는 해상 활동 전 기상 정보를 확인하고 항해 시 속도를 줄이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KIOST 해양위성센터는 천리안위성 2호의 해양탑재체(GOCI-II)로 한반도 주변 해역을 상시 관측하며, 이런 분석 결과를 해상 안전 정보 제공의 과학적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